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4511 vote 0 2007.10.17 (20:14:42)

정국 스케치

대선 끝났다. 각자 내공을 길러서 긴 겨울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민 갈 사람은 가시고, 시골로 숨을 사람은 숨으시고, 화염병 만들 사람은 소주병 모으시고, 짱돌 던질 사람은 팔힘 길러두어야 한다.

누구 잘못이니 이런거 논할거 없다. 통합파 잘못도 아니고 사수파 잘못도 아니다. 원래 안 되는 게임이었다. 바늘구멍만한 희망이 있었지만 기적이 날마다 일어나면 그것이 어찌 기적이겠는가?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자.

평화의 시대는 가고 전쟁의 시대가 왔다. 앞으로 5년전쟁을 해야 할 터인데 지금은 좀 놀아도 된다. 실컷 마시고 실컷 떠들고 동영이와 명박이의 코미디를 실컷 즐기고 마음 편하게 먹고 내일의 전쟁에 대비하자.

1) DJ 욕하지 마라

DJ 잘못은 없다. DJ 입장에서 할 일을 했다. 밥상 차려줘도 못 찾아 먹은 사람이 문제일 뿐이다. 전두환이 장세동을 못 다스리는 세상인데 DJ가 모든 것을 정밀하게 컨트롤할 수는 없다. 불가능하다.

정치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커나가야지 누가 뒤로 밀어줘서 되는 것이 없다. DJ에게 고도의 전략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DJ 아빠가 뭔가 해주길 바랬다면 솔직히 그거 어리광이다. 쿨하게 가자.   

2) 노무현의 잘못

YS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연정은 확실히 오만이었다. 노무현은 스스로를 사지에 빠뜨려 놓아야만 힘을 쓰는 사람이다. 조금만 사지를 벗어나면 꼭 실수를 저지른다. 지지율 조금만 올라가면 꼭 까먹는다. 아마추어적인 순진함이 있었다.

판사 마인드와 정치인 마인드는 다른데 노무현은 덜 정치인이었다. 나라면 YS를 확실하게 밟아서 부산경남의 대표성부터 얻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경상도를 둘로 쪼개놓고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호남 입장에서 볼때 노무현은 지역 대표성이 없는 사람인데.. 딜을 해도 대표성 있는 실세와 딜을 하지.. 대표성도 없는 허세와 딜을 하고싶겠는가?

‘나쁜 놈이라도 그쪽의 실세가 나서라.’ 이렇게 되는 거다. 그래야 줄건 주고 받을건 받고.. 계산서가 확실해 지는 거다. 노무현은 영남 비주류다. 호남 입장에서 볼 때 노무현은 저쪽의 대표자가 아니니 애초에 이야기가 안 된다.

이명박은 백 가지 잘못을 저질러도 그것이 여론에 반영이 안 된다. 노무현은 한 가지를 잘못해도 사방에서 죽이려고 덤벼든다. 이빨을 세우고 물어뜯는다. 소수파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반드시 이렇게 된다. 슬픈 일이다.

약자인 호남 입장에서는 두들겨 맞아도 자신이 누구에게 얻어맞는지는 분명하게 알고 맞으려는 본능이 있다. 비주류 노무현에게 아리송한 대접을 받느니 얻어맞더라도 영남 주류인 이명박에게 얻어맞는 것이 적어도 계산서는 확실하게 뽑을 수 있어서 나중 반격하기에 유리하다는 타산이 있다.

비주류 출신 노무현은 호남에 이것저것 잘해줘도 그게 정말로 잘해준건지, 잘못해도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된 건지.. 호남 입장에서 도무지 견적이 안나와준다. 받아도 받은것 같지 않다. 공연히 밉다.

그러니 ‘아리송한 노무현 내치고 깨지더라도 대마왕 이명박과 확실하게 쇼부(왜놈말로)를 보자.’ 그런 심리가 있다. YS를 확인사살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3) 오마이뉴스 본색

코미디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그래도 언론은 언론인데 신문사 체면이 있지 문국현이 웬말인가? 애들 장난하나? 초딩이냐? 바보냐? 돌았냐? 유치하긴!

