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은 뾰족하다. 바늘 끝처럼 가늘다. 마침내 0에 이른다. 방해자가 사라져서 0이 된 지점에서 손뼉은 마주쳐 소리를 내고, 견우와 직녀는 만나 하나가 된다. 그 지점에서 몽룡과 춘향의 방해자인 변학도는 제거된다. 금이든 은이든 다이아몬드든 어떤 고립된 개체에는 완전성이 없다. 완전성은 둘의 만남에 있다. 씨줄날줄로 조직된 것에 있다. 방해자가 제거되어 둘의 거리가 0일 때 완전하다.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진다. 바이올린의 활과 현이 만나 멋진 소리를 토해낸다. [생각의 정석 23회] 우리는 막연히 변하지 않는 양陽은 완전하고 변하는 음陰은 불완전하다고 여긴다. 이는 고대 약탈집단의 점술에서 나온 것이다. 거북이 등껍질을 불에 구워서 갈라진 금이 길게 연결되면 약탈이 순조로운 길한 점괘로 보고, 선이 끊어지면 불길하므로 출동을 미루어야 했다. 버려야 할 고대인의 관점이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근대문명은 자동차와 같다. 차가 가지 않으면 불길하고 차가 달려가면 완전하다. 차는 만남이다. 운전자와 만나고, 승객과 만나고, 여행지와 만난다. 어떤 고립된 개체는 환경에 지배되므로 결코 완전할 수 없으며, 움직여 대칭을 이루고 짝짓는 것만 완전하다. 완전에 대한 이미지를 정적 이미지에서 동적 이미지로 갈아타야 한다. 중핵은 에너지가 내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다. 고대 약탈집단은 획득할 보물이 상대방에게 있으므로 변화는 언제나 나쁜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보물이 어디로 옮겨가지 말고 식물처럼 그곳에 가만이 있어야 했다. 진실을 말하자. 문명의 에너지가 내 안에 있으므로 변화가 일어나면 길하고 진로가 막혀서 정체되는 것은 불길한 것이다.
|
[생각의 정석 23회] 일본의 긴 겨울
http://gujoron.com/xe/435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