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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68 vote 0 2023.02.14 (16:25:35)

    지식인은 옳고 그름만 논하고 현실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것으로 암묵적인 규칙을 정해놓고 있다. 항상 숨은 전제가 있다. 그 수법으로 자신이 도덕가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지만 도덕가는 도덕적이지 않다. 속임수를 쓰기 때문이다. 교활한 도덕 장사에 불과하다.


    진보팔이가 진보는 아니고 도덕팔이가 도덕은 아니다. 팔아먹을게 그것밖에 없다는게 비참한 거다. 인간이 궁지에 몰리면 마지막으로 자기 몸뚱이를 판다. 도덕을 팔고 진보를 팔고 영혼을 판다. 그렇다면 눈을 감고 싶은 현실은 무엇인가? 그것은 통제가능성이다. 


    다른 말로 권력이다. 권력구조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다. 신라가 발전한 이유는 골품제 덕이다. 신라가 망한 이유도 골품제 탓이다. 골품제는 조건부로 신분상승을 허용하는 제도다. 일본은 근대까지 골품제가 있었다. 풍신수길은 골품이 없어 귀족의 양자가 되었다. 


    신라는 6두품이 당나라로 도망쳤고 일본은 당나라와 거리가 멀어 괜찮았다. 한국은 부사관이 6두품이다. 학벌이 골품제다. 고구려와 백제는 골품제가 없어 귀족들 간의 내분이 끝이 없었다. 귀족은 서로 평등하다. 그러므로 의사결정을 못한다. 결론이 안 나버려. 


    원로원은 평등하므로 두각을 드러낼 수 없다. 출세하려면 민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결국 군인만 출세할 수 있다. 군인황제 시대로 가는 이유다. 군단병이 호민관으로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역사를 결정한다. 원로원에 맞서 평민의 이익을 지키는 사람이 왕이 된다.


    골품제도가 있으면 6두품과 결탁한 진골이 권력을 잡는다. 같은 귀족 무리 안에 서열이 만들어져서 내란이 멈춘다. 김유신, 김춘추의 동맹이 유명하다. 신분상승을 원하는 자들이 김유신 휘하로 대거 몰려들었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예니체리와 맘루크를 들 수 있다. 


    신분을 보장하는 대신 제한이 걸린다. 예니체리는 끌려와서 가족이 없고 맘루크는 노예라서 견제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들은 나중에 배신했다. 로마는 근위대를 키웠다. 근위대는 원로원에 귀족인맥이 없으므로 견제받지 않는다. 근위대 역시 보기 좋게 배신했다.


    고려는 문벌귀족의 나라다. 무신은 예외다. 무신은 평민 출신이므로 견제받지 않는다. 고려 무신정치, 오스만 예니체리, 이집트 맘루크, 로마 근위대는 공통적으로 신분상승에 제한이 걸린 변방의 무리가 그 제한을 뚫고 권력을 장악했다는 점에 패턴이 일치한다. 


    6두품이 들고 일어나서 진골을 조져버린 셈이다. 반대로 신분상승이 제한된 사람이 주군에게 충성을 바쳐서 성공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옥타비아누스를 섬긴 아그리파가 있다. 아그리파는 평민 출신으로 출세에 제한이 걸려서 충성을 바치다가 과로사했다. 


    그 반대 인물은 세야누스다. 티베리우스 황제는 세력기반이 없는 근위대장 세야누스의 충성심을 믿고 권력을 맡겼다가 가문이 몰살되었다. 아마 티베리우스가 선대에 있었던 아그리파의 충성심을 보고 같은 케이스로 착각한 듯하다. 신분 간 동맹은 때로 위험하다.


    김유신은 김춘추를 죽이지 않았다. 세야누스가 될 수 있었는데 아그리파로 만족했다. 중국은 춘추전국 시대의 식객들이 그런 일을 했다. 식객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아무리 출세해도 국내에 세력기반이 없으므로 왕이 될 수 없다. 재상이 되어도 쿠데타를 못한다.


