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얽혀 있다
어제 글 ‘이명박은 일본인인가’에 두서없이 몇 마디 첨언 ..

분명히 말한다. 나는 김대중이 전라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게 투표했다. 그가 경상도 출신으로 경상도당 후보로 나왔다면 그의 인격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는 인품 가려서 ‘미스터 코리아’ 뽑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는 피아구분이다. 적군이냐 아군이냐다. 다수파에 속하느냐 소수파에 속하느냐다. 힘에 속하느냐 지(智)에 속하느냐다. 역사와 문명과 진보의 편에 서는가 그 반대편에 서는가다. 그게 본질이다.

박근혜가 이쪽 후보로 국회의원에 나왔다면.. 누군가가 그런 박근혜를 두고 ..‘저 여자 박정희 딸인데..’ 라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응수할 것이다. ‘박정희 딸이면 어때?’ 전혀 문제 안 된다.

이명박도 마찬가지다. ‘일본 출신이면 어때?’ 전혀 문제 없다. 일본 태생이 문제가 아니라 조중동과 뒷배 맞추는 친일코드가 문제인 것이다.

손학규도 그렇다. 그가 과거를 참회하고 평범한 정치인으로 백의종군 한다면 그의 한나라당 전력을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 문제는 그가 통합당을 접수했다는 거다. 투항이 아니라 접수다. 이건 더욱 악랄하다.

독재자 딸이 이쪽 편으로 넘어온다면 대환영이다. 그러나 독재자 딸이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세습코드가 되기 때문이다. 손학규가 통합당의 대표를 한다는 것은 그가 과거를 반성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박근혜가 박정희 딸 주제에 감히 대통령을 하려고 한다면.. 설사 그가 과거를 뉘우치고 이쪽 편으로 넘어왔다고 해도.. 대통령 자리를 탐내는 그 자체로.. 그가 과거를 반성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므로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얽혀 있다. ≪ - 이것이 내가 말하려는 핵심이다. 구조를 보라는 것이다. 구조적 얽힘이 있다.

어제의 친일세력과 오늘의 기득권세력 사이에 구조의 고리가 없다는 말인가? 천만에! 고리가 있다. 민정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고리가 없다는 말인가? 분명히 고리가 있다. 역사의 고리가 있다.

‘팩트’ 운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인은 현명했다. 나치 가담자는 모두 죽였다. 특히 언론인과 지식인을 알뜰하게 소탕했다. 그 중에는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나치와 친한 척 한 사람도 있었다. 억울하다. 1차 대전의 전쟁영웅도 있었다. 남김없이 죽였다. 그것이 역사의 심판이다.

전쟁터에서 총알은 약간 악질인지 심히 악질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약간 친일인지 매우 친일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고부군수 조병갑이 얼마나 탐관오리인지 조사할 필요는 없다. 그 당시 탐관오리가 있었고 조병갑은 그 대표자에 불과하다.

만약 팩트가 중요하다면서 샅샅이 따진다면.. 전두환은 이렇게 말할것이다.

“광주? 난 몰라. 그때 그시절 난 단지 이렇게 말했을 뿐이야. '야 너희들 그거 좀 알아서 해결못해?' 그런데 며칠 지나고 보니 많이 죽었더라구. 난 절대로 ‘죽여라’ 라고는 말하지 않았어. 왜 나만보구 그래?”

이게 사실이라 치자. 녹화된 증거가 나왔다고 치자. 그러면 면책이 되나? 천만에! 설사 전두환이 광주의 비극을 막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증거가 나왔어도 그는 유죄에 독박이다. 왜? 그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원래 책임지라고 만들어놓은 자리다. 전두환이 제 발로 그 책임지는 자리로 성큼 걸어들어간 것은 개작두 속으로 목을 집어넣은 격이다. 그 작두 사용해야 한다.

진짜 나쁜건 전두환이 아니라 군부세력이다. 전두환은 군부의 대표자였을 뿐이다. 대표자니까 대표로 책임지는 거다.

김영삼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IMF를 초대하지 않았어.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IMF 지가 뚜벅뚜벅 걸어왔더라구. 난 책임없어. 따지려면 IMF에게 가서 따져.”

