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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득수반지무족기(得樹攀枝無足奇)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가지를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벼랑에서 잡은 가지 마저 손에서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장부이다.』

백범이 안악군 치하포에서 왜놈 간첩 토전양량(土田讓亮)을 타살할 때 이 싯귀(詩句)를 되뇌이며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선생의 일생의 좌우명이라 할 만하다.

잡고 오르는 나무의 가지는 출세의 사다리일 수 있다.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다리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담력이 센 사람이라면 100층 건물의 난간에 올라설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는 아니다.

제 힘으로 오른 것은 오른 것이 아니다. 거기에 하늘의 뜻과, 역사의 뜻과, 민중의 뜻이 스며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 손으로 그 잡은 가지를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은 백범일지를 여러번 읽었다 한다. 백범일지의 가장 빛나는 구절인 위 싯귀도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과 김근태 두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벼랑 끝에서 그 가지를 놓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와 같다.  

민중의 마음은 이중적이며 타산적이다. 순박한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바닥에 깔고 있다. 감동으로서만이 민중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다.(사진은 DCINSIDE에서)

김근태의 아햏햏정치
김근태의 행보는 늘 부자연스럽다. 왜 일을 저런 식으로 해서 꼬이게 만드는지.. 우유부단한 건지.. 좌고우면하는 건지.. 사실이지 이해가 안된다. 한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김근태는 정치기술의 측면에는 젬병이라는 점이다.  

그의 정치에는 감동이 없다. 정황상 당연히 감동이 있어야만 하는 장면인데도 감동이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2프로가 부족하다. 춘향이 변학도 앞에서 장황하게 변명을 해서 이몽룡이 등장할 타이밍을 놓치게 만든다.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는 양심고백은 높이 평가되어야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마치 민주당 동료의원들을 공격한 것처럼 보여졌다. 사법부의 판결을 두려워해서 안된다. 본의든 아니든 죄를 지었고 그 죄가 공개되었으면 당연히 죄값을 치름으로서 자신이 벌여놓은 그 사태를 완결지어야 한다. 행여나 국민이 자신의 희생을 알아주지 않을까봐 염려하는 듯이 행동해서 안된다.

일어나라 김딩크. 지난해 월드컵의 영광을 재현하라!


왜 감동을 주지 못하나? 기교도 없고 연출력도 없다. 무엇보다 관객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없다. 그는 밑바닥 인간들과 부대껴보지 않아서인지 인간심리를 모른다.

민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민중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존재가 아니다. 민중은 오히려 리더를 배반한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단 사람도 민중이다. 민중은 리더를 시험하고 때로 지도자를 해꼬지 한다. 이때 리더가 민중을 의심하는 낯빛을 하거나 민중을 꾸지람 해서는 리더의 자격이 없다.

김근태는 은연중에 드러나는 엘리트 정치인의 특권의식과 선민의식을 버려야 한다. 민중을 감동시키려면 보통의 방법으로 안되고 특단의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벼랑에서 잡은 가지마저 손에서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양심고백은 드라마의 정점에 해당할 뿐 극적인 반전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되었다면 김근태는 벌써 민주당을 탈당해서 이부영을 수족으로 부리면서 신당대표 행세를 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년 총선과 그 이후의 정치일정에도 더 유리하다. 근데 뭔가 잘못되었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덧글..민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에 관해서는 게시판 상단에 연재하고 있는 『노무현의 전략』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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