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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166 vote 0 2024.04.09 (20:41:15)

    큰 바다를 건너는 배가 있는데 선장이 없으면 위태롭다. 나라에 전문가와 지식인이 없으면 위태롭다. 모든 언론이 동시에 오보를 낸다면 위태롭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 그때 한국은 후진국이었고 선진국을 모방하면 되었다.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명백했다. 


    대중은 극소수 지식인들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 했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지식인들은 갑자기 컴맹으로 몰렸다. 똥꼬발랄한 아이들이 지식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586 부장님은 O양 비디오를 구하며 부하의 눈치를 보다가 권위를 잃었다. 

 

    그때 586 꼰대들이 지금 6070이 되었다. 그때 삐진게 아직 안 풀렸다. 그리고 지식인의 반동이 시작되었다. 국힘당의 3연속 총선 대참사는 모든 언론, 모든 지식인, 모든 전문가들이 진작에 예상했어야 했다. 예상을 못 했다면 그들이 집단사고에 빠져있는 증거다.


    집단사고는 틀린 생각이 아니라 나쁜 생각이다. 생각하지 않고 판단을 위임해 버렸다. 지식인이 비겁하게 집단의 기세에 묻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눈으로 뻔히 보고도 벌거숭이 임금님이라고 외치지 않았다. 탄광 속의 카나리아가 되는 지식인 임무를 방기했다.


    분명히 말한다. 한국에는 정상적인 분별력의 소유자가 한 명도 없다. 적어도 명망가 중에는 없다. 그들은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았다. 보초가 간첩을 보고도 보고하지 않았다. 선장이 배의 침몰을 보고도 퇴선 지시를 하지 않았다. 컴맹이 쫄아서 바보가 된 것이다. 


    한국의 모든 전문가, 모든 지식인, 모든 언론인이 모두 세월호 이준석이다. 총선참패를 예상 못한 것이 선장의 죄다. 선장은 일기예보를 체크하고 배의 상태를 알고 있어야 하며 적절한 명령을 내려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200 대 100이면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아니라고 말할 자 누구인가? 지식인이 국민을 이겨먹으려고 하는 마음을 들킨 것이다. 국민을 타자로 여기고, 대상화하고, 도구화한 것이다. 쫄면 그렇게 된다. 진중권이 김어준에게 박살난 이후 상처 입은 짐승이 되어버린 것과 같다. 열패감에 빠져 무기력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 지식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식으로 부족하고 지혜로도 부족하고 지성이라야 한다. 지성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은 가짜다.


    TV토론에 나와서 '내 생각은 이런데요' 하는 사람은 지성인 아니다. 지성인은 극기복례다. 이겨먹으려는 마음을 이겨야 한다. 졌기 때문에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김어준에게 지고 중권되었다. 지성인은 진리의 생각을 전달하고 천하의 생각을 전달해야 한다. 


    지성인은 집단에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이다. 나를 배제하고 초인으로 승격되어야 한다. 주체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식인은 객체를 분석하고 지혜인은 주체로 옮겨가고 지성인은 지성을 변화시킨다. 나를 변화시키는게 진짜다. 그런 사람이 끝까지 간다.


    언론은 국민을 이겨먹으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국민을 조종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국민을 가르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자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오염된 자들은 정상화되지 않는다. 우리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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