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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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013 vote 0 2012.11.26 (00:02:40)

     2002년 노몽 단일화와 이번 문안 단일화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그때는 정몽준이 독자적인 정당을 가지고 있었다. 러브샷으로 의기투합 했지만 수면하에서 밀실흥정 하느라 선거유세 초반을 허비했다.

 

    몽이 뒤늦게 유세에 가담했지만 차차기 겨냥한 자기 대선운동을 했다. 둘의 관계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거래관계였다. 이번은 다르다. 안철수는 백지위임했다. 정치적 지분은 없다. 러브샷도 없다.

 

    그때가 정략결혼이라면 이번은 연애결혼이다. 무엇인가? 안철수는 뒷맛이 남아있다. 단일화 게임 아직 안 끝났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거는 것보다 아무런 요구사항을 내걸지 않는 것이 더 무서운 거다.

 

    안철수가 주장한 민주당 쇄신이나 정치개혁은 사실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안철수 본인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두 사람의 사적인 의리와 신뢰다. 이건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의리로 정치한 사람이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유권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마땅히 의리의 정치여야 한다. 사람냄새 나는 정치여야 한다.

 

    2002년에 노무현이 3퍼센트 지지율로 출발해서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가장 이유는 유권자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경선은 조직동원이 가능한 구조였다. 맨땅에 헤딩으로 노무현이 나타났다.

 

    기존의 식상한 정치권에 신선한 이물질이 들어왔다. 긴장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이후 매우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한때 60퍼센트에 다다른 지지도는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다음 단계의 진행 말이다.

 

    무엇인가? 기승전결이 있다. 기득권의 조직력에 맞서는 노무현의 맨땅에 헤딩과 노사모운동이 기승전결의 기에 섰기 때문이다. 다음에 이어질 승전결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 의리(義理) :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노무현이 2002년에 출마한 것도 의리 때문이다. 여기서 의리가 단순한 친구간의 사사로운 의리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의리는 자연법칙과 같다. 그것은 진리의 결이다. 미학적 완전성의 법칙이다.

 

    어떤 게으른 사람이 일하기 싫어서 마루에 누워 빈둥대고 있는데 우연히 자기집 대문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보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선을 비뚤게 긋고 있었다. 일을 잘못한다.

 

    전직 목수였던 그는 분연히 일어나서 ‘이보시오. 일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오.’ 하고 참견하여 나서더니 게으름뱅이 답지 않게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여 그 잘못을 바로잡아 버리는 것이었다.

 

    비뚤은 것을 보고 그냥 가지 못하는 것, 그런게 의리다. 기회주의자 이인제가 이당저당 옮겨다니며 열매만 따먹는 그 비뚤어진 전개를 올곧은 노무현이 차마 그냥 지켜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관계 또한 의리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문재인이었다. 어눌한 사람이다. 말 잘하는 노무현에 비하면 말이다. 문재인이 탄핵을 보고 분연히 일어나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것도 같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관계도 역시 의리다. 안철수와 문재인의 관계도 마땅히 의리의 관계로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마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안철수가 주장하는 민주당 쇄신이나 정치개혁은 사실 의미가 없다. 이건 정치인의 방향제시가 아니다. 정치인은 안에서 꼬인 것을 밖에서 풀어야 한다. 내부를 쥐어짜는 방법으로는 답이 없다.

 

    무엇보다 안철수 본인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 그러므로 민주당 쇄신이나 친노책임론, 정치개혁 주장 등은 안철수가 정치판이 들어오기 위한 빌미일 뿐 이번 대선의 본질은 아니다. 진짜는 따로 있다.

 

    진짜는 사람이다. 정당이 내거는 정책 따위는 믿을게 못된다. 역효과 나기 십상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사람 뿐이다. 더 나아가 그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실은 사람도 못 믿지만 관계는 믿는다. 왜? 존엄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도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감옥에서 면회온 어머니를 만나야 하는 어색함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인의 이득으로 보면 사람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도 곧잘 한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멍청한 짓을 태연히 하는게 인간이다. 그러나 가족에게 해가 되는 짓은 결코 하지 않으려는게 또한 인간이다. 그래서 MBC 위대한 탄생의 한동근은 말했던 것이다. 자신이 쓰러지는 것은 괜찮으나 그것을 지켜보고 괴로워 하는 가족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괴로웠다고.

