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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2]이금재.
read 4367 vote 0 2021.07.15 (01:44:20)

누구나 탈출을 꿈꾼다는 그 흔한 말조차도 흔한 말


근데 어디서 탈출한다는 건가?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집에서 탈출하려고 했고, 커서는 직장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한국에서, 마지막에는 인간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보통은 이 중에 하나는 걸릴 것이다. 근데 어떻게 탈출하지? 하나 탈출하고 나니 또 하나 나온다. 탈출하고 가만 보니깐 탈출이 아니네. 아무리 탈출해도 끝이 없다. 때로는 힘이 든다. 계속 실패한다. 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해봤다. 이쯤되면 인간은 어디서 탈출하는 게 아니라 탈출 그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꽤 좋은 전략을 발견했다. 혼자 하니 힘드네. 누구와 같이 탈출하면 좋지 않을까? 마음이 꽤 든든하다. 어딜 가든 동료를 찾았다. 이거 꽤 먹힌다. 신병교육대도, 자대도, 학원에서도, 직장에서도 동료를 찾았다. 그리고 때가 되면 헤어졌다. 그 친구들은 거기서 만족하더라. 그런데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 계속 세상이 부대낀다. 멍청한 선임병이, 미래가 없어보이는 사장이 나한테 지랄하는 것도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상대는 내가 엉덩이로 밤송이를 까는 걸 원하네? 그래, 그가 원하는대로 밤송이 까고 잘 적응하면 맘이 편하냐? 아, 원래 인간은 대강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건가? 주변 사람들은 대강 잘 적응하고 사는 게 신기하다. 너희들은 이게 만족스럽니? 적당히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아서, 자기 몸 하나 뉘일 공간 얻으며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는 게 어이가 없다. 이건 뭐 노예가 주인이 만족스러워서 웃는 거랑 다른 게 뭐야? 맞다 이런 글은 일기장에나 써야 할 글이다. 그런데 인류 보편성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생태지위를 찾아간다. 그런데 어떤 인간들은 그 지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들이여 좀 솔직해져라. 대강 포기하기엔 좀 만족스럽지 못하잖아? 이런 재미없게 삽질하는 영화가 도대체 한국에서 대박이 난 이유가 뭐야?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거잖아? 설마 바퀴벌레 먹는 거 보고 재밌었던 건 아니잖아? 빠삐용은 인간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사는 거 뭐 대단한 게 아니라 권력을 탐하는 과정이라고. 시지포스 보면 왠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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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영어의 be + ~ing가 미래의 의미를 갖는 건 문법이 그런 게 아니라, 말을 특이하게 하는 거라고. 영어에 문법은 딱 하나뿐. 주동목. 이게 끝이고 나머지는 다 용법이야. 아무튼 저건 ing를 사용하는 일종의 강조라고 할 수 있지. "하고 있지 않지만 하고 있다"라고 말하면 그게 강조야. "I'm meeting him tomorrow."는 "내일 난 그를 만날 거야"가 아니라 "내일 난 그를 만나고 있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말. 머리에 상상하듯이 말하는 거야. 아직 만나진 않았지만 만나고 있을 걸 미리 상상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뭔 일을 빨리 하자라는 식으로 말할 때도 진행형ing를 자주 쓰는 거야. "We're moving out."은 하고 있다가 아니라 빨랑 하라고 강조하는 방법이지. 아직 안 하고 있냐? 혹은 벌써 하고 있는 거야? 근데 이런걸 그냥 "확정적 미래형"이라는 식으로 외우면 좀 어이가 없잖아? 


https://brunch.co.kr/@dohyunkim/4 이런 한심한 해석을 보고 만족하지 말자, 인간들아. 포기하지 말라. 아니 시박 한국에 영어 교육역사가 몇 년인데, 아직도 이런 걸 아무도 해석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돼? 난 저게 이해가 안 돼서 25년 동안 해석을 생각해왔다고. 하긴, 영국놈이 쓴 옥스포드 영어 문법책에도 "미래의미"라는 식으로 나오니깐 한국인이 해석을 못 하는 것도 이해가 되기는 한데, 이건 아니지. 


have PP 같은 것도 현재완료형이니 어쩌니 해서 이상하게 해석하는데, 이럴 리가 없잖아? 화자가 동사를 왜 두 번 겹쳐서 쓰겠냐고. have에 안긴 동사는 명사화 된 거야. 즉 동사가 pp로 쓰였으면 그건 동사가 아니라 사실은 압축된 문장이고 다시 그걸 일종의 명사화(pp화)를 한 거야. 물론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복잡하게 생각을 하고 쓰는 건 아니고, 대강 느낌으로 이렇게 쓰게 되는 거지. 


비슷하게 OOP 프로그래밍에서는 이런 걸 캡슐라이징이라고도 말하지. 결과적으로 경험이나 완료와 같이 패키징화 된 일화event(문장)를 간단히 말하는 방법이라고. 좀 어렵게 말하면 객관화라고 말할 수도 있고. "I have done it."는 "다 했습니다"가 아니라 "그것이 된 것을 가졌다(경험, 완료)" 같은 느낌으로 말하는 거라고. 사실 위에 소개한 ing도 같은 방법으로 쓰인 거지. 대개 will, should처럼 조동사가 문장에 쓰이는 상황도 같은 원리로 말하는 방식이고. 안은 문장과 안긴 문장 같은 용법이라고 이해하면 간단. 한번에 문장 두 개를 동시에 말하는 거야. 그래서 문장의 의미가 객관화 되거나 강조되는 거지. 나혼자 말하는 게 아니라 화자와 청자가 의미를 공유하게 되는 거야. 이쯤 되면 맥도날드 광고에 나오는 "I'm lovin' it"도 말이 되는 걸 알겠지? 원래 love는 ing를 안 쓰는 단어라 비문인데, 영어권에 사는 사람들은 대강 느낌적으로 알아듣는다고. hhttps://youtu.be/dI-xHMM8wXE


We're leaving this island now. 아직 떠나진 않았지만 떠난 상황을 상상해서 미리 말해버리기. "너는 이미 탈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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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가 왜 계속 영어를 강조하는 줄 알아? 학문의 권력이 영어라는 병목에서 꽉 묶여있거든. 한국에서 스카이 출신이 죽어라고 영어를 공부하는게 이유가 있어. 걔네들이 대개 영어를 좀 하더라고. 걔네들은 아는 거야.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근데 대개 해석을 좃같이 하더라고. 뭔가 슬쩍 뉘앙스가 달라. 그래서 학문 실력이 그따구인 거야. 한국이 왜 소프트웨어가 안 되는 줄 알아? 영어가 안 돼서 그런 거야. 좃만큼 영어 할 줄 아는 애들이 코딩을 하는데, 사실 진짜 가능성이 있는 애들이 코딩을 하는 게 아니라, 좃만큼 영어를 아는 애들이 코딩을 반복적으로 익혀서 하고 있더라고. 근데도 엘리트가 번역 권력을 쥐고 있으니깐 딱히 태클하기가 뭐 하잖아. 그래서 내가 영어를 개나소나 할 수 있게 하고 싶은 거야. 민중의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겠어? 학문이 쉬워지면 그게 총이고 칼이거든. 영어는 조동사 관련된 용법, 수학은 미적분이 엘리트와 민중을 나누는 병목이야. 여길 뚫어야 돼. 그래야 그들의 같잖은 권력질을 해체하지. 그래야 우리가 권력을 갖지. 화이트타이거 보면 알잖아.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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