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read 6697 vote 0 2003.09.14 (21:36:47)

구조론의 장점은 아닌건 확실히 아니다하고 확신을 줄 수 있다는 것

지금부터 300년 전으로 되돌아가 봅시다. 세상에는 수도 없이 많은 인간이 살고 있습니다. 그 많은 인간들 중에 하나 쯤은 ‘똥구멍으로 밥 먹는 인간’도 있지 않을까 하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왜? 세상은 넓고 인간은 셀 수도 없이 많으니까.

지금이야 과학이 발달되어 있으므로 똥구멍으로 밥 먹는 인간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 쯤은 얻어들은 경험칙으로 그냥 알고들 있습니다. 허나 이는 과학의 성과이고 과학시대 이전의 봉건사회라면 안다하는 지식인이라도 세상에 그런 인간도 하나쯤 있을 것으로 짐작할 것입니다.

구조론의 효용은 ‘아닌건 아니다’ 하고 확실하게 선을 그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무한동력 원동기가 왜 없는지는 복잡한 수학으로 증명할 거 없이 구조론적으로 간단히 해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문제는 복잡한 것과 확률과의 관계를 착각하는 것입니다. 즉 구조적으로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더 확률이 낮아지게 되어 있는데 더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입니다.

에컨대 공격수 한명과 수비수 한명일 때 골이 들어갈 확률과, 공격수 두명과 수비수 두명일 때 골이 들어갈 확률 중 어느 쪽이 더 확률이 높을까요? 당연히 공격수와 수비수가 각 한 명일때의 확률이 높지요. 그러나 우리는 일상적으로 이와 같은 경우를 목도하면 공격수와 수비수의 숫자가 많을수록 골이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구조론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착각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곤 합니다. 완전히 180도로 뒤집어진 거지요.

구조론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을 제시합니다. 예컨대 식물의 경우 생장은 선으로만 전개되고 입체방향으로는 꽃가루받이가 일어나서 열매가 만들어지는 경우 외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 또한 구조론의 벽 때문이지요.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는 없죠. 은행잎이라면 그 잎 자체는 면이지만 그 잎의 세포들에 물이 전달되는 수관은 선입니다. 하나의 긴 호스이지요. 나뭇잎의 모양은 선(꼭지)에 면(잎새)을 접목시킨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모순이지요. 지난 수억년동안의 진화과정에서 식물은 이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왔던 것입니다.

식물은 선과 면의 구조로 되어 있고 특별하게 열매만 입체인데 이는 꽃가루의 수정에 의한 두개의 점(생장점)의 통일에 의한 예외적인 현상입니다. 처음에는 오직 선(침엽수)으로만 되어 있다가 속씨식물이 등장하면서 수억년만에 겨우 면(활엽수)으로 발달했습니다.

요는 그 수억년의 진화과정에서 무수하게 많은 경우의 수가 주어졌지만, 신의 주사위가 수천억 곱하기 수천억번 던져졌어도, 그 끔찍하게 많은 ‘확률을 낳는 경우의 수’에도 불구하고, 즉 지구가 생긴 이래 생겨난 식물의 총 숫자만큼의 확률에도 불구하고 생장점이 점이기 때문에,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는 즉 식물은 입체가 될 수 없다는 구조론의 벽은 넘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과일은 입체입니다. 식물이 생장점을 통하여 생장하는 한 입체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과일이 극복하고 있는 거지요. 그것이 가능한 것은 꽃가루받이를 하는 방법으로 두개의 점을 통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식물이 꽃가루받이를 하지 않는 한,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지 않는 한 식물은 절대로 생장점에 의해 선의 방향으로만 전개한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식물은 입체적인 생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편하게 생각하기로는 나뭇잎의 모양이 수도 없이 많으므로 세상도 그와 같이 엄청나게 복잡할 거 같지만 그 복잡의 원리를 해체해 보면 식물이 5억년간 진화하면서 아직 꽃가루받이를 하지 않고는 입체를 만드는데 실패하고 있듯이, 복잡할수록 오히려 더 경우의 수가 줄어들어서 예외적인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글동글한 팥알 모양의 딱총화약을 만드는데 그 심으로 좁쌀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화약에 웬 좁쌀이냐구요? 가루 화약을 팥알모양으로 성형하기 위해서는 심(core)이 있어야 하는데 그 심으로 좁쌀을 쓰는 거지요.

구조론은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갈 최초의 심의 형태가 그 줄기와 가지의 전개방향을 제한한다는 이론입니다. 그 최초의 심은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형성된 볍씨의 씨눈이지요. 이 씨눈은 입체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입체>면>선으로의 전개는 가능해도 그 반대방향에서 선>면>입체로는 구조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외견상 복잡해보여도 최초의 초기조건이 근본에서 한계지우는 즉 변이의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외견상 복잡해 보일수록 실제로는 경우의 수가 더 줄어든다 -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입니다. 축구장에 공격수와 수비수가 각각 100명이 시합을 벌인다면 하루종일 단 한 골도 터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아닌건 확실히 아니다’ 하고 금을 긋는 방법으로 어떤 업무에 임하여 판단해야할 사항의 내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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