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서태지의 <소격동>에 대해서 김동렬님이 말한 내용에 힌트를 얻어
머리 속에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새벽에 두서없이 써보고
제 블로그(blog.daum.net/celestialian)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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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0일 서태지의 신곡 <소격동>의 음원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 뮤직비디오(일명 Taiji's cut)와 디렉터스 컷도 공개되었다. 이는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이 이미 공개된 이후의 추가 발표였다. 이번의 <소격동>은 아이유의 목소리로 해석된 것이 아닌 작곡가인 서태지가 직접 부른 것이었으므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 뮤직비디오에서는, 이전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 뮤직비디오에서 담기지 않았던 장면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큰 맥락에는 차이가 없었다.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이 나올 때부터 사람들은 이 노래에 담긴 의미를 해석했는데, 대체적으로 1980년대의 암울한 시대상과 연결시키는 것이었다.이는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1980년대이기도 하고, 그 당시 소격동에는 국군기무사령부가 존재했다는 사실 때문에 충분히 떠오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추측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링크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http://godofstudy.tistory.com/488
위의 해석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소격동의 국군기무사령부에서 ‘학원녹화사업’이 실시되어 애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기도 하였으며, 무위로 끝난 ‘청명 계획’이 준비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링크로 대신하도록 하겠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4/10/05/story_n_5933382.html?utm_hp_ref=korea
본인 또한 위의 해석에 대체적으로 동조한다. 하지만 본인이 느낀 것 중에 위의 글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은 부분들이 일부 있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글을 쓰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렇게 3명의 대통령이 재임하던 대략 39년 동안 헌정 질서가 유린되는 독재를 경험하였다.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다. 또한 그런 만행이 자행된 끔찍한 현장 또한 한 두 곳이 아니었는데, 서태지는 하필이면 ‘소격동’에 주목한 것일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전할 대상은 소격동이 아니면 안 되었을까.
소격동은 법정동인 삼청동에 소속되어 있는 행정동 중 하나로 한자로는 ‘昭格洞’이라고 한다.
http://www.seoul.go.kr/v2012/seoul/990908.html#a-5
昭는 ‘빛’을 의미하고 格은 ‘격식’ 또는 ‘법식’과 함께 ‘막다’, ‘가로막다’라는 뜻 또한 포함하고 있다.
http://hanja.naver.com/hanja?q=%E6%A0%BC
즉 소격동이란 이름은 ‘빛’이 (‘법’으로) ‘가로막힌’ 동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해석은 바로 뮤직비디오의 내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뮤직비디오 영상에서는 빛을 내는 전구, 가로등, 눈부신 햇살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소년과 소녀가 서로 만나고, 사랑을 키워가던 장면에서는 눈부신 햇살이 있고, 해가 이미 진 밤이라도 가로등 빛이 환하게 이들을 비춰주고 있다. 게다가 아이유와 서태지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도 백열전등과 태양광이 모두 사용된다.
그런데 이 눈부신 빛들은 등화관제 훈련이 있을 때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소녀는 등화관제 훈련 따위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히려 빛이 없는 순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년과 밀회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이었다. 이는 국가의 통제, 특히 독재의 강압적 규제를 전혀 따르고 싶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않고 표출하려는 의지일 수도 있다. 소녀가 소년에게 등화관제 훈련 시간에 밀회를 갖자는 쪽지를 전달하던 바로 그 시간, 백골단은 소녀의 집으로 쳐들어가 유린한다. 소년은 소녀의 쪽지를 보고 등화관제 시간에 나오지만 약속 장소에는 소녀가 나오지 않는다. 훈련이 끝나도록 소녀가 나오지 않자 결국 소녀의 집으로 찾아가는데,소년이 본 것은 아마도 목을 매고 자살한 소녀의 시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경악하면서도 슬픈 소년의 표정을 본다면, 아마도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등화관제와 이를 따를 생각이 없었던 소녀의 죽음은 바로 80년대 당시 실재하는 폭압적인 공권력을 상징한다. 등화관제로 모든 집의 불이 꺼질 때, 서태지와 아이유가 노래를 부르는 곳에서도 불빛이 사라진다. 이는 등화관제로 상징되는 어둠이 소년과 소녀가 사랑을 키워가던 시기의 눈부신 빛을 사라지게 하여, 이들 사이를 죽음으로 영원히 갈라놓았음을 나타낸다 하겠다. <소격동> 노래 가사에서 나온 ‘흰 눈’, ‘잠’, ‘밤’이라는 말이 시나 노래가사에서 죽음을 의미하는 클리셰인 것을 생각한다면, 뮤직비디오의 나온 소녀의 죽음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소년과 소녀를 갈라놓은 어둠, 즉 폭압의 독재는 바로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한국의 1980년대는‘빛의 도시’ 광주를 피로 유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당시 광주는 빛의 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빛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1980년대 내내, 광주 시민들은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야 했다. 이렇게 빛의 도시를 잃어버린 한국은 1980년대를 어둠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렇다면 등화관제로 불이 꺼진 소격동, 즉 빛이 법으로 가로막힌 동네는 바로 경복궁 옆에 있는 곳이 아니라 바로 1980년대의 대한민국 전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전 소년과 소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던 눈부신 빛이 있던 시기는 바로 광주민주항쟁 이전 1980년 ‘서울의 봄’ 시절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뮤직비디오에서 포니2 택시를 비롯하여 1980년대의 물건들을 보여주는데 왜 이리 집착했는지가 설명이 된다.