김당은 아직도 노무현과 호남을 이간질 하기에 여념이 없고, 오연호는 뜬금없이 노무현 인터뷰를 시리즈로 하고 있다. 왜들 이래?

지들이 작당해서 노무현을 칼로 찔러서 죽여놓고.. 송장이 되어 뻣뻣해진 노무현에게 정동영과 화해하란다. 유창선 헛소리 말이다.

촉새도 이런 촉새가 없다. 아침 저녁으로 변한다. 꼬맹이가 이런 짓을 한다면 굴밤이라도 한대 멕여줄텐데 다 큰 어른이 이런 짓을 하니 참 나 원.

오마이뉴스야 오마이뉴스야 솔직해져라. 정동영 지지가 오마이뉴스의 본질이다. 잔대가리를 굴려도 유분수지 문국현으로 물타기가 웬말인가? 키워서 먹자는 거 아닌가? 웃기고 있네.

4) 문국현 해프닝

문국현은 아직 정치인이 아니다. 당선 가능성은 없다. 만약 이명박이 삽질해서 문국현이 영남에서 제법 뜨면 정동영에게 약간의 희망이 있다. 오마이뉴스가 문국현을 밀어주는 이유는 키워서 잡아먹자는 것이다.

결국 정동영을 위해서 문국현을 미는 것이다.

문국현과의 단일화? 웃기지 마라. 정몽준은 지지율이 노무현을 앞서 있었기 때문에 단일화가 된 것이다. 문국현이 지지율에서 정동영을 앞서 있다면 단일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미 호남표가 정동영으로 굳었기 때문에 문국현은 죽었다 깨나도 지지율에서 정동영을 앞설 수 없다.

문국현이 정동영을 앞서지 못하는 한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 이인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문국현이 의외의 선전을 해서 3파전이 되면.. 정동영에게 약간의 도움이 된다.

문국현은 오로지 정동영 도우미 역할을 할 때만 의미있는 것이다. 오마이가 설마 이걸 모를 정도로 바보일까? 하여간 잔대가리 열심히 굴려봐라.

5) 통합파 욕하지 마라

통합파들은 경선 승복하고 정동영 지지하는 것이 맞다. 통합파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승산없는 싸움도 해야하고 지는 싸움도 해야 한다. 서프에는 이념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원래 중도파나 실용파였던 사람도 있다. 원래 중도하고 실용하던 사람이 정동영 지지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사수파가 우리당을 지켰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 경우도 역시 바늘구멍 통과할 확률이었다.

정동영, 손학규는 중간에서 헤매다가 자동으로 아웃되고.. 우리당에서 이해찬 나오고 민주당에서 조순형이 나와서 단일화를 하되.. 이재오가 대선 일주일 앞두고 느닷없이 대가리에 총맞은 소리를 하기를.. ‘DJ 비자금 수천억 발견했다. 이명박 집권하면 DJ 구속시킨다’고 떠들고 그 말 들은 DJ가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는 시나리오가 들어맞아야 승산이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으나 모든 것을 아전인수로 해석하면 안 된다. 떠나간 버스에 미련갖지 마라. 계책을 세우기는 어렵고 훼방을 놓기는 쉽다. 우리가 사수파 시나리오로 가서 좋은 계책을 세웠어도 저쪽에서 훼방을 놓으면 안 되는 구조였다. 그리고 저놈들은 반드시 훼방을 놓을 놈들이다.

어쨌거나 선거를 하고 싶어 하는 분이 있다. 선거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선거운동 하고싶어 죽겠다는 분은 가서 정동영 선거운동 하시라. 문국현 지지운동도 상관없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데 누가 말리랴?

지금까지 내가 투표한 사람은 거의 당선되었다. 내가 당선 안 될 사람을 찍는다면 내 입장에서 새 기록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투표 안하는 것도 권리다.

6) 이해찬이 진 이유

선거전략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애초에 져주러 간 것이다. 호남사람과 원수져서 좋을 일 없으니까 말이다.