 

    그래서 흉악한 이명박은 노무현 대통령의 주변사람들을 해쳤던 것이다. 물고문, 전기고문에는 버텨도 가족과 친구를 해치는 데는 당할 장사가 없다. 그것이 인간의 원초적 약한 고리다.

 

    안철수가 앞으로 총리를 맡는다든가 해도 본인에게 이득이 없다. 총리 해서 뭐하게? 안철수에게 바람이 있다면 아마 그를 따라온 박선숙이나 송호창, 그를 두둔한 강금실 등 순둥이들, 약골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되지 않고 살벌한 민주당 패거리들에게 떠밀리지 않고,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의리다. 의리는 굽은 것을 곧게 펴는 것이다.

 

    안철수는 차라리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는게 낫다. 독립된 계파나 정당이 보스를 하느니 1인자의 가장 믿을만한 친구가 되는게 낫다. 그래야 생명력이 길다.

 

    인간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무엇일까? 욕망 아니다. 아프리카나 남미 사람들은 돈, 명성, 미녀 따위 어떤 것을 들이대도 시큰둥 하다. 그들은 금요일에 주급을 받고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는다. 술을 주면 움직이지만 잠시 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존엄이다.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면 바로 뛰어든다. 세상이 당신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면 그들은 분연히 일어선다. 그 어떤 게으럼뱅이도 미친 듯이 일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문제는 아프리카나 남미 사람들에게 존엄을 주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그냥 ‘당신 잘났어. 당신도 훌륭한 사람이야.’ 하고 말해봤자 시큰둥하다. 그들은 유교주의에 익숙한 우리와 달리 끈끈한 가족주의도 없고 조국이라는 가족도 희미하기 때문이다. 더욱 세계사나 인류애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드컵 축구 중계 때만 미친 듯이 열광한다. 그 순간은 세상의 중심에 서서 존엄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나 보다는 가족, 가족 보다는 민족, 민족보다는 인류, 인류보다는 진리, 진리 위의 신에게 기여하여 굽은 것을 바로 펴고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

 

    그러므로 인간을 움직이려면 존엄을 주어야 하며 그 존엄은 막연한 칭찬이나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에게 가족과 가족애, 민족과 민족애, 인류와 인류애, 진리와 진리애, 신과 신과의 일대일 관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나라는 미미한 존재에서, 가족, 민족, 인류, 진리, 신과 다이렉트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 인간은 위대해진다.

 

    존엄은 풀세트다. 욕망이니 금덩이니 하는건 파편화된 부스러기다. 르네상스가 위대한 것은 단순한 기술의 전파에 그치지 않고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와 라파엘로를 통해서 완전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최종단계의 신에게까지 닿는 풀세트가 갖추어졌던 것이다. 아프리카나 남미에는 없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이슈는 인간의 존엄성 회복이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나온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황금사자상 수상과 싸이의 빌보드 2위로 그것이 먼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삼성전자의 선전도 보이지 않게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의 뇌를 지배한 것은 ‘일본을 배워야 해. 아냐 미국이 시스템은 좋아. 아냐 유럽의 복지제도가 부럽지 않아? 아냐 떠오르는 중국을 경계해야 해.’ 이런 거였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가 한국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다. 기승전결의 기에 선 것이다. 이후 전개될 승과 전과 결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것이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다’에 압축되어 있다. 그리고 문과 안의 아름다운 동행이 그것을 입증한다.

 

    앞으로의 선거운동은 문과 안의 러브라인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들은 서로의 매력에 반했고 서로를 그리워 했고 만나면 불꽃이 튀는 그런 관계여야 한다. 정책은 믿을 수 없다. 역효과가 반이다. 사람도 믿을 수 없다. 변심한다. 관계는 믿을 수 있다. 사랑하는 친구를 보호해야 할 때 인간은 위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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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비참의 극복이며 그것은 존엄입니다. 존엄은 나의 뒤에 가족이, 가족 뒤에 민족이, 민족 뒤에 인류가, 인류 뒤에 우주가, 우주 뒤에 진리가, 진리 뒤에 신이 받쳐주고 있는 것이며, 어떤 운명적인 결정 앞에서 신과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신이 시켜서 하는 일로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을 권합니다.

