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
아킬레스와 거북이 중 누가 선두일까?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그러므로 아킬레스가 앞서는 상황과 거북이가 앞서는 상태는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다. 확률로만 파악될 수 있다. 한돌과 이세돌의 바둑이라면 누가 이기고 있을까? 이세돌이 이기는 상황과 한돌이 이기는 상황은 공존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운동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질, 입자, 힘의 구조 안에 운동이 있는 것이다. 그냥 운동은 없다. 우주 안에 움직이는 것은 없다. 쏜 화살은 날아가지 않는다. 날아가는 것은 화살이 아니라 화살과 지구와의 관계다. 발이 빠른 아킬레스는 한 걸음 앞서 출발한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 아킬레스는 정지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닫힌계의 발견을 주문한다. 사건은 계 안에서 성립한다. 아킬레스든 거북이든 주변의 공간과 상호작용한다. 이동은 원리적으로 없고 A에서 소멸하고 B에서 발생한다. 그 발생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주변의 관측자들이다. 구체적으로는 상호작용하는 것들이다. 주변에 물질이 없다면 공간과 상호작용한다. 공간도 없다면? 정지해 있다. 어쨌든 우리는 거북이를 추월해 있는 아킬레스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변에 무엇이 있다는 의미다. 주변의 물질이나 주변을 지나가는 광자나 혹은 암흑물질이나 공간과 상호작용해서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추월해 있는 상태를 성립시킨 것이다. 독립적으로 보면 아킬레스도 정지해 있고 거북이도 정지해 있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추월해 있는 상호작용구조를 도출한 닫힌계가 존재할 뿐이다.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추월할 필요가 없다. 주변공간과의 상호작용이 그렇게 출력해 준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추월해 있는 상태를 도출한다. 공간의 좌표를 배제하고 순수한 상태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우주 안에 아킬레스와 거북이뿐이다. 둘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어느 방향으도 달리든 마찬가지다.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입자와 힘과 운동과 량은 그냥 기술될 수 없으며 먼저 닫힌계의 상태 곧 질을 설정하고 이를 전제로 해서 기술해야 한다는 말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도 OS를 구동하지 않고 파일을 확인할 수 없다. 순서대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을 하기 전에 룰을 확정해야 한다. 축구든 야구든 협회에서 룰을 만들어 두었고 우리는 룰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시합을 한다. 누가 반칙을 하면 뒤늦게 규정집을 찾아보며 뒷북을 치는데 야수를 포수 뒤에 세우는 엉뚱한 감독이 나오기라도 하면 난리가 나는 것이다. 공간이든 시간이든 우리는 룰을 정하지 않고 막무가내였다.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다. 구조론의 아날로그, 디지털 개념은 의사결정지점이 외부에 대해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다. 구조론은 세상을 디지털로 본다. 그러므로 아킬레스와 거북이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는 없다. 아킬레스와 거북의 가장 가까운 거리는 아킬레스와 거북이 정하는게 아니라 주변의 관측자가 정하기 때문이다. 경마장에서는 말의 코를 기준으로 삼고 쇼트트랙은 스케이트날을 기준으로 삼고 100미터 경주는 가슴을 기준으로 한다. 결승선은 고정되어 있고 스케이트 날끝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구조론으로 보면 이는 아날로그다. 디지털 개념은 결승점에서 여러 명의 관측자가 각자 판단하여 투표를 하니 곧 확률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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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을 하기 전에 룰을 확정해야 한다."
- http://gujoron.com/xe/115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