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평일 오전에 학부모와 매주 '부모와 아이사이' 책나눔 모임을 하기로 하였다.

지난주에 3명왔는데, 내일은 몇명이나 올지. 방금 카톡으로 확인해보니 5명은 온다는데..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학급차원으로 매달 1번씩 평일저녁에 해도 기본으로 8명씩은 왔었는데,

새학교에 와서 학급안에서 1학기 동안 대화법 나눔을 했더니 학부모님이 3명, 4명, 2명 오기에 그냥 접었다.

그나마, 학교 선생님 두분과 10회 정도 꾸준히 아이이해 모임하다 보니 아이와의 관계에서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는 분도 생기고, 학급에서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 것도 발견했다고. 우리반도 마찬가지고. 성공사례가 계속 쌓이고 있다.

 

흡연,성추행발언,폭행 비스무레한 사건, 불장난으로 경찰출동, 불꽃놀이, 철봉 스탠드에 온통 낙서 정도는

한 1-2주 사이에 벌어지는 우리 학교에서 나도 이리 저리 치이면서 대화법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도 들었다.

결론은 존중중심의 대화는 관계형성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 어느 정도 엄격함과 원칙적인 규정집행이 융통성있게

동반되어야 아이들도 긴장을 하고, 학교도 변한다는 것이다.

 

학교의 선생님들이 다들 동시에 존중하는 대화법을 하면 좋은데, 집에서도 그런 대우 못받고 학원에서는 더더욱 힘들고,

이러한 상황에서 담임 선생님만 대화법을 하면, 풍선효과로 인해서 아이들의 규범준수가 약화되고,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담임교사에게 풀려고 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인간적으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막말에 제멋대로 행동한다.

 

그래서 대화법은 대다수 선생님들이 함께 해야 한다. 대화법을 숙달한 선생님들이 부모님들과 아이들에게

대화법을 전해줘야 한다. 늘상 하는 말하지만 대화법은 아이들도 독립된 인격체라는 인간존중의 철학이다.

인간은 인간다운 방법으로만 변한다는 교육관과, 사랑과 관심이 교육의 기본이라도 그러한 사랑과 관심도

지식과 기술이 동반되어야 아이가 제대로 성장한다는 교육방법론이다.

선생님들도 사실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려서 집이나 학교에서 존중해 주는 대화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으니 학급에서 아이들을 존중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때문에 교사와 학생사이, 감정코칭, 교사역할훈련, 비폭력대화중 한 권을 정해서 여러 번 읽고,

의미를 곱씹어 보면서 그동안 내가 경험한 대화방식과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화법의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야 말로 정의감에 불타오르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무장했던 사람이었으나

정작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옳고 그름과 합리성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고, 아이들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다가 아이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아직도 부족하지만 내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적절하게 제스처를 사용하고, 때로는 침묵으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적절한 스킨십으로 아이들과 통하니까 아이들이 많이 달라진 것을 체험하고 있다. 대화법 3년차의 결과다.

 

누가 그랬던가? 남자 교사는 학부모와 애들이 좋아한다고. 오히려 남교사를 싫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것을

상담하러 온 어머님들의 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학기초에는 남자 선생님이라고 여자 아이들이 싫어했다고.

여자 아이들의 미묘한 감정문제를 잘 풀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그런데 지금은 뒷담화와 베프 선점문제로 확산되는

여자애들 특유의 편가르기 문제도 시간은 좀 걸렸지만 비교적 쉽게 처리하였다. 감사전화도 여러 번 받고

2차 상담하러 온 어머님들도 '남자 선생님인데, 이런 문제를 잘 처리해서 신기하다'고. 난 개입을 많이 하지도 않았다.

교사가 개입하면 빨리 해결할 수 있으나 이런 문제에 교사가 개입할수록 아이들끼리 서로 불신만 싹트고

중학교가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아이들을 따로 만나고 아이들의 심정에 공감하고

같이 문제해결을 고민하다 보니 해결은 저절로 따라오더라. 문제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는 계속 해결될 것이다. 갈등은 없애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는 피스메이커 연수의 주장처럼.

