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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431 vote 0 2016.02.23 (14: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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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니 남과 화합하되 패거리로 묶이지 않지만,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이니 남과 패거리로 묶이지만 화합하지 못한다.“


    군자는 이념으로 합치고 소인은 행동으로 합친다.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군자는 의사결정으로 합치므로 그 실행에 있어서는 개인주의를 고수한다. 소인은 의사결정을 못하므로 실행으로 합쳐져서 패거리를 이루고 몰려다니는 전체주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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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공이 묻기를
    “향인鄕人이 다 좋아하면 어떠한가?
    공자 가로되
    “옳지 않다.”
    자공이 묻기를
    “향인鄕人이 다 미워하면 어떠한가?”
    공자 가로되
    “옳지 않다. 향인鄕人 중에서 착한 자가 좋아하고, 착하지 않은 자가 미워함만 못하다.”


    향인은 시골사람이다. 사와 대부는 임금의 궁정에서 일하는 사람이므로 향인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향인은 일반대중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자는 아첨꾼이거나 아니면 광대다.


    연예인은 모두가 좋아한다. 천만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은 아첨꾼에 불과하다. 백만독자를 자랑하는 작가도 아첨꾼에 불과하다. 가짜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아니하고 대중이 원하는 말을 대신해준다.


    ‘니들 이런거 좋아하지 않아?’ 하는 식이다. 법륜이나 강신주의 부류들이다. 좋은 사람이 좋아하는 자가 좋은 사람이며, 나쁜 사람이 미워하는 자가 또한 좋은 사람이다. 대중의 기호에 맞추어 아부하지 말고 떳떳하게 진리를 말해야 한다. 진리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다. 그러므로 미워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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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이 칠년 동안 가르치면 백성을 전쟁터에라도 데리고 갈 수 있다. 그러나 교화되지 않은 백성으로 전쟁을 하는 것은 곧 그들을 버리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석기와 목기로 농사를 짓던 시대였다. 청동기로 무장하지 못한 백성들을 대규모로 전쟁에 동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어이 그런 무지막지한 일이 일어나 버렸다.


    공자가 활동하던 시대의 중국은 그 정도로 혼란했던 것이다. 공자가 교육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백성도 교육을 받으면 선비집단 이상의 강군이 될 수 있다. 일본만 해도 세이난 전쟁때 급조된 농민군이 고도로 훈련된 사무라이를 이길 수 없다고 봤지만, 농민군이 보기좋게 사무라이를 꺾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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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4편 헌문憲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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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헌이 묻기를
    "남을 이기려 하고, 남을 해치려 하고, 남을 미워하고, 이익을 욕심내는 짓을 삼가한다면 인仁이라 할 수 있는가?"
    공자 가로되
    "그것이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반드시 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인이라면 남산의 바위도 인이라 할 것이다. 선비는 악을 저지르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적극 선을 실행해야 한다. 나서면 세상을 바로잡아야 하고 물러나면 제자를 키워서 뒷일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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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德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 주장이 있다. 그러나 자기 주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덕德덕이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어진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다. 그러나 용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어진 사람인 것은 아니다.”


    엔트로피의 절대성이다. 자연은 일의 기승전결을 따라 한 방향으로만 작동한다. 그 역은 없다.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다. 그러나 특정한 결과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원인은 아니다. 배탈이 나면 배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배탈이 난 것은 아니다. 주먹에 맞아서 아픈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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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이면서 어질지 않은 사람은 있으나, 소인이면서 어진 사람은 없다"


    군자는 임금의 사신으로 외국에 가서 한 나라를 대표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또오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과 같다. 조선을 대표하여 일본에 맞섰다. 그것이 의義일지언정 구태여 인仁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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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나라에서 외교문서를 만들 때 비침이 초를 잡고, 세숙이 토론하고, 외교관 자우가 수정하고, 자산이 윤색하였다.“


