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705 vote 0 2002.09.10 (12:09:06)

자유가 펄펄 넘친다는 자유대한에서 "나는 자유가 그립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까? 그대는 충분히 자유로운가? 진정 자유란 무엇일까?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것일까?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산업생산량이 늘어나면 이상적인 사회일까? 그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당신이 알고있듯이 나 또한 알고 있다.

이상적인 사회는 자유로운 사회이다. 개개인이 자유로운 사회이다. 자유가 모든 것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는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자유가 있다면 최소한 시작할 수 있다. 그 어떤 일이든 간에.

그러나 나는 오로지 자유만을 추구하자는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자유를 넘어서서 그 너머에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진정한 가치가 있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대 앞에서 나의 자유를 주장하는가?

나는 인간은 운명적으로 고독하다고 여긴다. 한 인간이 스스로 추구하여 나아감에 있어서 그 어디에 도달하든 그곳은 그 개인의 것이다. 토지의 주인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도로 뿐이며, 사회 안에서 한 인간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자유 뿐이다.

말하자면 자유는 정확히 도로인 것이다. 그 도로의 끝 지점에 무엇이 있는가? 주택이 있다. 그 집 안에서 일어나는 각자의 일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기로 하자. 어차피 인간은 고독한 존재. 너가 나를 도울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나 또한 너를 참으로 구원할 수 없다. 진정한 경지에서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원할 뿐이다.

우리 겹치는 부분만을 공유할 뿐이다. 피할 수 없이 마주치는 부분에 한정하여 상관할 뿐이다. 어디에서 마주치는가? 그 도로에서이다. 우리가 원하는 최선은 그 도로에서 차가 씽씽 잘 빠지는 즉, 내 차가 네 차를 들이받지 않고, 네 차가 내 차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가는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인에게는 만가지의 목적지가 있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지향점이 있다. 우리는 서로의 가치관을 검열할 필요가 없다. 내가 내집 안에서 무엇을 하든지, 그대가 관여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우리 운명적으로 도로에서 마주친다.

고로 나는 도로에서만은 자유를 주장한다. 그 도로는 사회 안에서 우리가 서로 마주치는 접점이다. 각자는 각자의 집을 가진다. 그 집안에서 무슨 짓을 하든 상관말기로 하자. 일단 차를 몰고 집 밖으로 나왔다면 우리는 충돌하든가 피해가든가이다.

충돌하지 말자는 거다. 그것이 내가 주장하는 최소한의 자유다. 나는 맹목적 자유지상주의자가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대부분의 가치들은 내 집 안에서 은밀하다. 나는 나의 작업내용에 대해서 당신에게 말할 이유가 없다. 당신은 내 일에 대해 상관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도로에서만은 피치 못하여 우리 서로 마주치게 된다. 상관하게 된다. 침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이 사회를 향하여 자유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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