    식객은 적당히 부려먹고 추방하면 된다. 한비자의 세난이 이를 말하고 있다. 중국이 통일되자 식객이 사라지고 중국은 망했다. 한국은 섬 출신 김대중, 시골 출신 노무현, 북한 연고 문재인이 세력기반이 없거나 약한 아웃사이더다. 견제를 덜 받는 변두리 출신이다.


    다들 만만히 보다가 당한다. 중앙의 세력가 입장에서 동맹하기 좋은 포지션이다. 누구도 천한 된장팔이 출신의 풍신수길을 견제하지 않았다. 혼노지의 변이 일어나자 어부지리를 챙겼다. 풍신수길은 적절히 기회를 잡아서 아그리파에서 세야누스로 갈아탄 것이다.


    공식이 있다. 로마 오현제 시절 다섯 황제의 공통점은 양자 신분이라는 것이다. 옥타비아누스도 양자다. 카이사르는 귀족 출신이지만 멸문 직전까지 몰렸던 아웃사이더 귀족이다. 이성계, 이방원, 세종, 세조는 적장자가 아니다. 영조, 정조도 쪽문으로 들어간 셈이다.


    적장자 세습군주는 대개 몰락했다. 견제받지 않는 왕은 망한다. 타고난 귀족이 성공한 경우는 없다시피 하다. 그나마 조선은 신하들이 엄청나게 왕을 갈궈서 적장자로 성공한 왕이 많은 편이다. 중국사는 처참하다. 로마사도 마찬가지. 적장자는 죄다 개새끼였다.


    왜 역사가 이렇게 될까? 동맹이 가능한 구조 때문이다. 코어와 대칭이다. 여포와 진궁의 동맹은 실패했다. 정몽주, 정도전과 이성계의 동맹은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옥타비아누스와 아그리파는 완벽했다. 유비, 관우, 장비도 나쁘지 않았다. 조조는 동맹의 달인이다.


    서로 약점을 메워주는 동맹이라야 한다. 포지션 겹치면 망한다. 옥타비아누스의 노회한 정치술과 아그리파의 과묵한 지휘술은 궁합이 맞다. 케인과 손흥민은 원래 잘 맞는 궁합인데 잦은 초반 실점 때문에 만회하느라 케인이 너무 전방으로 올라가서 궁합이 깨졌다. 


    귀족은 인맥을 다져서 세력을 만들 수 있지만 견제를 받는다. 키케로와 카토, 브루투스 등은 귀족 인맥 믿고 깝치다가 죽었다. 적절히 군사분야의 실력자와 동맹을 맺었으면 이겼을 텐데 말이다. 평민은 견제받지 않는 대신 세력이 약하다. 김유신은 신분이 애매하다. 


    김유신은 진천 출신으로 경주 진골귀족의 견제를 받지 않았다. 변두리 출신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는가? 김춘추와 동맹을 맺었다. 여왕 선덕이 죽자 비담과 염종의 입궁을 막고 쿠데타를 했다. 식자들은 춘추유신 동맹의 쿠데타로 본다. 비담, 용수는 불교 이름이다. 


    춘추, 유신은 유교 이름이다. 결이 달랐던 거다. 유교파가 불교파를 쳤다. 왕건은 패서 출신인데 반은 중국인이고 반은 한국인이다. 패서는 신라와 당나라 어디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당에서 따지면 신라라 하고 신라에서 따지면 당이라고 한다. 일종의 완충지대다.


    역시 동맹을 맺기에 좋은 포지션이다. 견훤은 상주에 기반이 있는데 경주와 너무 가깝다. 궁예는 신라 왕족 출신이라 껄끄럽다. 변방의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왕건이 날로 먹은 것이다. 이성계, 김유신, 왕건의 출세공식은 같다. 흥무대왕으로 추존된 김유신도 왕급이다.


    역사에는 패턴이 있다. 모택동과 강청의 동맹, 윤석열과 쥴리의 동맹,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동맹은 몰락공식이 같다. 왜 카이사르는 신이 되려고 했을까? 이집트는 신이 통치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시스 여신의 현신이다. 이집트와 로마의 동맹은 공고했다. 