    일의 ‘기승전결’을 말하고 있다. ‘인의예지’도 이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처음 초를 잡는게 인仁, 토론하는게 지智, 수정하는게 의義, 윤색하는게 예禮다.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보면 인仁, 지智, 의義, 신信, 예禮의 순서다. 예禮는 남에게 보이므로 마지막에 와야 한다. 예禮는 연출하므로 움직인다. 움직이므로 흔들리지 않도록 바로잡아주는게 신信, 신信에게 확신을 주는게 의義, 의義의 근거가 지智, 지智를 끌어오는게 인仁이다. 지智는 아는 것인데 알려면 겪어야 하고 겪으려면 공존해야 한다. 공존하는게 인仁이다. 모든 것은 사랑의 공존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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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면서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


    공자가 명성을 얻자 스펙 쌓으려는 안철수류 껍데기들이 몰려들었다. 안철수는 부인에게 존댓말을 쓴다. 별 거 아니다. 아랫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거리를 두는 하나의 방법이다. 원래 친구사이가 멀어지면 존댓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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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로가 인재에 대해 묻자 공자 가로되
    “장무중의 지혜와 맹공작의 무욕과 변장자의 용기와 염구의 재능에다 예악의 문화를 안다면 인재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재는 그렇게까지 갖출 필요는 없고, 견리사의見利思義에 견위지명見危授命이니 이익을 보면 정의를 생각하고 위급할 때 목숨을 내던지며, 오래된 약속을 지킨다면 이 또한 인재가 아니겠는가?


    자로는 대단한 인재가 아니므로 목표를 슬쩍 낮춰준다. 견리사의見利思義에 견위지명見危授命은 자로에게 딱 어울리는 목표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목표다. 자로는 이 가르침을 실천하여 불의를 보고 목숨을 던졌다. 그렇다면 자로에게 너무 큰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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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로가 말하되
    “제 환공이 공자 규를 죽였을 때, 소홀은 따라 죽었으나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인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공자 가로되
    “환공은 패자가 되어 아홉 번 회맹하면서도 무력을 쓰지 않았다. 관중의 노력 덕분이다. 그것이 인仁이다.”


    공자는 사람을 살릴 생각을 하는데 자로는 의롭게 죽을 생각만 하고 있다. 살리는 것은 일의 시작이요 죽는 것은 일의 끝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게 중요하다. 관중은 전쟁을 하지 않고 제후를 모아 회맹하는 좋은 전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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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는 위로 통달하고 소인은 아래로 통달한다”


    위는 상부구조, 아래는 하부구조다. 위는 사건의 원인측이요 아래는 결과측이다. 위는 전략이요 아래는 전술이다. 위는 바둑의 포석이요 아래는 행마다. 위는 세력전략이요 아래는 생존전략이다. 위는 장기전이요 아래는 단기전이다. 위는 합리주의요 아래는 실용주의다. 위는 진보요 아래는 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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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와 노자의 차이는 이런 것입니다. 노자라면 ‘가난하면서 원망하지 않기 어렵듯이,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기도 어렵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말해야 논쟁에서 승리하기 때문입니다. 노자처럼 논쟁에서 승리할 의도로 말을 짜맞추는 것이 소인배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소인배는 언제나 그러한 심리를 들킵니다. 본의 아닌 자기소개가 되는 거죠. 

    공자의 가르침은 모두 엔트로피를 따라 한 방향을 가리키고, 노자의 가르침은 질량보존을 따라 양방향을 가리킵니다. 왜일까요? 공자는 이길 생각이 없지만, 노자는 이길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려면 양쪽을 수비하여 말트집을 잡히지 않아야 합니다. 공자를 스승으로 여기면 공자의 말이 받아들여지지만, 소피스트가 찾아와 공자와 작심하고 논쟁하려들면 공자가 밀립니다. 논쟁가의 수법은 이중기준의 오류를 저질러 양방향에서 쳐들어가는 수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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