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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1142 vote 0 2006.12.08 (18:23:07)

[보완되어야 할 개인적인 글 - 서프에 기고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근원적인 두 개의 시선이 있다. 존재론과 인식론이다. 존재론이 자연의 순리 그대로라면 인식론은 인간이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에 따라 학문의 세계를 크게 둘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다. 역학과 미학이다. 역학이 존재론의 영역이면 미학은 인식론의 영역이다.  

● 존재론 - 자연의 질서(역학)
● 인식론 - 인간의 가치(미학)

역학은 계 내부에서 질서를 추구한다. 역학의 의미는 문제의 해결에 있다. 질서에서 힘이 유도되고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다.

미학은 계 바깥에서 가치를 추구한다. 미학의 의미는 동기부여에 있다. 가치에서 매력이 유도되고 그 매력이 인간을 끌어들인다.

● 역학 - 자연의 질서 ≫ 문제해결
● 미학 - 인간의 가치 ≫ 동기부여

질서와 가치의 나아가는 방향은 서로 엇갈린다. 질서를 부여하려 할 때 가치를 잃기 쉽고 가치를 얻으려 할 때 질서를 잃기 쉽다.

역학의 질서가 효율을 낳는다. 효율이 힘을 낳고 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주변부가 희생된다. 이에 따라 주변부가 이탈하면 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역학에 의한 문제의 해결이 주변부에서 도리어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둘은 대결한다. 역학과 미학은 대결한다.

인류의 역사는 중심부에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세력과 주변부에서 가치로 동의를 구하려는 세력의 변증법적 대결이다. 둘은 서로 충돌하면서도 한편으로 서로 보완적이다.

역학과 미학의 대결은 양식의 완성에 의해 해소된다. 양식이 완성될 때 문명은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전파된다. 그것이 문명의 진보이다.

이윽고 새로운 문제와 함께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는 패턴으로 역사는 반복된다. 역학은 중심부에서 지배하고 미학은 주변부에서 독립한다. 양식의 완성은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나아가는 피드백 구조의 완성에 의해 얻어진다.


가치란 무엇인가?

하나의 혁신이 등장할 때 마다 그에 걸맞는 새로운 질서가 창출된다. 그 질서는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에서의 지배질서다. 이때 중심부가 움직이려 하면 주변부는 독립하여 이탈하려 한다.

주변부의 이탈을 막으려면 쌍방향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하는 역방향의 경로가 개설되어야 한다.

가치란 무엇인가?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치고들어가는 과정에서의 질적 심화과정이다. 가치는 진위와 선악과 미추와 자유와 성(聖)의 가치판단이다.

진위는 최소한의 접점이다. 진위에서 선악으로 미추로 자유로 성(聖)으로 나아감은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더욱 밀접하게 맞물려 들어감을 의미한다.

가치있는 것은 새로운 질서의 기운에 편승하여 정밀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것이고 가치없는 것은 그 흐름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진위판단에서 위(僞)는 버려진다. 선악판단에서 악(惡)은 이탈한다. 미추판단에서 추(醜)는 붕괴한다. 자유와 억압의 판단에서 억압은 종속된다. 성(聖)과 속(俗)의 판단에서 속은 휩쓸린다.

● 진위(만나기) - 접점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버려질 것인가?
● 선악(맞물리기) -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이탈할 것인가?
● 미추(함께서기) - 맞설 것인가 아니면 붕괴할 것인가?
● 자유와 억압(하나되기) - 독립할 것인가 아니면 종속될 것인가?
● 성과 속(소통하기) - 독립적으로 소통할 것인가 흐름에 휩쓸릴 것인가?

하나의 존재가 점차 성장하면서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하는 과정에 다섯 관문을 만나게 된다. 처음 접점을 얻고, 그 다음 맞물려 들고, 그 다음 맞서고, 그 다음 독립하고, 그 다음 소통한다.

가치있다는 것은 질서의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다. 흐름에서 밀려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치없다는 것은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하고 버려진다는 것이다.

