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람들이 '진짜 모르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래 글의 리플을 가져옵니다. 추상이란 어려운 것을 쉽게 풀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추상은 쉽고 간단합니다. 추상의 추는 뺄 추抽인데 복잡한걸 다 뺐으니까 쉽죠. 추상화 [ abstraction , 抽象化 ] 주어진 문제나 시스템 중에서 중요하고 관계있는 부분만을 분리하여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작업. 이러한 과정은 원래 문제에서 구체적인 사항은 되도록 생략하고 핵심이 되는 원리만을 따지기 때문에 원래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수학적인 모델이 나오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추상화
추상화 抽象畫 <미술> 사물의 사실적 재현이 아니고 순수한 점ㆍ선ㆍ면ㆍ색채에 의한 표현을 목표로 한 그림. 일반적으로는 대상의 형태를 해체한 입체파 등의 회화도 포함한다. ***
보시다시피 추상이란 말 그대로 쉽고 간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작업이 추상라고 분명히 써놨는데도. 이를 거꾸로 생각한다면 어깃장을 놓자는 것, 이건 뭐 해보자는거 아닙니까?
이게 전형적인 추상화입니다. 어려울게 없죠. 여기서 자유를 찾고 의미를 찾고 광기를 논하고 그딴거 곤란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다 필요없고 선은 굵게, 색은 진하게 하면 됩니다. 김홍도가 유명한 이유는 딱 하나 선이 굵어서입니다. 물론 이중섭이 더 굵은 선을 씁니다. 색도 더 진하고.(무작정 굵기만 보는 것은 아니고, 굵기에 일관된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건 그림이 아닙니다. 최악이죠. 그런데 여기에도 논리가 있습니다. 1년 사계절이 다 들어있고 게다가 낮인데 밤 까지있어요. 집 창문에 등불이 켜져 있는 거. 이런건 한 줄에 꿰어지지 않으므로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 텍스트니까 그림이 아닙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이발소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여긴 왜 산이 없냐? 왜 여름이냐? 왜 가을이냐?' 하고 다들 한 마디씩 하기 때문에 모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골고루 다 그려넣은 것입니다. 잘 찾아보면 수십가지 소재가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화가가 그린게 아니라 이발소 고객들이 그렸다는 거. 그러므로 이건 작품이 아닙니다. 일단 그림이 아니라 글자이고,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이고, 화가가 그린게 아니라 이발소 손님이 그렸고. 모두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이 집을 방문한 소중한 손님을 무시한 것이고. 결정적으로 그림에 나타난 수십가지 소재가 하나의 논리에 연동되지 않았다는 거. 여기서 핵심.. 이발소 그림은 모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 그렸습니다. 그러자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로 퇴행해 버렸지요. 그렇다면 반대로 모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도 일의성에 의해 전체가 하나의 논리로 연동되는 이미지의 본질을 유지하려면? 반대로 최소화 해야 합니다. 산도 빼고, 들도 빼고, 집도 빼고, 꽃도 빼고, 말도 빼고, 등불도 빼고, 종탑도 빼고, 시계도 빼고, 나무도 빼고, 풀도 빼고, 구름도 빼고, 하늘도 빼고, 이렇게 계속 제거하면 최후에 남는 것은? 그게 추상화입니다. 최소화 시킨다는 겁니다. 예컨대 그림에 꽃이 그려져 있다. 규수방입니다. 잘못 들어온 거죠. 사랑손님 나갑니다. 만약 그림에 말 탄 무사가 그려져 있다면? 무인의 방입니다. 잘못 들어온 거죠. 문인 손님은 나갑니다. 그렇다면? 꽃을 그리면 안 되고, 말도 그리면 안 되고,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동양은 결국 산수화만 남고 서양은 결국 그리스 신화만 남습니다. 그려먹을게 그것 뿐이라는 거죠. 여기서 왜 산수화만 남았을까? 손님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입니다. 제일 불편한 것은? 달력 그림. 진짜 짜증 납니다.