정동영이 부정선거 해서 이긴 것이 아니고 원래 정동영이 이기도록 이강래팀에 의해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었는데 정청래 신발끈이 안해도 되는 부정선거를 어리석게 한 것이다. 정동영 전성기에 우리당이 40프로 지지받았는데 그 지지율이 잠복해 있다가 나타난 것이다. 정동영은 원래 일정부분 폭발력이 있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정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것은 전혀 아니다. 얼굴만 알면 찍어주는 사람 많다. 정동영 얼굴 아는 사람이 이명박 얼굴 아는 사람과 막상막하다. 그것도 장점은 장점이다.

이해찬이 진 이유는.. 첫째 호남이 이해찬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호남이 이해찬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호남을 업은 이해찬과 호남에 버림받은 이해찬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해찬은 호남과 비호남 사이의 가교 역할이다. 원래 역할이 그렇게 한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호남은 이명박과의 정면승부를 원했다. 이해찬으로는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원래 승산이 없는 게임인데 어차피 질 바에야 대타 내세우지 말고 본인이 직접 나서서 확실하게 지는 승부를 호남은 원했다.

당신이라면 아는 친구 해찬에게 무담보로 차용증도 안 쓰고 돈 빌려주겠는가 아니면 모르는 사람 맹박에게 담보 확실히 잡히고 돈 빌려주겠는가? 호남은 후자를 택했다. 나는 그러한 호남을 이해한다. 그것이 옳은 선택은 아니지만 인간들이 흔히 그렇게 하더라.

7) 서프의 경선불복?

정동영 찍을 사람은 찍어라. 나야 승산이 없으니 관심 끊는다. 정동영 지지율이 이명박 턱밑까지 쫓아갔다면 나라도 정동영 지지한다.

서프가 정동영을 씹는 이유는 어차피 승산이 없으니까 차후에 대비해서 계산서라도 확실히 뽑아놓으려는 심리다.

“이제 모든 책임은 정동영에게 있다.” ≪- 이걸 확인도장 받으려는 심리다. 솔직히 그거 착한 일 아니다. 찍을 사람 찍어라. 난 안찍는다.

차악의 선택도 있지만 그것도 승산이 있을 때 하는 이야기다. 없는 승산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은 정동영의 임무다. 정동영은 앞으로 열심히 해서 지지율 역전시켜봐라. 내 다시 생각해볼께. 그 이전에는 아는 척 하지 마라.

8) 유시민의 히틀러론

걸핏하면 히틀러 파는 어문 진중권들 있는데 어긋난 소리다. 지금은 히틀러 집권 전야가 아니라 천하태평 호시절이다. 함포고복하고 격양가를 부르니 임금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는 태평성대이다.

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何有於我哉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쉰다네. 샘 파서 물 마시고 밭 갈아 밥을 먹네. 임금이 맹박인들 내게 무슨 해 있으리.”

미국이 소련을 제치고 잘 나가니까 원숭이 부시를 찍는 거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만 하니 배가 불러서 맹박을 찍는 거다. 긴장 풀린 거다. 역사 이래 늘 이래왔다. 인간들 원래 그렇더라.

9) 우리의 길은?

나는 다만 하느님과 승부한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그만. 내 위치에서 할 일을 할 뿐. 병사가 장군이 할 판단을 하면 안 된다. 설사 장군이 오판을 해서 내게 잘못된 명령을 내렸더라도 ‘저 고지를 지키라’고 하면 나는 불만없이 내 위치를 지킨다.  

그래서 전쟁에 지면? 그것은 하느님 잘못이지 내 잘못은 아니다. 전쟁에 이기고 지는 것은 하늘에 달린 일이고 나는 단지 내 위치를 충실하게 지킨 한 명의 이름없는 병사가 되고 싶다.

민주화 이후의 전략이 없었던 것이 패인이다. 언제적 민주화 이야기를 아직도 하고 있으니 유권자가 식상할 만 하다. 민주화 장정은 이쯤에서 끝막고 가치 지향의 새 시대를 열어갈 참이다. 새로운 계획을 설계 들어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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