뮤직비디오 말미 눈이 내리는 밤, 서태지와 아이유는 소녀의 집으로 추정되는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는 눈이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이는 아직도 한국이 어둠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서태지의 메시지가 담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에서 눈과 어둠은 죽음을 나타낸다고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아이유의 시대인 지금에도 광주민주항쟁 같이 사람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일까?
사실 그렇게도 볼 수 있는 일이 지난 2014년 4월에 있었다. 바로 ‘세월호 참사’이다. 사고가 발생한 경위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사고 당시 해경이 인명의 구조에 소홀했던 건 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는 <소격동>의 앨범 그림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바다위에 떠 있는 소격동의 기와집, 그리고 계단을 오르는 흰 옷을 입은 얼굴이 없는 소녀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했던 소격동이 한국의 상징이라면 바다는 ‘세월호 참사’의 현장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며 흰 옷을 입은 얼굴 없는 소녀는 참사의 희생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에 뭐라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이 <소격동> 노래에서는 아마도 서태지 본인이 세월호 참사를 광주민주항쟁과 같은 의미가 있는 사건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아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렇게 빛과 어둠이라는 코드로 해석을 해야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반드시 배경이 1980년대여야 하며, 장소가 소격동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앨범 그림과 뮤직비디오가 어떤 상관이 있는 지가 하나로 꿰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상의 이야기는 본인 혼자만의 생각이고 한참 헛다리 짚은 것일 수도 있다. 본인은 전문적인 문화비평가도 아니고, 그쪽 방면의 전공공부를 해 본적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예술 작품에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 어느 날 밤 새벽에 갑자기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이상과 같이 두서없이 정리해 보았을 따름이다.
곱슬이님 댓글 이야기를 블로그에 더 추가 했습니다.
소격동에 소격서가 있었다는 사실을
글쓰다 보니 깜빡했네요. 감사합니다.
서태지의 금번 시기 마케팅 전략은 인정해야 겠네요.
계속해서 많은 말들이 오가는 것 보면 성공한 것입니다.
구조론 사이트에서 언급될 정도면 크게 성공한 것이겠지요.
그의 마케팅 전략을 분석한 글이 한번 읽고 싶어졌습니다.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일정 영업이익은 달성하잖아요.
금번에는 그게 더 클 듯.
'아이유 대동', '뭔가 있어 보이는 가사', '뭔가 있어 보이는 뮤직비디오', '예능 출연으로 신비주의 탈출했다는 보도들'
이런 것들이 서태지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장사는 참 잘하는 듯합니다
마케팅은 서태지의 전매특허죠. 자신의 진짜패를 마지막까지 숨겨놓고 짠 하고 보여주는거. 근데 그게 허접하지 않다는점.
글쓴님이 여러말씀을 해주셨는데 소격동 뮤직비디오를 보고 제가 제일 먼저 떠올린건
영화 '건축학 개론' 많이 참고했네.. 였네요.
이번에 나온 크리스말로윈? 이건 안봤지만 사진과 제목만 보곤 팀 버튼 영화 그쪽 느낌이 나는거 같고..
제가 서태지에 대해 일부러 부정적으로 말할려는건 아니고.. 서태지의 데뷔때부터 아니 그 이전 신대철의 눈에 띄어서 시나위의 멤버로 들어가서 음반을 준비하고 있던 꼬마시절의 서태지를 기억하는 저로써는 지금까지의 서태지의 행보를 지켜봐온 결과 그에 대한 생각이 긍적적인 부분보단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기에 어쩔 수 없는거 같네요.
물론 그에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이지아사건 이런건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그렇다쳐도 방송에서 서태지에 대한 특혜는 언제까지 되풀이 되야하는지 그것도 의문이네요.
컴백할때 마다 대대적인 홍보에 특집방송에.. 우리나라 방송역사상 대중가수에게 이런 특별대우를 해준 예는 서태지가 유일할겁니다. 왜 서태지만 특별대우를 받아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서태지에 대한 특별대우는 이제 그만 할때도 되었습니다.
전 서태지 음악 안 쳐줍니다,제 귀에는 안 들립니다.
왕실굿터 소격서가 있던 자리니 굿을 한 판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