매년 1월만 되면 한달 동안 지겹게 이걸 봐야 합니다. 매년 팔월만 되면 해수욕장 그림 지겨운거 봐야 해요. 돌아버려. 사람 잡을 일 있나? 이거 보면 시원한가요? 맨살 드러내면 더 덥습니다. 체온 장난이 아네요. 끈적끈적. 에구 힘들어. 가뜩 더운 날씨에 이런거 봐야 합니까? 미쳐부러. 달력에 이런걸 그려놔야 아무도 시비를 안 합니다. 뭐 그려놓은게 있어야 시비를 하지. 즉 미술의 역사란 것은 시비를 당하지 않을 회피기동의 결과이며, 최종적으로는 굵은 선과 진한 색깔만 남게 됩니다. 일의성 때문입니다. 뭘 그려놔도 말 많은 사람이 와서 꼭 시비를 한다니깐요. 그럼 왜 대중들은 이발소그림을 좋아하는가? 그 사람들은 뜨내기니까 그림 그 자체에는 관심없어요. 그 사람들의 기호는 안 쳐준다는 거지요. 그림을 아는 사람들의 판단이 중요한 겁니다. 아는 사람들이 이발소그림만 보면 혈압이 올라서 부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발소그림이야말로 광기와 폭력성을 유발하는 그림입니다. 내 눈에 띄는대로 찢어서 불태워 버립니다. 인간에 대한 모독이니까요. ### 예컨대 스티브 잡스의 거실에 멋진 골프장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아 여기 올 때는 골프채 선물을 들고 와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겠죠. 어떤 것을 구체화 시키면 곤란합니다. 그것은 타인에게 심적 부담을 주는 것이며 타인을 해치는 거에요. 아무런 부담을 안 주는건? 자연이죠. 그래서 동양은 산수화를 그립니다. 서양은 그리스 고전을 그리거나 성경내용을 그리죠. 그러나 역시 조금은 부담을 줍니다. 추상화는 부담을 안 줍니다. 시도 마찬가지. 구체화 되고 직설적으로 되면 곤란합니다. 시가 추상화 되는 것은 만인이 공유할 코드만을 뽑아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무언가는 시가 아닙니다. 그건 똥이에요. 정명석 시가 똥인 이유는 구체적인 사실을 열거하기 때문입니다. 시나 그림이 고도의 추상성을 띠는 이유는 그래야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도덕적인 사고와 생활패턴을 돕기 때문입니다. 그림이 구체화될수록 비이성, 비논리, 비도덕, 일베충으로 갑니다. 예컨대 이외수가 어디서 강연을 했다든가 이런거 아주 구체적인 사실입니다. 일베충들이 맛있어하는. 예컨대 제가 선을 한개 그어놓으면 사람들은 '아 이것은 선이구나'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선을 다섯개 그어놓으면? 구조론을 상징하는 암호인가? 빨갱이들의 접선표식인가? 이런 엉뚱한 추측이 들어갑니다. 그러므로 엉뚱한 상상을 못하게 심플해야 하는 거죠. 단순화가 곧 추상화. 마광수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고 하면 '그건 니 사정이지 누가 물어봤냐고?' 일케 됩니다. 개인적인 사항을 들이대면 피곤한 거죠. 객관적으로 가야 합니다. '야한 남자는 야한 여자와 만난다.' 이렇게 말하면 객관어입니다. 이상의 시, 김춘수의 시는 고도의 객관화, 추상화, 보편화를 달성한 것이며 인류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부분만을 추려낸 거죠. 각자의 개인사정을 다 뺐을 때 최후에 남는 것.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잎이 진다. 아 이것도 그 계절에만 해당되는 특수사항.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이 정도 쯤은 가줘야 말이 되어주는 겁니다. ( )산은 ( )산이고 ( )물은 ( )물이다. 괄호 안에는 각자가 채워 넣는 거. (설악)산은 (뾰족)산이고 (한강)물은 (넓은)물이다. (지리)산은 (둥근)산이고 (섬진강)물은 (맑은)물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명품이 안 팔리고 똥품만 팔리는 이유는 명품은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찌나 루이비똥같은 쓰레기만 판매가 되는 거죠. 가방이 명품이면 옷도 거기에 맞춰 명품이어야 하고 머리모양에서 신발까지 다 바꿔야 합니다. 추상화는 보편성을 가지므로 그런 부담이 없습니다. 이런 풍경화를 거실에 걸어놓으면 지금은 겨울인데 왜 여름그림을 걸어놓았느냐고 시비하는 사람 꼭 있습니다. 음식을 그린다면 빈 접시만 그리는게 낫습니다. 그래야 시비를 못 걸지. 이거 보고 왜 여름이냐고 시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강렬하다는데 주의가 가기 때문. 