    로마를 거의 이집트가 먹여살렸다. 이집트는 신이 통치하는 왕국이므로 로마도 신이 통치하는 왕국이 되어야 라임이 맞잖아. 물론 카이사르는 이런 발칙한 상상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카이사르의 유언장에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리온에 대해서는 한 줄도 없었다. 


    클레오파트라를 이용하여 애드벌룬을 띄워보고 먹히지 않으면 팽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설마 카이사르 유언장에 내 이름이 없겠냐 하고 유언장을 보겠다고 로마까지 왔다. 쥴리와 굥의 관계가 그러하다. 애드벌룬을 띄워서 민심을 떠보는 술책이다. 


    먹힌다 싶으면 밀고 아니다 싶으면 말고 간을 본다. 쥴리가 나대는 이유다. 모택동은 쪽팔려서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강청을 이용하여 뱉은 것이다. 혁명원로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데 제 손으로 왕관을 쓸 수는 없고 강청이 사인방을 부려서 언론에 띄워본다.


    요거 좋네. 기가 막히네. 요런 꼼수가 먹히네. 캬캬캬. 윤핵관은 쥴리가 애드벌룬 업무를 직접 하고 있으니 망한다. 김기현의 탄핵타령이 망한 애드벌룬이다.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 때문에 죽은 것이다. 겁도 없이 신이 되려고 했던 이유로. 죽은 다음 신이 됐지만.


    사실은 간만 보려고 했는데. 아그리파가 신분의 한계로 대권을 노릴 수 없고 김유신도 신분의 한계로 왕이 될 수 없으니 동맹으로 안성맞춤이다. 관우, 장비도 마찬가지다. 강청 역시 주석이 될 수 없다. 견제를 덜 받는다. 강청은 회의석상에서 말하지 않아도 된다.


    공식 직함을 가진 혁명원로가 말하면 그런 말은 회의 때 해야지 왜 언론에 흘리냐고 따질 수 있다. 회의 때 말하면 부결시켜 버린다. 그러나 강청이 4인방이 장악한 언론에 흘리면 원로들도 할 말이 없다. 주은래가 강청의 애드벌룬 작업을 막을 방법이 없는 거다.


    모택동은 회의석상에서 할 수 없는 말은 강청에게 시키고, 김춘추는 진골 귀족의 피를 손에 묻히는 궂은일을 김유신에게 전담시켰다. 김유신은 쿠데타 직후 진골귀족 30명의 목을 자르고 9족을 멸했다. 카이사르는 쪽 팔려서 못하는 말을 클레오파트라에게 시켰다. 


    역사라는게 다 그런 식으로 뒷구멍으로 붙어먹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합이 맞는 동맹을 만드는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괜찮은 윈윈 동맹도 있었고 나쁜 제로섬 동맹도 있다. 나는 알고 있다. 너희 특권 귀족들이 뒷구멍으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다 붙어먹는다.


    어느 나라든 공식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있고 언론을 이용해서 공작하는 뒷구멍이 있는데 뒷구멍이 대문을 압도하는 나라는 망한다.


[레벨:30]스마일

2023.02.14 (17:10:51)

조선시대는 신하가 왕을 갈궜고

민주화된 지금은 국민이 신하를 갈굴차례다. 

지금은 중간세력(기득권, 법조세력)들이 동맹을 맺어 힘을 발휘하니

지금 상황이 조선후기나 고려무신시대같다.


맹자정신은 조선시대는 신하세력에게 

왕의 견제할 수 있는 이념을 제공했다면

민주화된 지금은 국민에게 이념을 제공하니

지금 맹자정신을 발휘해서

끊임없이 중간세력을 갈궈야한다.

[레벨:30]솔숲길

2023.02.15 (06:59:01)

변방의 아무것도 존재인 왕건이 날로 먹은 것이다. => 아무것도 아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3.02.15 (08:56:18)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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