중심부로 진입하려면 속(俗)으로 휩쓸리지 말고 성(聖)으로 소통해야 한다. 억압으로 종속되지 말고 자유로 독립해야 한다. 추(醜)로 붕괴하지 말고 미(美)로 맞서야 한다. 악(惡)으로 이탈하지 말고 선(善)으로 참여해야 한다. 위(僞)로 버려지지 말고 진(眞)으로 만나야 한다.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한 정도에 따라 미학은 다섯으로 세분할 수 있다. 자연학과 사회학, 문화예술과 철학 그리고 -좁은 의미에서의- 미학이 있다.

미학은 가치를 추구한다. 가치는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한 정도에 따라 다섯이 있다. 그것은 만나기, 맞물리기, 함께서기, 하나되기, 전파하기다.

● 자연학 - 진(眞) ≫ 만나기
● 사회학 - 선(善) ≫ 맞물리기
● 문화예술 - 미(美) ≫ 함께서기
● 철학 - 자유(自由) ≫ 하나되기
● 미학 - 성(聖) ≫ 소통하기

인간은 하나의 질서와 만나고 맞물리고 함께서고 하나되고 소통하기에 따라 사회와 문명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한다. 미학은 이러한 과정 전체를 의미하면서 핵심적으로는 다섯째 소통을 의미한다.


미학으로 본 역사

역사는 반복된다. 그러나 역사가 과거로 되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다. 반복은 단지 패턴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의 기본적인 순환구조는 다음과 같다.

● 문제의 발견 - 혁신의 등장 - 주변부의 이탈 - 미학적 대안 - 양식의 완성에 의한 쌍방향적 소통.

춘추전국의 혼란기는 진시황의 혁신에 의해 물리적으로 해결되었다. 이는 역학적 해결이다. 그러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주변부가 이탈하고 있다.

진시황이 문제의 해결에 사용한 군사적 수단이 오히려 주변부의 이탈을 가속화 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정복자의 신무기와 신기술이 주변부로 전파되면서 거꾸로 주변부가 이탈하는 원심력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주변부가 이탈한 결과 진나라는 멸망했다. 유교주의에 의해 미학적 대안이 제시되었다. 유교적 양식의 완성에 의해 한나라의 정치는 안정되었다.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는 피드백의 역방향 소통경로가 개설된 것이다.

이는 역사에서 기본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다. 역사이래 늘 그래왔다. 새로운 전술, 새로운 이동수단, 새로운 정복왕조가 등장할 때 마다 중심부가 주변부를 지배하는 속도로 주변부는 중심부에서 이탈해 왔다.

알렉산더의 새 전술에 의해 세계는 정복되었지만 같은 속도로 그리이스는 분열되었다. 이후 분열된 그리이스는 다시 통합되지 못했다. 그리이스가 몰락한 한 가지 이유는 알렉산더 대왕에 의한 두뇌유출 때문이다.

주변부를 지배하기 위해 알렉산더가 파견하여 보낸 철학자와 기술자와 관료와 병사들이 그곳에 눌러앉아버린 것이다. 주변부와 중심부의 관계가 역전되었다. 그리이스의 운명은 그것으로 끝나버렸다.

나폴레옹의 새로운 전술에 의해 유럽은 하나로 통합되었지만 같은 속도로 근대적 국민국가의 등장에 의해 유럽의 기독교 세계는 분열되었다. 국경의 장벽은 더 높아졌고 국가간의 소통은 오히려 단절되었다.

부시는 힘으로 주변부를 제압하여 세계를 하나의 패권적 질서아래 통합하려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변부의 독립과 이탈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지금 러시아에서 중국에서 인도에서 남미에서 거대한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

세계사는 역학의 질서에 의한 물리적 통합과 미학의 가치에 의한 주변부의 이탈을 거듭하면서 부단히 양식을 완성해 왔다. 양식은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에서 소통의 양식이다. 양식의 완성에 의해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그 만큼 문명은 진보해왔다.  


미학이란 무엇인가?

