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쾰른에 있는 어느 공원 벤치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코골고 자다가 새벽 4시쯤 기분이 묘해서 일어났는데, 배낭이 없어졌더군요. 잔뜩 실망해서 노숙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정처없이 걸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걸어 네델란드를 지나 벨기에를 지나는데, 슬리퍼를 신고 걸었더니 금새 발병이 나더군요. 거지꼴을 하고 길바닥에 퍼질러져 앉아있는데 넉넉하게 생긴 아저씨가 집에서 나오더니, 콜라와 과자를 주면서 힘내라고 했습니다.
곧이어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간호사였다면서 자기 집으로 절 데려가서 약도 발라주고, 밥도 먹여주고, 잠도 재워줬습니다. 그리고 기념으로 남편과 함께 셋이서 기념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거실에 있는 티비 위에 노부부가 아프리카 어린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띄였습니다. 저와 비슷한 포즈더군요. 물어보니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답니다. 그 이후론 최대한 거지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거지처럼 보였겠지만.
이후로는 멀끔한 사람보다는 저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과 친해지더군요. 주로 이민자들이 절 좋아했습니다. 잉글랜드 시골에 사는 폴란드인 술주정뱅이, 커피를 권하던 스코틀랜드의 자동차 정비공, 상어를 보았다는 베를린의 이주민 흑인 할배, 불교를 좋아한다던 약쟁이 흑인, 집시한테서 절 구하겠다고 보드카를 잔뜩 먹여놓고 아침이 되니 누구냐고 묻던 동네 양아치, 프랑스 여자와 결혼한 모로코 아저씨 등등. 왠지 저도 정이 가더군요.
전 문재인이 약자를 도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재인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친 겁니다. 그들이 잘 모르는, 그들이 가진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같은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본 겁니다. 힘을 모아 세력을 이루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문재인은 그들의 고개를 슬쩍 돌려서 자신이 강자임을 일깨워준 겁니다.
남한은 북한을 돕는 모양새를 취하면 안됩니다. 남한은 북한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북한은 돕는다는 작은 권력에 우쭐하면 안됩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도우려고 할 때, 그는 곧 상처받습니다. 당신의 선한 의도는 전혀 선하지 않습니다. 돕지말고 팀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와 나를 구분짓지 말고 함께 배에 올라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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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입국심사는 까다롭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칼레에서 입국 심사를 받는데, 심사원이 저에게 묻더군요.
"영국에 들어가려면 숙소를 기입해야 한다. 여행기간과 정해진 숙소의 명칭과 연락처를 적어라."
살짝 긴장하고는 어설픈 영어로 답했습니다.
"세계여행 중이라 정해진 기간과 숙소가 없다. 지금은 모르겠다."
와우! 챠우! 와우!
멋진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