이렇게 발뺌이 되나? 이건 역사 허무주의로 빠지는 길이다.

조병갑은 조정으로 부터 민란을 해결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해결하지 못했다. 그는 책임자였다. 모든 탐관오리들을 대신하여 처단된 것이다. 책임자였기 때문에 그렇게 죽음으로 책임진 것이다.

억울하다? 세상에 신창원, 유영철 만큼 억울한 사람이 있을까? 유영철 왈..

“나는 착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었어. 근데 하느님이 날 나쁜 사람으로 탄생시킨 거야. 하느님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라구.”

장난하나?

역사 허무주의 경계해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얽혀 있다. 조선왕조의 탐관오리가 일본군 소위가 되고.. 친일세력이 되고 조중동이 되고 강남기득권 된다.

탐관오리의 후손이라는 사실 자체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탐관오리의 후손이 딴나라에서 딴짓하고 있다면 두 배로 손가락질 당해야 한다. 대를 이어 악질이냐? 일본출생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에서 난 사람이 아직도 조중동 친일코드에 속하고 있다면 확실히 문제다. 지탄받아야 한다.

노무현이 경상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는 곧 죽어도 호남의 편에 서야 했다. 그것은 지식인의 숙명이다. 노무현의 굴레였다. 경상도 출신이 경상도당 후보로 나온다면 진짜 나쁜 거다. 경상도가 다수파이기 때문이다. 소수파라면 괜찮다.

“오바마의 피부색을 보지 말고 그의 식견과 능력을 봐!” ≪- 이건 삐딱한 백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정치선전술일 뿐이다. 내가 미국의 백인이라면 단지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단 그에게 플러스 점수를 준다.

마찬가지다. 여자와 남자가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여자를 우선으로 뽑는다. 그것이 정의다. 성별을 본다. 역차별 한다. 부자와 가난뱅이 후보가 동일한 능력을 가졌다면 가난뱅이 후보를 뽑는다. 상고나온 사람 우선이다.

세상에 많은 힘들이 있다. 강한 힘들이 뭉쳐서 공룡이 되기 전에.. 괴물이 되기 전에 그 힘들의 연결고리 잘라놓아야 한다. 대항하는 힘을 키워서 교착시켜야 한다. 흩어져 있는 약한 힘들을 뭉쳐서 조직적으로 대항해야 한다.

약한 힘들의 뭉침은 지혜고 강한 힘들의 뭉침은 악이다. 장정구가 최홍만을 때리면 재치고 최홍만이 장정구를 때리면 살인미수다.

최민수는 억울하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두 배로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그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음으로 양으로 받은 온갖 특혜를 사양한 적이 있는지를. 그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받는 온갖 혜택은 당당하게 누리고 연예인이기 때문에 작은 범죄가 주목받는 것은 억울하고?

절대적으로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가치란 무엇인가? 금이 은보다 무겁다는 사실이 가치다. 금 한 돈과 은 한 돈을 평등하게 교환하자고? 최민수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보지 말고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대접하라고? 미쳤나!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얽혀 있다. 그러므로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팩트 운운하며 낱낱이 해체하여 개별사실 위주로 판단한다면 역사 허무주의다. 금 한 돈과 은 한 돈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공자가 춘추필법으로 경계한 것이다.

이명박은 말할 것이다.

“공직자의 재산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 사람보고 뽑지 재산보고 뽑나?”

천만에. 재산도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내각에 재산가가 한 명쯤 있다면 문제될게 없다. 재산가만 똘똘뭉쳐서 졸부코드를 형성했다면? 내각이 전부 강남출신으로 채워졌다면? 전부 경상도로 채워졌다면? 전부 남자로 채워졌다면?

균형을 잃고 만다. 세발짝 못 가서 넘어진다. 분명히 피부색이 고려되어야 하고 성별이 고려되어야 하고 학력이 고려되어야 한다. 조선시대에도 상피라 해서 연고지에는 부임하지 못했다. 더 엄격하게 따졌다.

경제만 살리면 된다? 이미 균형을 잃었는데.. 국민들 마음에 상처 입혔는데.. 국민과 이심전심 안 되는데..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데.. 이미 신명을 잃었는데.. 국민의 절반이 돌아앉았는데.. 그래서 경제가 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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