 

 

http://gujoron.com/xe/?mid=Moon




프로필 이미지 [레벨:9]난너부리

2012.11.26 (00:22:03)

김동렬 선생님이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갔었기에 안철수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넘나들어도 덤덤했었고 또 덤덤한데...이 글을 보고 어리둥절해할 사람들이 꽤 있으리라 생각이 드네요
이 바로 전의 칼럼을 보고도 분위기가 바뀐 것을 눈치 못챈 구조론 식구들이 있으니...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2.11.26 (00:23:18)

우와 멋지다! 

칼럼 따로, 강의 따로, 인물 따로인가?^

멋진 정치의 밑그림 다 나왔다. 

앞으로 천년만 그리가라!

[레벨:30]솔숲길

2012.11.26 (11:45:55)

게으른 넘에게 답답하다고 실컷 욕했더니 일을 하는 넘이네. 

헐~ 낚인건가? 

김동렬님이 극락조 그림을 올릴 때부터 낚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낚이는 수밖에. 

술 한 잔 받아서 같이 마시면 친구되는 거지. 


[레벨:4]고다르

2012.11.26 (13:01:53)

문재인에게 보내는 메세지 인것 같군요.

[레벨:6]폴라리스

2012.11.26 (13:02:57)

철수가 바라는건 어떤 이심전심같은걸 말하는것 같은데..아직 우리가 그정도 사이는 아니제...명확해야 알수있는거고..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신뢰를 쌓게 되면 ..이심전심 할날도 오겠제.
[레벨:4]AcDc

2012.11.26 (20:36:19)

안철수씨가 다른 의도로 판에 끼어들었다가

문재인 대표의 인간성에 반해서 손을 잡았다는 겁니까?


이해가 안되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1.26 (20:48:34)

무슨 말씀이신지?

질문이면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세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1.26 (21:00:30)

상황파악이 안 되는 분도 있을듯.

안철수는 지금 초대형 사고를 쳐놓고 있습니다.

주가폭락으로 인한 피해자가 한 두 명이 아닙니다.

펀드모금한 돈도 돌려줘야 합니다.

안철수 보고 캠프에 모여든 사람들도 모두 피해자입니다.

이 피해자들이 가만있을까요?

이 사람들이 계속 떠들어댈텐데..

 

안철수의 돌발행동은 일종의 배임입니다.

안철수는 지금 막다른 궁지에 몰려 있는 겁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만약 안철수가 여론조사까지 가버렸다면 더 상황이 암울하게 됩니다.

안철수의 정확한 몸값이 나와버리니까요.

 

지금 출구전략을 기가 막히게 써서 적절하게 발을 뺀 건데

위기탈출을 위한 안철수의 출구전략은 2단계 작전으로 되어 있습니다.

1단계가 눈물쇼면 2단계는 초려쇼입니다.

 

지금 여론에 의해 다시 안철수가 키를 잡은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쇼는 계속됩니다.

 

안철수가 방관해서 문재인 패배시 - 안철수 영원히 매장.

안철수가 방관했는데도 문재인 승리시 - 안철수 가볍게 매장.

안철수가 열심히 뛰었는데도 문재인 패배시 - 안철수 그래도 매장.

안철수 활약덕에 문재인 겨우 승리시 - 유일하게 안철수가 살아남는 방향.

 

안철수는 문재인의 삼고초려를 유도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로 대선날까지 계속 밀고 당기며 긴장을 유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유비가 세번 찾지 않았는데 제갈량이 제발로 오면 - 관우가 제갈양을 팽.

 

안철수는 어떻게든 문재인 주변에 쳐진 인의 장막을 제거하고

유비와 제갈량의 긴밀한 관계로 만들어야 살아남습니다.

 

관우, 장비, 조운, 미축, 손건을 모두 제치고 단숨에 넘버 2 되기.

지금 안철수는 넘버 10에도 못 들어갑니다.

그 옛날 정몽준도 정동영 추미애에 말렸죠. 

넘버 포 혹은 그 이하가 된 정몽준의 비애.

 

안철수가 잘못하면 넘버 쓰리에도 못 들어간 정몽준 신세됩니다.

어떻게든 넘버 투가 되지 못하면 백프로 매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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