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80521142442003
지난 금요일에 알게된 대구 현장체험학습 휴게소 사건 판결에 대한 생각으로 4박 5일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분들과 이 문제에 대해 나누고 쓰고 싶은 말들은 많았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 가 없었다. 난 왜 그랬을까?
그 선생님의 행동에 비해 판결이 과하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은 없지만, 새로 알게된 팩트를 생각하면 판결에 대한 분노보다는 과연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가 하는 안타까움이 더하다.
그리고 다들 팩트가 어디까지 인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팩트보다는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 학생이 출발할 때 장염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라. 장염이면 어디 갈 수가 없다. 장염 걸려보신 분들은 다들 알 것이다. 기운이 없어서 만사 귀찮다. 하루 정도는 계속 화장실 들락날락이다. 장속의 세균들을 모두 빨리 내보내기 위한 내장의 고육직책이다. 물론 나의 이 생각 역시 추측이나, 적어도 추측을 팩트로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팩트부터 확실히 하자. 이 부분은 조선일보 보도가 거의 맞았다. 조선일보는 처음 보도에는 판결이 과하다는 쪽으로 갔다가 팩트체크후 판결이 약간 심할 수는 있으나 유죄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조로 바뀌었다. 돌이켜 보면 조선일보가 사실보도 측면에서는 가장 근접했다. 약간 딴 얘기이긴 하지만 학폭분야도 조선일보가 기사를 가장 잘 쓴다. 다들 신문사는 분발 좀 해야 한다.
팩트를 좀더 정리하면 전화는 당시 상황에서 교사가 먼저 한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먼저 한 것으로 나온다. 해당교사는 총 인솔자로서 학교에 문의하지 않았다. 응급상황에서는 안전 메뉴얼 상 학교와 상의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휴게소 사무실이나 다른 기사에 나오듯이 어느 커피숍에 맡기지 않았다. 아이를 설득해서 체험학습에 데려가려 하였으나 아이가 가지 않겠다고 선택해서 휴게소 출발후 3-40m 이동후 차에서 혼자서 내렸다.
교사는 학교 관리자와도 학부모와도 휴게소의 담당자와도 소통을 시도하지 않았다. 물론 학부모와 소통은 하였으나 자초지종을 먼저 교사가 알리고 상의하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아이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이가 얼마나 놀라고 무섭고 당황스럽고 창피하고 형언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에 빠졌음에도 교사가 아이를 위로하고 공감하고 보호하려는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전체 인솔이 얼마나 중요한가? 체험학습의 목적도, 앨범촬영도, 정해진 일정도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그 순간 모든 가치는 아이에게 있다. 그 아이에게 대하는 태도가 대한민국 교육의 무게와도 맞먹는다. 그 여파가 지난 4박 5일의 내 삶과 선생님들에게 며칠 동안 포털 메인뉴스가 될 정도로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내가 거기 있었다면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을까는 자신이 없다. 정말 자신이 없다. 다만, 그 선생님이 어느 한 곳만이라도 연락했다면, 어느 한 주체와 충분히 소통했더라면,버스에 동승한 사람이 저경력 남자 교사가 아니라 경력이 어느 정도 있었던 여교사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앞으로 밝혀지는 추가적인 정보에 따라 내 생각이 달라질 수는 있기 때문에 나의 판단은 모두 잠정적인 것들이다. 며칠 시간이 지나니 이미 초기부터 도움을 주려던 전교조도 발을 빼려고 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인권이 부각되니 부담되는 눈치다. 허나 그렇더라도 아동학대판결에 관련하여 과연 그 선생님이 파면을 당할 정도로 큰 잘못을 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분명 이번 판결이 학생의 인권보호보다는 교육활동 위축과 누구 말대로 '보신주의'의 만연, 교사의 형식적인 교육시늉만을 부추길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답답하고 괴롭다. 지금이 과도기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기에...
이런건 팩트로 따지면 안 됩니다.
사실여부는 알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은 재판관의 소관이며
교사는 매뉴얼대로 해야 하는 것이고
매뉴얼이 없다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판결문을 읽어보았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교사에게 유리한 정보(아이가 장염이 걸렸다, 휴게소에 안전하게 인계했다, 부모에게 먼저 전화했다)를 바탕으로 교사를 두둔하니 사안에 대한 판단이 흐려집니다. 아동복지법이 과하긴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 큽니다. 메뉴얼을 만들긴 해야 겠으나 워낙 세분화되어 있어서 메뉴얼에 갖혀서 오히려 메뉴얼에 없는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당하게 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메뉴얼이 있기는 했습니다. 체험학습중 응급상황에서는 학교장에게 연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혼자서 해결하려던 것이 잘못이었죠.
매뉴얼대로 안했다면 구제방법이 없습니다.
사람이 잘못했으면 사람을 적임자로 갈아치우면 되고
시스템이 잘못했으면 시스템을 뜯어고치면 됩니다.
저는 보나마나 왜곡되었을 것이 뻔한 팩트는 논하고 싶지 않고
보통 이런 경우 사건 자체보다 사후대응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잘못되었다 해도 만회할 기회는 항상 있다는 거지요.
집요한 악질한테 걸렸다면 어쩔 수 없는 건데 그건 재수가 없는 거고
보통의 경우라면 백업이 있을 것인데 인솔자도 2인 이상일거고.
말씀하신대로 일반적인 메뉴얼은 있고 비상시 학교와 학부모에게 연락한다는 얘기는 있으나 학생 용변시 어떻게 한다는 메뉴얼은 없네요. 화장실 가는 문제를 비상시로 볼 것이냐 말것이냐의 문제인데 판사는 비상시로 인정했습니다. 비상시인데 학교측에 연락 안했다는 거죠. 동렬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이 다 맞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노력은 하지 않고, 교육청과 학부모는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기만 했지요. 해당 교사도 이렇게 사안이 커지리라고는 예상 못했습니다.
인솔자는 신규 남교사가 보조교사로 탑승했는데, 남교사라서 아이가 수치심을 더 느낄까봐 안내렸다는 얘기도 있긴 합니다. 아이가 교육계 유력집안에 외조부가 고소대리해주는 데만 천만원썼단 얘기도 들리네요. 동렬님이 앉아서 천리를 보시네요.
늘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고 배웠고, 이러한 논리 아래 대가 잘못하더라도 소가 늘 희생되는 상황이 비이비재했습니다. 인류의 존엄을 이야기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논리를 항상 이거 아니면 저거로 판을 깔아놓는 것이 쥐약입니다.
전제를 늘 의심해야 합니다. 진선미라는 대 전제아래 방법은 오만가지인데, 전제가 잘못되니 결과도 잘못되는 거라고 봅니다. 이상우 샘, 늘 고생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