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28 vote 0 2023.04.10 (08:59:54)

    유태인들은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다가 나온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영국인들은 선조들이 독일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인도유럽어를 쓰는 민족은 코카서스에서 발흥하여 동으로는 이란과 인도로 갔고 서로는 게르만족이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한국인도 외부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일본의 선주민 조몬인은 5퍼센트가 남아있다. 빙하기 이전에 정착한 선주민의 유전자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보는게 맞다.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동물이다. 철기와 등자의 발명과 같은 신기술이 이동의 촉매제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철기 문명과 등자의 전래에 의한 기병의 출현에 의해 고대국가로 성장했다. 초기 사로국의 면적이 걸어서 하루 동안 갈 수 있는 크기라면 중대의 신라는 말을 타고 하루 동안 갈 수 있는 크기다. 한국인들은 조상이 이동해 온 사실을 부정하려고 한다.


    자연발생설을 추종한다. 그럴 리가 있나? 어원을 연구해봐도 대부분 중국 북쪽에서 이동해 온 것이 맞다. 그곳은 흉노의 땅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고조선이 흉노의 왼팔이라고 기록해 놓았다.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코웃음을 친다. 그럼 한무제는 고조선에 왜 쳐들어왔지?


    북경은 한반도와 가깝지만 한나라의 수도 장안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비용을 들여 멀리까지 온 데는 이유가 있다. 흉노의 동맹세력을 제거하려 한 것이다. 고조선의 잔존한 무리가 신라를 건국한 사실은 명백하다. 흉노에서 고조선, 신라로 이어지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흉노는 민족이 아니다. 인디언의 라코다와 비슷한 것이다. 유목민은 늘 이동하기 때문에 대규모 부족동맹을 만든다. 원래는 평등한 동맹체지만 걸출한 실력자가 나타나면 제국의 면모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흉노제국으로 알지만 실상은 그냥 유목부족 연합이다. 


    우리가 민족이라는 단어, 제국이라는 단어에 속으면 안 된다. 그보다는 신기술의 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흉노의 성립기에 갑자기 백인과 동양인의 유전자가 섞인 사실이 확인된다. 그 이전에는 유전자가 섞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흉노는 민족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다. 


    유목은 수렵과 목축을 거쳐 농경보다 늦게 시작된 것이다. 유목민이 농경민보다 기술이 발달해 있다. 이동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동하면 충돌한다. 충돌을 막으려면 그만한 힘이 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쇠와 말로 본다. 기병이 핵심이다.


    우리는 중국 기준으로 사고한다. 전제왕권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평등한 화백회의를 부족국가 관습으로 생각한다. 그게 편견이다. 중국 영향을 받아 왕권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발전이면서 퇴행이다. 일본은 근래까지 왕이 통치하지 않았다. 원시적인가?


    일본은 섬이라서 그렇고, 신라는 한반도 귀퉁이라서 그렇다. 지정학적인 이유다. 고구려와 백제는 중국과 전쟁하느라 일찍부터 왕권이 강화되었다. 신라가 탁부와 사탁부, 매금왕과 갈문왕의 이원집정부제 형식을 가진 것은 자연스럽다. 원시적인게 아니라 선진적이다.


    그리스의 민주정치도 오래가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원시적이어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로마가 침략해서 망한 것이다. 매금왕과 갈문왕의 공동통치가 아니면 화백회의는 존재할 수 없다. 로마도 집정관을 두 명으로 박아놔야 원로원의 기능이 작동한다. 한 명이면 망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274 노무현과 문재인의 운명 김동렬 2023-04-18 2793
6273 시스템적 아이디어 김동렬 2023-04-18 2087
6272 초기 신라사의 수수께끼 김동렬 2023-04-17 3239
6271 원인 중심의 사유 2 김동렬 2023-04-16 2260
6270 에너지와 권력 김동렬 2023-04-14 2483
6269 권력과 균형 김동렬 2023-04-14 2010
6268 코끼리를 고질라로 키우는 김기현 2 김동렬 2023-04-13 2544
6267 원자설과 원소설 김동렬 2023-04-12 1986
6266 초보자용 구조론 김동렬 2023-04-11 2107
6265 전광훈이 폭주하는 이유 김동렬 2023-04-11 2625
6264 신라가 흥한 이유 김동렬 2023-04-10 2629
6263 독고다이 윤석열 김동렬 2023-04-10 2582
» 흉노와 신라 김동렬 2023-04-10 2028
6261 갈문왕의 수수께끼 김동렬 2023-04-09 2014
6260 구조론 1분 스피치 김동렬 2023-04-08 1969
6259 추신수와 이소연 김동렬 2023-04-07 2584
6258 량이 결정한다 김동렬 2023-04-04 2618
6257 내시균형 엔트로피 구조론 3 김동렬 2023-04-04 3434
6256 4.3 그리고 빨갱이 1 김동렬 2023-04-03 3383
6255 노재헌과 전우원의 깨우침 김동렬 2023-03-31 3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