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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470 vote 0 2004.01.24 (17:47:41)

“민중의 기.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식어 굳기 전에 혈조는 깃발을 물들인다. 높이 들어라. 붉은 깃발을. 그 밑에서 굳게 맹세해. 비겁한 자야. 갈테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

인용된 노래가사는 강우석의 영화 ‘실미도’에 나오는 적기가(赤旗歌)로 알고 있다.

『 조선일보를 고쳐쓰자? 친일 이광수 최남선 등의 민족개조론 이후 최대의 얼빠진 생각이다!. 』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의 미션(mission)은 무엇일까? 필요한 것은 ‘행동통일’이다. 민중은 흩어져 있기에 뭉치는 방법으로만이 자신의 존재의미를 실현할 수 있다. 우리는 고작 그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다수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딴소리를 하는 사람은 솎아내야 한다.

설사 우리들의 가는 길에 오류가 있더라도 흩어지는 것 보다는 함께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리더는 민중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일은 애초에 제안하지 말아야 하며, 한번 길을 제시했다면 반드시 그 끝을 보아야 한다.

때로는 장애물을 발견하고도 그대로 치고나가야 한다. 때로는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그대로 밀어붙여야 한다. 거함이 진로를 변경하려면 매우 큰 선회반경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오판했던 것일까? 천만에!
진중권류 딴소리 전문 탈근대 패밀리의 입장은 조선일보가 맘을 고쳐먹고 지금부터라도 잘 하면 기고할 수도 있다는 식이다. 즉 조선일보가 나쁜 짓을 하기 때문에 기고하지 않는 것이며, 앞으로 조선일보가 변한다면 밀어줄 용의도 있다는 식이다. 위험하다.

조선일보가 좋아졌다고 치자. 3.1만세 후 일본이 문화정책으로 바꾸었다 치자. 그것이 과연 좋아진 것일까? 그들이 맘을 고쳐먹은 것일까? 검증은 가능한가? 판단은 누가 하는가? 그들이 며칠 부드럽게 나가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은 애초에 시도하지도 말아야 한다. 민중이 다 함께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일은 제안해서 안된다. 모두가 함께 하든가 아니면 하지 말든가이다.

만약 조선일보가 좋아지려 한다면 그들을 씹어서 나쁜 짓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조선일보가 개과천선 하려는 모습이 포착되면 더욱 공격해서 개과천선할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왜? 문제는 인간의 양심에 있지 아니하고 시스템의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알아야 한다. 일본인의 양심에 털이 나서 조선을 침략한 것이 아니라 군국주의 시스템에 구멍이 나서 조선을 침략한 것이다. 양심은 바로잡아질 수 있지만, 시스템은 수선되는 것이 아니라 폐기되는 것이다. ‘도스’를 잘 수선해서 ‘윈도’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걍 폐기하고 하드를 포맷한 다음 윈도를 새로 까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오판했던 것일까? 천만에!
게임의 법칙이 있다. 축구시합이라 치자. 조직력이 강한 팀과 개인기가 강한 팀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알 수 없다. 권투시합이라 치자. 아웃복서와 인파이터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알 수 없다.

그러나 두 팀이 둘 다 개인기를 위주로 하는 팀이라면 그 중 개인기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팀이 무조건 이긴다. 둘 다 아웃복서라면 리치가 조금이라도 더 긴 선수가 무조건 이긴다. 두 선수가 다 인파이터라면 펀치력이 더 센 선수가 이긴다.

이건 승부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선수들 간에 천적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우리당이 개혁이슈를 선점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도 같이 개혁경쟁을 벌이면? 의제를 선점한 우리당이 무조건 이긴다. 요는 누가 의제설정을 하는가이다. 즉 ‘게임의 룰’을 누가 정하는가이다. 게임의 법칙? 간단하다. 무조건 룰을 정한 쪽이 이긴다. 그것이 게임의 법칙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우리당이 선점한 의제에 동의하는 즉 항복선언이 된다. 상대방이 정해놓은 룰로 상대방의 홈그라운드에서 시합을 치르는 셈이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책사가 있다면 절대로 개혁경쟁을 벌여서 안된다. 그건 자살행위와 같다.

