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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큰바위
read 3120 vote 0 2013.04.01 (22:59:18)

깨달음은 삶에 차원이 있음을 말하는 단어다.

깨달음에는 한 번의 깨달음이 있지만, 그 이후로도 깨달음은 연속된다.

 

죽음에 대한 깨달음 - 죽음을 깨달음으로 삶을 깨닫는다. 그리고 죽음으로 삶을 통채로 보는 식견이 생긴다. 인생 별거 없다.

삶에 대한 깨달음 - 삶의 끝이 죽음임을 알기에 인생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믿음에 대한 깨달음 - 믿음이란 것 앎으로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믿음이 먼저냐 앎이 먼저냐? 이런 질문도 필요없다.

진리에 대한 깨달음 - 진리는 존재한다. 설명이 필요없다. 진정한 깨달음은 설명이 필요없다. 물론 설명을 시도는 하지만, 언어의 부족으로 설명이 안된다. 작업은 계속해야 한다.

 

삶의 면모에 대해 이런 저런 깨달음에 이른다. 굳이 기독교식으로 말하자면 신과 독대하는 경험이거나, 구원의 순간을 체험하는 거라고 보면된다. 문제는 기독교의 구원이나, 신과의 독대는 가짜일 경우가 많다는 거다. 적어도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 스데반이 돌맞아 죽으면서 사람들을 일갈한 것이라든가, 바울이 다마스커스로 사람 죽이러 가다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뜬 것이라든가...... 기타 등등. 제대로 믿음이 들어가면,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자신이 돌에 맞아 죽거나, 십자가에 달려 죽거나, 박해를 받을 지언정, 다른 사람들을 절대로 해치지 않는다. 능력이 없어서, 저항하거나 반항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족을 달자면, 한국 기독교에는 제대로 깨달은 사람들 별로 많지 않다. 조찬기도회니, 정부를 위한 기도회니 하면서 "어용"질을 하는 기독교로부터 뭘 기대한다는 건, *도 모르고 하는 짓일 뿐.........

 

견성을 체험한 사람이 많되,

말로 나 견성했어 하기보다는

자기가 사는 곳에서 견성한 사람으로 살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거라 생각하오.

그런 사람이 집단으로 모여 서로 한수 두수 배워갈 수만 있다면 그게 집단지성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하오.

 

구조론에 들락거리는 사람은 적어도 그런 그림을 본 사람들이 아닐까 하외다.


[레벨:11]큰바위

2013.04.01 (23:15:45)

글을 쓰고 나니 깨달음의 대화에 김동렬님의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답해야 한다.

나는 깨달았다는 선언은 필요없다.

스타일로 답해야 한다. 당신이 만들어낸 스타일의 크기만큼 깨달은 것이다."

 

쥑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6]노매드

2013.04.01 (23:29:21)

나 아니오. 同아이디異인이오.

영문으로 쓰지만, 같은 단어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4.01 (23:41:03)

옛날에는 깨달음이 쉬운 일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류의 학문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삶의 본질적인 부분에만 간단히 대답해줘도 먹어주는 판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자가 스티브 잡스이고 아인슈타인이고 양자역학이고 표준모형입니다.

상당히 만만치 않게 된 것입니다.

 

주체성인가/타자성인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주체성의 포지션으로 시작하지만(그래서 어린이는 완전하다.)

인생의 게임에 돌입하면 능동적으로 상황을 리드하지 못하므로

자동모드 타자성의 포지션으로 전락합니다.

 

거기서 분별망상이 비롯되는 것이며

상대를 이기려 하고, 질문에 답하려 하고, 문제를 풀려고 하는 즉

자동적으로 을의 포지션이 되어서 깨달음에서 멀어집니다.

 

한 소식을 이루면 이 문제를 극복하고

세상과 하나가 되는 포지션에 서게 되는데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곤 하지요.

그러나 이는 소승적인 태도입니다.

 

그것은 그저 자기 문제를 해결한 것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머무르면 보통 비워라, 내려놓거라, 버려라, 잊어라 하면서

오직 부정어법만 쓰면서 점차 바보로 퇴행합니다.

 

소승적인 태도는 꼬마가

나도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어 하고 우쭐대는 것과 같습니다.

곡을 쓸 수 있어야 진짜입니다.

 

소승적 태도에 주저앉고 마는 것은

대개 깨달으려고 하는 욕심 때문입니다.

자기 안에 에너지가 넘쳐나고 언어가 넘쳐나야 진짜입니다.

대승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입니다.

 

각자 자기 스타일의 완전성에 도달하여 세상과 어우러지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 안에서 바이올린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피아노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입니다.

자기 고민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세상의 고민을 해결해야 합니다.  

[레벨:11]큰바위

2013.04.02 (00:13:13)

일단 스타일을 완성하고 입단을 해야겠지요.

문제는 자기 스타일은 냅두고 냅다 다른 사람들 스타일만 따진다는 거죠.

신과 독대하고, 세상과 맞짱 뜰 수 있을 때, 감응이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이게 타이밍인거고,

팽팽한 줄을 건드는 거고,

하이파이브고,

당목이 종을 만나는 거고,

북채가 북을 만나는 거고,

창의/창조가 일어나는 순간이고,

대박이 터지는 순간이고 그런거겠지요.

 

산 정상에 올라 발 밑의 세상을 바라보고 ,

주변에 널려있는 자연의 소리에,

영혼을 쓰다듬는 바람결을 느끼며,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본 사람이라면

산에서 내려와서 다른 삶을 살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깨달음이 예전에는 쉬웠으나, 지금은 만만치 않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허블망원경을 통해 몇 백만년 전 창조의 세계와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과학의 세계를 보면서, 시간이 통짜구나! 느낄 수 있는 세상, 50년 전, 100년전 1,000년전에는 상상도 못했겠지요.

 

내가 보고 체험한 것을 말하면 통했던게 이전 세상이라면,

내가 보고 체험한 것을 검증 할 수 있어야 되는게 지금 세상입니다.

 

철학, 과학, 미학에 대한 요즘 글이 점점 더 재밌어집니다.

 

[레벨:6]Nomad

2013.04.02 (06:36:48)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견성이니 뭔지 하는 이야기를 하면 눈 밝은 분들께는 백이면 백 혼납니다.


많이 혼나야 될 짓거리인데도 조금만 혼내신 배려에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소승적인 이런 체험이 저에게는 절실히 필요했기에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체험 또한 결국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의 부산물입니다.


그나마 그간의 과정에서 얻은게 있다면


부정을 했다가 그것을 다시 한 번 부정함으로써 긍정하게 된 것입니다.


제 스스로도 이제 정말 출발선 상에 온 것에 불과함을 인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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