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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52 vote 0 2023.03.15 (12:58:15)

    문명과 야만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벽이 세워졌다. 아닌 것을 보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 눈치를 보던 시대는 지났다. 도구의 차이다. 컴퓨터가 보급되면 아는 사람이 컴맹에게 고개 숙일 이유가 없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야 한다.


    구조론 사람은 우리가 80억 인류의 맨 앞에 서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아는 사람은 쓰는 언어가 다르다. 그 이전에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 이전에 보는 방향이 다르다. 그것은 비가역적이고 비대칭적이다. 모르는 사람이 자력으로 올라와야 한다.


    리더는 무리와는 다른 지점을 바라본다. 무리는 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만 리더는 집단의 중심을 찾는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 이래 인류의 사유는 개체에 매몰되어 결정론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조차도 삽질을 반복하는 이유다.


    양자역학이 개체가 아닌 집단을 해석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양자역학이 인간의 경험적 직관과 어긋나는게 아니라 인간이 고정관념에 잡혀 있는 것이다. 개체를 넘어 집단을 보는 사유는 열역학이 처음 시작했지만 열역학은 결과 측에 매몰된 귀납적 해석이다.


    전모를 보지 않았다. 게임이론은 같은 것을 원인 측에서 본다. 역시 전모를 보지 않았다. 단서를 남겼을 뿐이다. 게임이론은 힘의 이론이다. 게임은 힘이 있는 쪽이 이긴다. 자연이든 인간이든 의사결정은 힘의 우위를 따라간다. 투박하지만 의사결정 구조를 본 거다. 


    언제나 결과를 해설할 뿐 원인을 건드리는 사람은 내시 외에 없었다. 경제학이 인류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 증거는 없다. 결과가 나온 뒤에 해설하여 납득시킬 뿐이다. 언제나 뒷북 친다. 경제학은 인간이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 것을 막아줄 뿐 선제대응을 못한다. 


    사건의 원인 측을 조절하려는 자세가 없기 때문이다. 내시균형과 열적평형은 같다. 게임이론과 열역학은 구조론에서 통합된다. 게임이론은 원인을 제시하고, 열역학은 결과를 보고하고, 구조론은 양쪽을 연결하여 경로를 추출한다. 비로소 핸들링을 할 수 있게 된다. 


    문명이 야만 앞에서 큰소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나은게 없어서다. 2차대전의 교훈이 그것이다. 문명이 야만보다 못하다. 자동차는 가졌는데 운전기술이 없다. 20세기 후반을 지배한 탈근대 사조는 문명이 야만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시대는 그럴 만했다. 


    이제는 다르다. 손에 쥔 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차만 있는게 아니고 운전기술도 있다. 진보가 보수에게 잔소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꾸짖을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 솔직히 그동안 진보가 시도한 거의 모든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왜 진보는 항상 실패하는가? 힘을 다룰 줄 모르기 때문이다. 진보는 현장을 모르면서 힘도 없이 삽질을 반복하고 보수는 힘을 휘둘러 악행을 저질러 온 것이 프랑스 혁명 이후 근현대사다. 힘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힘은 내부에서 나온 자발적인 힘이어야 한다.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인 이유가 있다. 인간들이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듣게 만들 그 무엇이 지식인에게 없다. 지식인이 진정한 지식이 없다는게 이 문명의 결함이다. 지식인이 하는 소리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상대방 죄수를 믿어달라는 소리다. 


    그런 소리가 먹히겠는가? 그것은 인간의 본능과 어긋날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냥 하라고만 말할 뿐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이것을, 왜 하필 여기서, 왜 하필 내가 해야, 당장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인간은 해본 것만 한다. 


    정보화 시대에 세계는 역주행이다. 반지성주의가 판을 친다. 음모론이 악취를 피운다. 종교가 기승을 부린다. 왜 역사가 거꾸로 가는가? 총은 있는데 사격술이 없으면 이렇게 된다. 자동차는 만들었는데 핸들을 만들지 않았다. 이 문명은 분명 결함 있는 문명이다. 


    혼란은 오래 가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에 지식인의 좋은 시절은 다시 돌아온다. 지와 무지를 가르는 명확한 선이 그어졌다. 문명과 야만 사이에 벽이 세워졌다. 지식인이 시답잖은 도덕의 논리로 폼잡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힘의 논리로 밀어볼 수 있게 되었다.


   문명은 개체 중심에서 집단 중심으로 바뀌었다. 인류는 1차원 문명에서 2차원 문명으로 도약한다. 개인전은 지가 무지를 이길 수 없지만 단체전은 지가 무지를 이긴다. 개인이 도덕을 내세워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집단은 영국신사 같은 도덕 필요 없다. 


    실력으로 눌러버리면 그만이다. 집단의 실력이 도덕이다. 집단의 실력이 진보다. 그런 시대가 되었다. 도구를 쥔 자가 룰을 정한다. 집단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여 자발성을 끌어내는 자가 이긴다. 철 지난 도덕타령은 적과 대결구도에서 에너지를 끌어내는 삽질이다. 


    자발성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군중을 격동시켜 타발성의 힘을 끌어내려고 적과 비교하다 보니 도덕타령이 나오는 것이다. 정신적 요소를 들고나온다면 이미 꼬리를 내린 상황이다. 진정한 도덕은 선의에서 타오는게 아니라 타인과 협력할 수 있는 준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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