(서프앙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향해 개혁경쟁을 벌이자고 촉구하고 있지만 이는 ‘너 죽어라’는 자살권유와 같다.)

절대로 상대방이 설정한 의제에 동의해서 안된다. 180도로 다른 의제를 들고 나와야 한다. 우리당이 ‘개혁’이라는 의제를 들고 나오면 그들은 ‘무능정권 심판’이라는 다른 의제로 응수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우리당이 선점하고 있는 개혁의 의제에 동의한다면?

그 경우 개혁이 잣대가 되고, 개혁이 판단기준이 되고, 개혁이 곧 룰이 된다. 시합의 룰을 우리당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본질은 누가 심판을 정하는가이다. 우리당의 홈그라운드에서 우리당이 정한 심판을 두고 시합을 한다.

무엇인가? 이건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이다.  

사태의 본질은 구조와 시스템이다
왜 조선일보는 나쁠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왜 나쁜가와 같다. 만약 그들이 선(善)하면 100프로 패배하게 되어 있다. 그들은 악해야지만 약간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역사에서 선과 악은 결코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옳고 그르고의 차원이 아니다.

구조이고 시스템이다. 본질을 보아야 한다. 각자는 자기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다만 그 결과가 이렇게 되었을 뿐이다.

조선일보가 뭔가를 몰라서, 조선일보가 멍청하게 오판을 해서, 판단을 잘못해서 저렇게 되었다고 믿는다면.. 참으로 순진한거다. 일제가 나빠서.. 일제가 오판해서 조선을 침략했다고 믿는다면 참으로 엄청난 착각이다.

조선일보의 그들이 수천여명의 직원들에게 연봉 8000씩을 앵겨주면서 회사를 유지하는 데는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일제는 조선을 침략하지 않고는 도무지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조선일보가 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신문사 벌써 문닫았다.
알아야 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만약 일제가 조선을 침략하지 않았다면? 군국주의 정권은 진작에 무너졌다. 아마 일본은 내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일본은 조선을 침략하는 방법으로, 일본 내에서 625와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막은 것이다. 즉 그들은 최선을 다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개과천선?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그들은 악할 때에만 존재의미가 있다. 일본의 개과천선? 핵폭탄을 맞기 전까지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원초적 불능이다. 일본이 착해져서 조선을 침략하지 않았다면? 중일전쟁 및 중국의 국공내전에서 일어난 대학살, 스탈린의 집권과정에서 일어났던 자국민의 대량도살이 일본에서도 일어났다.

그러므로 우리가 조선일보를 돕는 길은 하나 뿐이다. 조선일보가 세상의 모든 악을 독점하도록, 세상의 모든 악을 조선일보 하나에 몰아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썩은 것이 곪아 터지고, 고름이 나오고, 종기가 터진 다음, 완벽하게 부패하여 완벽하게 해체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의 섭리다. 곰팡이는 분해자이다. 곰팡이는 곰팡이 대로의 역할이 있다. 그대여! 부디 곰팡이를 개과천선시켜 장미꽃으로 만들지 말라. 그건 억지다. 그건 섭리에 어긋난다. 곰팡이는 곰팡이짓을 하도록 내버려 두라!

악취는 좀 나겠지만 그것이 곪고, 그것이 썩고, 그것이 발효되고, 그것이 곰삭아서, 완전소멸에 이르는 1사이클을 통과하지 않고 생태계의 선순환은 절대로 없다. 이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또한 거대한 생태계의 한 부분임을..!

그러므로 우리는 조선일보가 썩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조선일보가 악이라면 그 악의 끝을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그 악을 미학적으로 완성시켜야 한다. 악의 제왕에 등극시켜야 한다. 그 끝을 보지 않고 중간에 돌아오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먼저 이 이치를 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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