미학은 1차적으로 미(美)를 추구하지만 2차적으로 가치를 추구한다. 궁극적으로는 성(聖)을 추구한다.

● 미(美) - 개별적 완성
● 가치 - 공동체의 방향성
● 성(聖) - 양식의 완성에 의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소통

성(聖)은 미학적 양식의 완성과 주변부로의 전파다. 성(聖)의 전파는 부분과 전체 사이의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한 개인이 한 가족, 한 민족, 한 국가, 하나의 세계, 그리고 우주와 신(神)으로 나아가서 마침내 신의 마음과 하나되는 과정이다. 그것이 양식의 완성이다.

화가가 한 폭의 그림을 잘 그리기는 쉽다. 그러나 그 그림이 그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지는 즉 시대정신과 부합하게 하기는 어렵다. 역사는 흐르고 시대는 변하기 때문이다. 창조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여인이 예쁘게 단장하기는 쉽다. 그 맵시가 그 공동체의 가치지향과 맞아떨어지기는 어렵다. 남의 것을 베껴서 안 되고 비교해도 안되고 차별화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보통은 어떠한가. 예쁜 것 많고 고운 것 많으나 대략 남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다. 타인의 양식을 함부로 추종하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하여 돋보이려 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 시선들의 요구에 영합하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모든 모방하는 것, 추종하는 것, 시류에 영합하는 것, 타인과 비교하는 것, 돋보이려 하는 것, 보다 낮은 그룹과 차별화 하는 것, 강한 적에 대항하여 맞서려 하는 것은 스스로 빛나는 별이 아니다.

비교우위를 주장해서 안 된다. 햇볕을 빌리는 달이 되어서 안 된다. 상대방의 실수에 편승하여 반사이익을 노려서 안 된다. 오직 스스로의 매력으로 눈부셔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소중한 진짜는 따로 있다.

미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을 긴장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聖)이다. 성스럽다는 것은 인간을 엄숙하게 긴장시킨다는 것이다.

예술의 기원은 제사에서 찾을 수 있다. 제사에는 희생이 따른다. 희생은 죽음이다. 그것은 인간을 엄숙하게 긴장시키는 것이다.

모든 음악, 모든 예술, 연극과 드라마, 코미디와 소설과 영화는 궁극적으로 제사의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 그 안에는 희생제의 의미가 숨어 있다.  

긴장은 질서에 의한 긴장이다. 질서에 굴복하여서 예술이 아니고 그 질서에 편승하여서 예술이 아니고 그 질서에서 이탈하여도 예술이 아니다. 독립적으로 완성하되 접점을 유지하면서 울림과 떨림을 전파해 가는 것이 진짜다.

멋있다. 세련된다는 의미도 마찬가지다. 멋있다는 주목을 끄는 것이다. 세련됨은 역시 눈길이 가는 것이다. 이 역시 성스러움이다. 긴장하는 것이다.

긴장은 깨어나는 것이다. 미학은 성(聖)의 탐구다. 그것은 긴장의 탐구, 깨어남의 탐구. 정신차리기의 탐구, 소통의 탐구, 전파의 탐구다. 그것을 내안에서 완성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정신차려야 소통한다. 깨어나야 전파한다.

● 소통하기 - 멋있다.(긴장, 깨어있음.)
● 하나되기 - 아름답다(독립적인 통일성을 얻음)
● 함께서기 - 어울린다(앙상블, 맞서되 서로의 가치를 극대화함.)
● 맞물리기 - 곱다(질적인 차별화가 있음)
● 만나기 - 예쁘다(분명하게 인식됨)

예쁘다>곱다>어울린다>아름답다>멋있다는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나아가면서 구조적인 심화과정를 거쳐 소통의 정도가 보다 밀접해지는 단계들이다. 소통의 질을 판단하기다.

어느 수준에서 소통할 수 있는가이다. 과연 대화가 통하는가이다. 만나되 눈으로 만나지 말고 진정 가슴으로 만나야 한다. 동일한 가치를 바라보고 하나의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더 깊이 맞물려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서도 종속되거나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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