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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78 vote 0 2022.10.24 (14:26:23)

    우주는 왜 팽창하는가? 생물은 왜 진화하는가? 문명은 왜 진보하는가? 인간의 지능은 왜 높아졌는가? 같은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모든 변화가 하나의 보편적인 원리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집단의 변화를 큰 틀에서는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메뚜기 한 마리가 어디로 뛸지는 알 수 없지만 백만 마리 메뚜기떼는 동료와의 충돌을 피하여 일제히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움직이는 집단의 관성력 때문에 내부에서 역주행은 불가능하다. 내부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집단의 변화는 언제나 한 방향으로 일어난다.


    우리는 변화의 원인이 외부의 작용에 있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당구공이 움직인다면 외부원인에 의해서다. 그러나 세포들이 집단을 이룬 생명체가 움직인다면 내부원인에 의해서다. 집단은 내부에 구조가 있다. 조절장치가 있다. 그것이 없으면 집단이 해체된다.


    변화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면 외부는 전후좌우상하 여러 방향이므로 변화의 내용도 여러 가지다. 그러나 내부에 자이로스코프가 있으면 외력의 방향은 무시된다. 집단 내부에는 외력의 작용을 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키가 있고 핸들이 있다. 밸런스를 조절한다. 


    범선은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든 키를 이용하여 전진한다. 나무는 점점 자라다가 갑자기 죽는다. 생물은 점점 커지다가 갑자기 죽는다. 집단은 언제나 커지기만 할 뿐 작아질 수 없으므로 죽는다. 물론 밸런스 조절장치가 감당하는 범위 안에서 작아지기는 한다.


    기근이 닥치면 몸집이 줄어든다. 겨울에는 나무가 열매와 잎을 떨구고 작아진다. 그러나 약간 후퇴할 뿐이다. 범선이 역풍을 만나도 약간 후진할 뿐이다. 동물은 식량이 부족해도 체중이 약간 줄어들 뿐이다. 많이 줄어들면? 죽는다. 집단의 변화는 커지거나 죽는다.


    태풍은 점점 세력이 커지다가 갑자기 죽는다. 점점 작아지지 않는다. 나라는 커지거나 작아지는게 아니라 망한다. 기업은 커지거나 작아지는게 아니라 망한다. 모든 집단은 커지거나 망한다. 작아지는 경우는 없다. 있어도 약간 작아진다. 조절장치의 방향성이다.


    0보다 작은 숫자가 없으므로 계속 작아질 수 없다. 집단을 이루는 여러 부품 중에 하나라도 0이 되는 순간 전체가 죽는다. 모닥불을 피워도 처음에는 장작에 불이 잘 안 붙는다. 부싯깃을 준비하여 불을 서서히 키워가야 한다. 그러나 불이 꺼질 때는 한 방에 간다.


    불을 붙이는 데는 성냥과 연료와 부싯깃과 산소공급이 필요하다. 아궁이와 굴뚝이 필요하다. 불을 끄는 데는 물 한 바가지로 충분하다. 불을 구성하는 여러 조건 중에 하나라도 0이 되는 순간 불은 죽는다. 불을 처음 붙이기는 어렵지만 이미 붙은 불을 키우기는 쉽다. 


    변화는 집단의 밸런스를 깨뜨린다. 변화는 내부 조절장치의 가동비용을 청구한다. 그것이 변화의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한 변화는 한 방향이다. 그 방향은 증가 방향이다. 에너지가 증가하면 그 증가분에 의해 내부 조절장치의 가동비용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신입이 들어오면 신고식을 한다. 비용은 신입이 지불한다. 반대로 직원이 퇴사하면? 퇴사식 비용을 지불할 사람이 퇴사하고 없다. 전쟁에 이겼을 때는 개선식 비용의 지불이 쉽다. 전리품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에 졌을 때 패전기념식 비용은 누가 내지? 방송중계료?


    시청자가 없어 광고가 붙지 않으므로 방송사가 중계하지 않는다. 집단의 변화는 의사결정비용 지불이 가능한 방향으로 일어난다. 금융권 리스크는 언제나 고객이 부담한다. 은행이 파산하면 연쇄부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은행은 살고 기업과 가계를 파산시킨다. 


    새들과 물고기는 무리 지어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사바나에서 영양과 사슴의 이동이라도 마찬가지다. 강물이 무슨 생각이 있어서 바다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 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한 방향이 된다. 이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분명한 에너지의 방향성이 작용한다. 


    진화를 우연으로 설명하는 진화생물학계가 틀렸다. 자연선택이 아닌 필연선택이다. 답정너와 같다. 답은 정해져 있고 그것은 생태적 지위다. 인간의 높은 지능은 영장류의 생태적 지위가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변이를 지능을 높이는 일방향으로 수렴했다. 


    에너지는 계를 이루고 한 방향으로 간다. 다양한 원인이 활발한 내부 상호작용을 거쳐 결과를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국소적 역주행은 있지만 그것은 계곡물이 폭포 밑에서 잠시 머무르는 것이며 강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 유체의 성질에서 이를 관찰할 수 있다. 


    유체는 압력이 균일하다. 다양한 작용이 내부에서 서로 상쇄된다. 유체의 성질을 잘 드러내는 것이 열이다. 열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엔트로피다. 열은 유체의 일종이다. 알고 보면 우주의 팽창, 생물의 진화, 문명의 진보, 영장류의 지능향상도 엔트로피다.


    상부구조에서 두 개의 노를 잃어먹은 것이 하부구조에서 키 하나로 압축된다. 외력의 작용을 극복하게 하는 밸런스 조절비용은 외부에서 새로 유입되는 자원에서 조달되어야 한다. 집단의 권력 유지비용은 인구증가, 소득증가 등 증가분에서 지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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