바쁘다는 핑계로 선생님들을 설득하지 못해서 그렇지, 선생님들이 꾸준히 1년만 함께 아이 문제로 고민하고,

학부모 상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를 나누다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아마추어같은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싸운다.

아이들의 싸가지 없음에 흥분해서 본인도 진흙탕에 빠져든다. 그러면서 아이를 교육했다고 우긴다.

학부모가 자신을 몰라준다고 실의에 빠진다. 분명 요즘 사회가 학교에 요구하는 것도 많고, 교육여건은 좋아졌지만

교사에 대한 권위나 지지가 빈약하기 때문에 애들이나 학부모 대하기가 쉽지는 않다.

허나, 교사가 달라질수록 변할수록 학부모와 아이들 대하기는 비교적 쉽다. 요즘은 학부모 상담유형을 다룬 책들도 많으니

참고하시라.

 솔직히 경험많은 선생님들의 상담조언은 본인의 경험-특히 실패사례 피하는 법-에 바탕으로 하다보니

상담의 깊이나 효과가 적다. 교사가 상처받지 않기 위한 상담법으로 상담의 본래 의도에서 벗어날 염려가 있다.

고로, 이주영 선생님이 쓴 책들이나 김혜숙 교수가 쓴 학부모 상담 길라잡이 정도의 내용은 살펴보고 나서 학부모 상담에 임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흡연강요, 금품갈취, 폭행협박을 하는 세학교의 중학교 애들과도 대화로 문제를 해결했다.

재발은 없었다. 인간적으로 대해주되, 단호한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도 추후 복수는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자기만 미워한다고 고자질한 학교 일짱 여자애의 아버지 전화도 받아보고,

아이가 학교에서 폭행들 당한다고 잘못알 수 있는 다문화 아이 어머님과도 통화하고,

문제행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가만두지 않겠다'고 고성의 협박을 하는 아버님께 직접 전화해서

경청하면서 궁금한 점을 풀어드리고 도리어 '아버님의 체벌은 00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득을 하고,

다시 한 번 가출하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자녀를 혼내는 어머님께 아이가 가출하지 않는 법을 상담했다.

이외에도 신출내기 인성부장인 나는 때로는 다른 선생님의 의뢰로, 때로는 양해를 구하고 직접적인 개입으로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하고 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옆에 있는 중학교 학생주임 선생님과의 연계이다. 전화와 카톡으로 연락을 나누다가 9월 중순 직접 뵙고

아이들 문제를 연계하기로 했다. 학생 주임 선생님과 연계되어 있으니 중학생 애들도 쉽사리 우리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따져보면 그 학교의 6-70%가 우리학교 졸업생 아닌가?

5년 좀 못되는 경력에 1년 동안 3학년 맡았고, 6학년 경력 4번째인데 올해 경험한 사건 사고가 예전 학교보다 몇배는 넘는다.

우리 학교에서 내가 할일은 뭘까? 앞으로도 시간내서 학부모 책나눔, 선생님들과 대화법 공부 계속 하는 것,

아이들이 다투었을 때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아이들의 입장을 공감하면서 문제가 왜 발생하고 어떻게 하면

문제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지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중재하는 것이다.

 

수원의 변두리나 옛상권 지역의 학교들. 효탑-화양-화서-매산-세류-남수원-신곡-권선(내가 나온 곳)-인계-지동-연무.

이 학교 중에서 한 곳이 변할 수 있다면 다른 곳도 변할 수 있다. 혁신학교? 이런 곳에서 혁신학교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소학교에서의 혁신과 주거환경이 좋은 곳에서의 혁신은 이루어졌다. 이제는 슬럼가 비슷한 곳에서도 혁신학교가 나왔으면 한다. 우리학교가 먼저 그 주인공이길. 관심있는 분들은 연락주시길. 이제는 팀으로 치고 나가야 할 때니!

 

*오세님, 전에 제 고민에 대해 달아준 글을 혹시 갖고 계시면 부탁드려요. 좋은 글을 옮겨놓지 못하고 후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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