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후이관’이라는 말이 있다. 항우는 함양을 불사르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간의대부 한생이 말렸으나 항우는 듣지 않았다. 한생이 기가 막혀 ‘인언 초인목후이관, 과연’人言 楚人沐猴而冠, 果然이라고 푸념했는데 항우가 그 말을 듣고 분노하여 한생을 삶아 죽였다. 그리고 당당하게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죽었다. 윤석열의 세 가지 오판은 강서을에 이길 수 있다고 믿은 것, 잼버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은 것,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세 차례 다 KO패 했다. 국민은 알고 있었다. 그게 원숭이 행동이란걸. 항우가 팽성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사실은 세 살 먹은 어린이도 안다. 항우는 사실 진나라 군대를 이겼을 뿐 제대로 이긴 적이 없다. 거록에서 항우가 이긴 것은 범증의 장계취계將計就計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항우는 그것이 전략의 힘이라는 것을 몰랐던 거. 전략의 성과를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한 것이다. 사실 항우가 정공법으로 나오는 것은 진나라 군대가 바라는 바다. 진은 강하고 초는 약하므로 항우는 지구전을 펴며 허허실실 전략으로 가야 한다. 반대로 진은 그런 항우를 단번에 박살내려고 했다. 강대강 충돌. 보통은 이렇게 되면 진나라가 이긴다. 그러나 항우의 특별한 능력 덕분에 초가 이긴 것이다. 이후 항우와 정면으로 붙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항우가 크게 이겼기 때문에 이제 항우는 이길 방도가 없게 된다. 거록에서 쓴 방법은 이후 통하지 않았다. 내가 궁금한 윤 씨의 세 가지 오판. 전 국민이 아는 것을 대통령이 혼자 모르고 삽질하는 짓이 과연 윤 씨 머리에서 나왔느냐 아니면 한 씨 머리에서 나왔느냐다. 범증 사후 항우의 모든 행동은 팃포탯이다. 유방 치고 팽월 치고 유방 치고 팽월 치고 유방 치는 뺑뺑이. 자신이 속아서 뺑뺑이를 당하고 있는 사실도 모른다. 윤 씨도 같다. 강서을 지고, 잼버리 지고, 엑스포 지고 계속 깨지면서도 자신이 뺑뺑이 당하는 것을 모른다. 두뇌를 사용한 흔적이 없다. 한동훈에게 권력을 넘긴건 잘했다. 그런데 항우도 그 정도는 보여줬다. 범증 죽고 진평에게 속아 그동안 의심하고 멀리하던 계포, 용저, 종리말과 다시 뭉친 것은 잘한 일이다. 한동훈은 정치를 모른다. 나는 근래에 생각을 바꾸었다. 강서을 지고, 잼버리 지고, 엑스포 깨지고 한 것이 사실 모두 한동훈의 작품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그런데도 왜 윤석열은 한동훈을 신임하는가? 그 정도로 코너에 몰렸기 때문이다. 팃포탯이다. 눈앞의 적을 때려주기 위해서는 한동훈을 쓸 수밖에 없다. 하수는 손 따라 둘 수밖에. 그냥 포기하고 돌 던지는 것보다는 손 따라 두는 것이 낫다. 지더라도 시간 벌고. 김건희를 보면 안다. 생각이 있다면 김건희 특검을 받아야 한다. 읍참건희는 공식이다. 강서을, 엑스포, 잼버리가 국민의 상식이듯이 읍참건희도 국민의 상식이다. 그 상식을 깼다는 것은? 포기한 것이다. 바둑은 이미 졌고 이길 생각도 없고 그냥 시간끌기 한다. 어차피 질건데 천천히 지자는 전여옥 수법이다. 명예훼손 재판을 8년 끌었다. 윤은 이길 생각 자체가 없다. 김건희가 없으면 본인이 무너지기 때문에 저러는 것이다. 김건희를 보호하려는게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려는 거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윤은 약해졌다. 그렇다면? 한동훈 때문에 강서을, 잼버리, 엑스포 3연타 맞고도 한동훈에 의지할밖에. 한동훈은 경증 사이코패스다.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이공계 체질이다. 역설을 모른다. 사람 심리를 모른다. 공감능력이 없다. 평균에 못 미친다. 보통 사람은 나 강남 8학군 출신인데 너무 부담 갖지 마라는 말이 많이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알지만 한동훈은 괴상한 가발 때문에 전국의 머머리인들이 스트레스받는 것을 모른다. 이상민 영입이 대전충청의 자존심을 짓뭉갠 사실을 모른다. 오히려 반대로 안다. 내가 가발 쓰면 전국의 머머리인이 좋아하겠지. 이상민을 영입하면 대전충청표가 묻어오겠지. 키높이 구두를 신으면 전국의 숏다리들이 지지하겠지. 유방에게 잘해주면 배신하지 않겠지. 유방이 항우에게 충성하고 싶어도 유방 부하들이 가만 안있다는거 모른다. 머머리인이 한동훈 때문에 신경 쓰여서 밥을 못 먹는 거 모른다. 항우도 잠시 반성하는 척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왜? 인간이 스트레스 감당하는 총량보존의 법칙 때문이다. 항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을 앉히면 불안해서 스트레스받아 일이 손에 안 잡혀. 나폴레옹도 명장들 숙청하고 사촌에게 왕을 주었지만 사촌들이 다 배신했다. 항백도 배신했다. 나폴레옹은 사촌들이 배신할거 알면서 왜 그랬을까? 의심하던 부하에게 배신당하면 화병 걸리지만 친인척에게 배신당하면 괜찮다. 김건희 때문에 망하면 괜찮다. 한동훈 때문에 망하는건 괜찮다. 항우의 마음과 같다. 마누라 때문에 망하고 한동훈 때문에 망한 것은 자신이 잘못 대처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나를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잘못한게 없고 하늘이 나를 버리는데 어쩌냐? 이런 핑계가 있으므로 저러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