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029 vote 1 2024.01.19 (10:30:35)

    마키아벨리즘은 흔히 잘못 해석된다. 마키아벨리가 잘못 말한 것도 있다. 정치의 본질은 약속의 지켜짐이다. 군주의 공포와 존경과 위엄은 약속이 지켜진다고 믿게 하는 장치다. 반대로 경멸과 증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데 따른 환멸이다.


    한동훈 정치는 까불이 정치다. 어떻게든 언론에 많이 노출된다. 거기까지는 성공이다. 문제는 그게 가십성이라는 점이다. 서울역에서 과천청사까지 커피에 도너츠를 손에 들고 왔다는 식이다. 도너츠 들고 사진 찍는건 어린이도 할 수 있다.


    정치혐오로 정치 하겠다고. 안철수 속편이 아닌가? 정치가 싫으면 정치를 그만두면 되고 국회가 싫으면 국힘당을 해산하고 공천을 안 하면 된다. 국회의원 정수 줄이기보다 정당 폐지가 쉽다. 무정부주의가 좋다면 정부를 없애버리면 된다.


    에너지의 입력과 출력이 있다. 감정의 긴장과 이완이 있다. 입력은 마음을 업시키고 출력은 다운시킨다. 사람들은 흥분시키는 것에 관심이 없고 진정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다. 에너지의 입력 측에는 관심이 없고 출력 측에만 관심을 둔다.


    인간은 식욕과 성욕에 관심이 많다. 포만감은 밥을 그만 먹으라는 신호다. 현자타임은 하던 짓을 멈추라는 신호다. 인간은 사건을 종결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하던 짓을 그만하라는 신호가 들어오면 천하를 다 얻은 듯이 의기양양해한다.


    사랑이든, 행복이든, 명성이든, 성공이든 사람들의 관심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 시작이 아니라 종결이다. 영화 더 문이 망하는 이유다. 외계+인이 망하는 이유다. 시작은 엉성하고 종결은 화려하다. 관객에게 보상을 주려고 하면 폭망한다.


    인간은 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뭔가 해보겠다는 의욕이 없다. 긍정주의가 아니라 부정주의다. 왜 인간들은 하나같이 부정적 사고에 빠져버렸을까? 언어의 함정 때문이다. 시작은 어떤 둘의 만남 형태로 일어난다. 약속 형태로 시작된다.


    그것은 추상이다. 인간은 추상적 사고에 약하다. 거창한 행사를 해서 약속을 잊어먹지 않게 각인시키려고 한다. 입학식이나 입소식이나 신고식을 해야 한다. 약속을 잊어먹지 않아야 한다. 고양이가 주인에게 다가와 얼굴을 부비는 이유는?


    자기 냄새를 각인시켜 잊어먹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인간이 뽀뽀를 하는 이유도 같다. 상대의 호르몬을 끌어내어 나를 잊지 않게 한다. 결과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으므로 말하기 좋은데 원인은 약속이고 추상이라 잊기 때문에 각인한다.


    영화 더문이 망하고 외계+인이 망하는 이유는 각인을 안 해서다. 관객이 보상을 바란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한동훈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의 까불이 정치는 긴장이 아니라 이완이다. 왜 마키아벨리는 공포와 위엄으로 통치하라고 했을까?


    수단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은 잘못이다. 일을 크게 벌여서 큰 약속을 만들면 작은 약속은 깨도 된다는 말이다. 유비는 큰 약속을 했기 때문에 작은 약속을 무수히 깼다. 민중과 큰 약속은 지키고 군웅들과의 작은 약속은 깬다.


    사람들은 김건희의 뇌물수수가 작은 약속위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은 김건희를 때려잡는 방법으로 대한민국과의 큰 약속을 하려고 한다. 왜? 작은 것에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뇌물이지만 국가의 큰 방향을 트는 기폭제다.


    큰 것은 뭐가 잘못되었는지 헷갈리지만 작은 것은 명확하다. 작은 것은 전 국민이 합의할 수 있다. 거대한 약속이 만들어진다. 약속 앞에서 인간은 긴장한다. 호르몬이 나온다. 김건희 하나 희생시켜서 대한민국이 살아난다면 좋지 아니한가?


    알아야 한다. 인간은 결과보다 원인, 종결보다 시작, 보상보다 약속에 흥분한다는 사실을. 그것이 정치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수단방법은 가려야 하지만 큰 약속을 만드는 중에 작은 약속은 깨진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약속은 민주주의다.


    위대한 정치는 각인정치다. 각인은 큰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다. 노무현 정치는 각인정치다. 큰 희생, 큰 제사, 큰 행사, 큰 신고식은 각인된다. 무언의 약속이 만들어지고 호르몬은 오래간다. 역사는 각인과 보상의 대결이며 각인이 이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chow

2024.01.19 (12:22:07)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아느냐. 최순실 씨가 1, (정윤회)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 박관천  경정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647 조절장치 김동렬 2024-01-29 2859
6646 간섭 김동렬 2024-01-28 2982
6645 천공의 전쟁지령 김동렬 2024-01-27 6284
6644 이것과 저것 1 김동렬 2024-01-26 3258
6643 권력자의 심리 김동렬 2024-01-25 5704
6642 석가의 깨달음 김동렬 2024-01-25 4635
6641 이언주의 귀환 김동렬 2024-01-23 6100
6640 시정잡배 윤한 1 김동렬 2024-01-23 5737
6639 윤영조와 한사도 김동렬 2024-01-22 3990
6638 클린스만은 손절하자 김동렬 2024-01-21 5795
6637 입력과 출력 김동렬 2024-01-20 2808
6636 마리 앙투아네트 김건희 김동렬 2024-01-20 4447
» 한동훈의 까불이 정치 1 김동렬 2024-01-19 6029
6634 긍정적 사고 김동렬 2024-01-17 3986
6633 한동훈의 본질 김동렬 2024-01-15 5512
6632 존재의 핸들 김동렬 2024-01-14 5880
6631 이론적 확신의 힘 김동렬 2024-01-13 5845
6630 오마이 한겨레 경향의 배신 이유 1 김동렬 2024-01-12 5532
6629 최동훈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김동렬 2024-01-11 5737
6628 읍참건희, 석열 동훈 비밀의 비밀 김동렬 2024-01-10 5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