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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40 vote 0 2023.04.14 (12:58:14)

    “세이버매트릭스라는 건 확률이잖아요? 그래서 믿을 수가 없어요.” 안경현 SBS Sports 야구 해설위원. [나무위키]


    사실이지 확률은 믿을 수 없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한 사람은 확률을 믿지만, 한 종목에 올인한 사람은 확률을 믿을 수 없다. 내부자 정보를 빼왔다면 정보를 제공한 사람을 믿어야 한다. 잘못되면 그 사람을 탓하면 된다. 그러나 숫자를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안경현은 '믿을 수 있다'는 말을 다른 의미로 쓰고 있다. 사람은 믿을 수 있지만 확률은 믿을 수 없다.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있는데 숫자의 행동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없다.


    사람은 자신이 대응할 수 있는 행동을 결정한다. 그것은 상대방이 나의 액션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다. 상대가 반응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한다. 상대가 반응해 오면 안심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듯이 반응만 있으면 된다. 아무거나 손에 잡히기만 하면 된다.


    점쟁이가 그렇다. 아무 말이라도 해주면 위로가 된다. 징크스나 터부가 그렇다. 뭔가 반응해 준다는 느낌이 있다. 징크스를 믿어야지, 확률을 어떻게 믿냐? 징크스는 안심이 되지만 확률은 불안하잖아.


    확률을 믿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확률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통계를 꿰고 있다. 확률의 변화에 자신이 즉각 반응할 수 있다. 그들은 좋은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믿는다는 것은 객체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객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즉각 반응한다는 것이다. 지팡이에 의지한다면 지팡이와 땅 사이에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벽에 기댄다면 벽과 등 사이에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변수는 제거되어야 한다. 


    확률은 간격이 떨어져 있다. 100퍼센트가 아니다. 그래서 믿을 수 없다. 불안하다. 그 불안감은 자신이 극복해야 할 문제다. 공부하면 불안감이 사라진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심리적으로 취약한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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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은 집단에 강한 긴장을 조성하여 집단을 결속시킨다. 상황이 발생하면 보스의 명령에 즉각 반응하는 구조로 만든다. 즉각 반응할 때 안심된다. 인간은 불안하기 때문에 권력에 집착한다. 


    인간은 옳고 그름에는 무관심하고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예민하다. 뒤로 자신을 속여도 면전에서는 웃는 얼굴로 인사만 해주면 좋아한다. 반응해주기 때문이다. 


    풍선에 든 공기는 조금씩 빠져나간다. 풍선에서 공기가 빠져나간 만큼 압박의 강도를 높여 풍선 내부의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 집단이 외연을 차단하여 닫힌계를 만들고 내부를 압박할수록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체의 성질을 획득한다. 보스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으로 된다. 이제 집단의 방향전환은 불가능하다.


    권력과 선택지는 반비례한다. 김종인 죽이고, 유승민 죽이고, 이준석 죽이고, 안철수 죽이고, 나경원 죽이고, 홍준표 죽이는 죽이기 정치를 하게 된다. 이는 심리학이 아니라 물리학이다.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고 권력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없다.


    이 구조를 벗어나려면 권력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도울 수 있게 해야 한다. 남을 쥐어짜지 말고 자기 자신을 쥐어짜야 한다. 자신이 외부의 압박을 받아야 한다. 홀로 감당해야 한다. 그 경우 권력은 사라진다. 선택지를 얻으면 권력을 잃고 권력을 얻으면 선택지를 잃는다. 여기에 균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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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프로포즈를 한다. 여자는 NO를 해서 상대의 패를 한 장 더 보는 권력을 행사한다. YES를 하면 상대의 진의를 알 수 없다. 자신의 권력이 소멸한다. 관계가 느슨해진다. 긴장이 풀린다. 닫힌계 내부의 압력이 소멸한다.


    아기는 엄마의 제안에 대해 YES를 한다. 인간은 환경의 제안에 대해 YES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불리한 상황이라도 YES를 하는게 교육받은 인간이다. 교육받은 인간만 그렇게 할 수 있다. YES의 결과로 일어나는 느슨함은 내가 감당해야 할 문제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상대의 제안에 YES를 할 수 있다. 내가 더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NO는 상대가 제안을 바꾸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고객은 사지 않겠다고 말해서 상대의 카드를 바꾸게 한다. 점원은 팔지 않겠다고 말해서 상대가 패를 바꾸게 한다. 권력균형은 어느 쪽도 패를 바꿀 수 없는 교착상태다. 내시균형과 같다.


    권력자는 상대가 더 이상 패를 바꿀 수 없을 때까지 압박한다. 마이너스 정치다. 자신이 압박을 받는 만큼 다른 사람을 압박한다. 어느 쪽도 패를 바꿀 수 없는 상태가 될 때까지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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