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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57 vote 0 2022.09.07 (13:48:15)

    존재는 장의 방향전환이다. 이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물리량의 불연속성과 통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원자나 소립자의 존재는 부정되며 오직 장의 방향전환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입자라고 부르는 것은 거쳐가는 중간단계일 뿐 궁극의 원소가 아니다.


    라부아지에의 열소Caloric와 같다. 그것이 있다고 가정하고 계산하면 잘 들어맞는다. 라부아지에가 부정한 플로지스톤도 마찬가지다. 잘 안 되면 플로지스톤이 음의 질량을 가진다고 둘러대면 된다. 과학계에서 한동안 열소가 각광받은 것은 현실적으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틀렸다. 원자는 잠정적으로 유용한 개념이지만 틀렸다. 열소가 없듯이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없다.


    음양설, 오행설, 사원소설도 봉건시대에 잠정적으로는 유용한 개념이었다. 당시에는 많은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 사원소설은 불을 물질의 일종으로 본다. 틀렸다. 주산을 버리고 컴퓨터를 쓰듯이 더 좋은 것이 나오면 낡은 관념을 버려야 한다.


    비유하면 원자론의 우주관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거미줄에 물질이라는 벌레가 걸려 있는 모습이다. 원자가설의 문제는 물질 외에 시간과 공간을 별도로 해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벌레는 없으며 씨줄과 날줄 사이의 교차점이 물질이다. 거미줄은 모두 풀려서 긴 한가닥의 선이 된다. 공간이 씨줄이고 시간이 날줄이라면 물질은 교차점이 되며 시간과 공간에 대한 별도의 해명은 필요없다. 방향은 공간, 전환은 시간,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방향의 교차점은 물질이다.


    하나의 방향전환이 하나의 존재자다. 방향전환을 존재의 기본단위로 삼아야 한다. 고대와 중세의 철학자와 연금술사가 원소설을 세우면서 원소에 기대한 것, 혹은 근대의 과학자들이 원자가설을 세우며 원자개념에 기대한 것을 장의 방향전환은 모두 반영하고 있다. 커버가 된다. 원자나 원소가 없어도 우주는 훌륭하게 작동한다.


    열은 슬그머니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방향전환에 의해 활을 쏘듯이 불연속적으로 발사된다. 이 관점은 양자역학과 통하므로 많은 사고실험을 할 수 있게 한다. 난해한 열역학이나 전기의 여러가지 특성이 쉽게 받아들여진다. 오컴의 면도날처럼 위력적이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단번에 밀어버리고 핵심을 찌른다.


    양자역학의 최신 성과는 디지털 우주론을 향해 나아간다. 우주가 방향전환이라면 방향은 정보이며, 정보는 계산할 수 있으므로 우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같다. 이론적으로는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방법으로 우주를 하나 더 만들 수도 있다. 고수는 바둑알이 없어도 바둑을 둘 수 있다. 원소나 원자가 없어도 우주는 작동한다.


    자극하면 반응하는 것이 존재다. 반응한다는 것은 반대방향으로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존재는 외부에서의 작용 <- 에 대해 내부의 ->로 맞선다. 반응하려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구조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갑자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계 내부에 미리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있었고 생겨나지 않으며 사라지지 않는다. 내부에 감추어져 있다가 자극하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방향전환이다.


    변화는 무에서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뚜껑이 열렸을 때 상자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변화는 방향전환이며 무에서 생겨나지 않으므로 실제로 변한 것은 없다.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어떤 둘 사이의 관계가 변할 뿐이다. 얽힌 관계를 풀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존재는 방향전환이며 그 상대적인 방향이 바뀌므로 겉보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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