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망스럽다..나는 아직 그 단어의 늬앙스를 모른다.
하지만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소녀의 블라우스에 묻은 소년의 흔적처럼..
왜냐하면 <소나기>는 나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 준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만화책이나 추리소설에 심취했던 나는 <소나기> 한번 제대로 맞았던 것..
완전 젖어버렸다..그 막강함.
<소나기>는 잔망스럽다..는 말로 끝이나 버린다.
나는 책장을 넘겨 다음 이야기를 찾았다..없다.
이게 끝이라고? 다음 학년 교과서에 나오남..화가 엄청 났다.
뭐 이런 글이 다있어..
말을하다 말고..씩씩..
작가를 찾아 가려고도 했다..
그게 문학이라는 것이었다.
그 날..그 겨울 밤을 기억한다..
국어 교과서를 들고 씩씩거리며 잠을 못 이루었던..
그리고 예감했다..
인생이라는 것이 맘대로 되지 않으며 굉장히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것을..
그렇다..
인생은 잔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