좋은 시, 좋은 그림은 반드시 추상적이어야 합니다. 각자의 개인사정은 빼고 객관화 한다는 거죠. 모두에게 공통되는 요소만 뽑아낸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단순화 됩니다. 그렇게 단순화 해서 모두를 최대한 반영하는게 예술이죠. 선은 굵게, 색은 진하게 하면 이런 디자인이 나옵니다. 설마 이거 보고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넘 쉽잖아요. 이 디자인이 잘 팔리는 이유는 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이게 추상입니다. 몬드리안 그림을 베낀 거죠. 선은 가늘고 색은 연하고.. 도대체 몬드리안 형님께 뭘 배운거야? 가르쳐 줘도 못하나? 이런 새뀌는 때려죽여야 합니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되잖아요. 닥치고 시킨대로 하라니까. 왜 말을 안 듣냐고? 헤드라이트를 보세요. 몇각형입니까? 5각형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12각형이고 그것도 안쪽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36가지 복잡성을 가집니다. 넘 어렵잖아요. 단순화 하라니까요. 왜 이렇게 복잡해? 근데 사람들이 이렇게 어려운건 그냥 넘어갑니다. 관대하기도 하셔라. 시를 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선은 굵게, 색은 진하게 하면 좋은 시가 됩니다. 이상의 오감도처럼, 김춘수의 처용단장처럼. 왼종일, 새앙쥐, 한려수도, 가늘게, 내 근골(筋骨)과 근골(筋骨) 사이, 홈을 파고. 거머리
베고니아의 붉고 붉은 꽃잎, 뚝, 뚝, 뚝, 천(阡)의, 하늘로 깊숙히, 개동백의 붉은 열매
희디흰 눈발
매우 강한 표현을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왼종일이 아니라 한나절이거나, 새앙쥐가 아니라 집쥐거나, 한려수도가 아니라 여의도거나, 거머리가 아니라 지렁이거나, 붉은 꽃잎이 아니라 누런 꽃잎이면 시가 망합니다. 독하게 가야 한다는 거죠.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이걸 13까지 끌고가는 것도 지독한 거죠. 보통사람이면 제 3의 아해까지 가다가 계면쩍어서 이쯤 하고 마는 거죠. 그래서 시가 망하는 거죠. 하늘끝 땅끝 별끝 신에게 이르지 못하면 망합니다. 보편성은 에레베스트 꼭대기에서 나오지 뒷동산에서 안 나옵니다. 보편성은 극한성이며 추상화는 극한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가야 합니다. 극한의 절규.. 이것보다 더 나간 사람 아직 없소. 그래서 가격이 비싸다는 거. 이 그림 이해 안 됩니까? 추상은 그리기가 어렵지 이해는 쉽다는 거. 그리기 어려운건 단순화 하면 남들이 이미 다 해버렸다는 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극한의 경지. 인간은 극한까지 갔을 때 이성적, 논리적, 도덕적으로 됩니다. 극한에 인류가 있고 깨달음이 있고 신이 있습니다. 성별을 넘고 국경을 넘어 거기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추상은 빼는 거. 얼마나 뺄까? 극한까지 빼는게 정답. 정명석 시는 뺄 것을 빼지 않아서 시가 망한 거. 정명석의 '새우' '어쩌면 그리 태평양 바다에서 한 마리도 허리 편 놈이 없느냐.' 여기서 끝이고 나머지는 다 빼야 합니다. 이 한 줄만 남겼다면 이 시도 좋은 시에요. 여기서 한 글자라도 추가하면 실패. 근데 정명석은 왜 쓸데없이 덧붙였을까? '새우=허리편 놈 없네' 아이디어가 제것이 아니니깐. 남의걸 해먹기가 계면쩍어서. 선이 굵은 그림 이건 선이 가는 그림.. 선이 가늘다 못해 마빡이 찌그러졌음. 코도 짓눌려서 뭉개지고. |
'추상'이라는 단어 분명 배웠는데 선생님께 배우는것과는 설명의 차원이 틀린거같습니다.
아주 이해가 쉽습니다. 감사합니다.
얄팍한 소양으로 아는척 했다가 디게 혼났네요 ㅋㅋ
솔직히 사이트에서나 동영상강의 생각의 정석에서 디자인에대한 비판을 하셨을때
이해가 잘안됐는데 이제는 좀 돼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기회로 예술작품 보는 눈이
조금 뜨이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배운 모든 교육이나 지식을 버려야 됩니다.
동렬님 모든게 추상화군요! ㅋㅋㅋ
헛소리 집어 치우고 굵으선으로 그려야 정답이군요!! 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