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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685 vote 0 2021.05.10 (12:36:51)

    도지코인은 사기다


    달까지 올라간다며 코인을 띄우던 일론 머스크가 SNL에 출연해서 뻘소리를 하는 바람에 시장이 한바탕 출렁거렸다고. 일론 머스크 말대로 도지코인은 사기가 맞다. 그런데 사기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말 나온 김에 한술 더 뜨자. 사기라야 가치가 있다.


    이쯤 되면 이분법에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단세포들은 당황하게 된다. 까놓고 진실을 말하자. 세상에 가치있는 것 치고 사기 아닌게 없더라. 생각하자. 가치란 것은 과연 좋은 것인가? 사실이지 가치는 가치가 없다. 인간의 의사결정을 재촉하는 것이 가치있다.


    진리를 보려면 간이 커야 한다. 그대는 날것 그대로의 진리를 받아들일 만큼 강심장인가? 세상이 원래 이러한 모순에 의해 돌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데 지식인들은 어색해 한다. 왜? 잘난 지식인들은 무식한 군중 앞에서 폼을 잡으려 들기 때문이다.  


    그놈의 폼만 버리면 진실에 이를텐데 말이다. 진리는 역설이다. 앞으로 가는듯 뒤로 간다. 뒤로 가는듯 옆으로 간다. 사람 헷갈리게 한다. 깔끔하지 않잖아. 폼이 안 나잖아. 애매모호한 모습에 대중은 지식인을 의심한다. 별수 없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좋은 것은 변화를 재촉하는 것이다. 칼이 등장했다. 칼이 좋은가? 칼이 변화를 재촉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코인이 변화를 재촉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변화는 좋지만 계속 좋은 것은 아니다.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잠시 좋다. 거기에 권력의 이동이 있기 때문이다. 


    시골 똥개는 건강하지만 폼이 안 난다. 충무로 애견샵 강아지들은 근친교배를 해서 병약하다. 관리하기 힘든데도 인기가 있다. 도지코인은 사람을 애먹인다. 24시간 신경써서 째려봐야 한다. 수명도 길지 않다. 좋은 것은 원래 애를 먹인다. 진리는 폼이 나지 않는다.  


    그레샴의 법칙.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악화는 종이돈이고 양화는 금화다. 종이돈은 시중에 돌아다니고 금화는 금고 속으로 숨는다. 종이는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 인플레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가치없는 종이돈을 남줘버린다. 돌아야 돈인데 금화는 돌지 않는다. 


    가치가 없어야 가치가 있다는 역설을 왜 모르는가? 종이돈이 인플레를 유발한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나쁜 것인가? 돈값이 물건값보다 못한 게 인플레다. 돈이 물건보다 좋으면 사람들은 물건을 생산하지 않고 돈을 생산한다. 양화가 세상을 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플레가 자본주의를 먹여살린다. 물가는 적당히 올라야 한다. 물가가 내리면 재앙이 일어난다. 물가가 오르면 월급을 올리면 된다. 물가가 내리면 월급을 내리면 되는가? 물가가 내렸다고 그만큼 월급을 내리면 집세를 비롯해서 고정비 지출이 높은 사람은 죽는다.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이 욕을 하지만 물가가 내리면 사람이 죽어나간다. 가격은 양방향으로 조정할 수 없다. 인위적으로 인플레를 유발하여 돈값을 낮추어야 한다. 아베가 엔화를 낮추려고 별짓을 다 하지 않았던가? 미국이 엔화 가치를 높여서 일본을 박살냈다.


    돈이 가치가 있으면 세상이 망한다. 양화가 나타나면 안 되는데 한국은 부동산이 양화다. 양화가 경제발전을 가로막는다. 돈은 원래 나쁜 것이며 나빠야 한다. 그런 면에서 코인은 돈의 본래 의미에 충실한 나쁜 돈이다. 그 나쁜 넘들 중에서 도지코인이 가장 나쁘다. 


    좋은 것은 안전하고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안전하고 확실하고 믿을 수 있으면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 불안해야 일한다. 공산주의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고 좋기 때문에 확실히 망한다. 사람을 재촉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것은 항상 변하는 것이다. 


    변해야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시하므로 무리가 결속된다. 그런데 한 방향으로만 변할 수 있다는게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역시 골치가 아프다. 마이너스는 가능하고 플러스는 불가능하다. 가치는 떨어질 수 있고 오를 수 없다. 부동산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지금 위기다. 


    좋은 것은 좋지 않다. 지식인들은 당황하게 된다. 대중 앞에서 멋지게 폼을 잡아야 하는데 이렇게 골때려서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 지식인은 그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에라스무스는 소문난 인문주의자였다. 그가 카톨릭을 비판하였다. 


    마르틴 루터가 총대를 맸다. 파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가 총대를 매자 농부들이 흥분했다. 에라스무스의 아이디어가 좋았다. 카톨릭 사제단은 가짜다. 성경만이 진실이다. 농부들은 열광했다. 문제는 멈추지 않고 한술 더 뜬다는 점이다. 성경도 가짜다. 


    나는 하느님에게 직접 계시를 받는다. 마르틴 루터의 추종자들이 농민반란을 일으켰지만 진압되었다. 마르틴 루터는 농민들로부터 버려졌다. 처음 에라스무스가 진실을 말했다. 마르틴 루터가 실천했다. 에라스무스는 마르틴 루터를 말렸다. 이 사람 너무 오바하네.  


    수사를 환속시키고, 수녀를 결혼시키고, 수도원을 파괴하다니 너무 나간거 아냐? 마르틴 루터의 추종자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르틴 루터가 말렸다. 농부들아. 성경을 불태우고 성상을 파괴하고 뭐하는 짓이냐? 농부들은 마르틴 루터를 버리고 떠났다.


    너무 나간다. 조절이 안 된다. 누가 벌인 일인가? 에라스무스가 깃발을 들고 마르틴 루터가 벌인 일이다. 수습이 안 된다. 세상은 피곤한 것이다. 지식인은 인내심을 가지고 군중을 설득해야 한다. 딱 여기까지만 하고 스톱!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조절은 원래가 어렵다.


    코인도 그렇고 개혁도 그렇고 조절이 안 된다. 멈추면 죽고 가면 사는데 적당히 가지 못하고 너무 나간다. 역사가 이보전진 후 일보후퇴를 반복하는 이유다. 세상이 원래 이렇게 갈짓자로 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개혁도 갈짓자고 진보도 갈짓자다.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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