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혜롭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제안된 견해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견해를 내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파일에 저장된 정보가 틀린게 아니라 그 정보를 저장하는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 견해는 중요하지 않다. 오류는 지적 상호작용 끝에 바로잡힌다. 문제는 왜 오류를 바로잡는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가다. 구조론은 어떤 주장이 아니라 그 생각을 담아내는 언어를 바꾸는 것이다. 언어는 사고의 반영이다. 언어와 그 언어를 지배하는 사고방식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인류는 어떤 사고방식을 쓰는가? 없다. 생각이 없다. 개념이 없다. 어떤 소프트웨어를 쓰는가? 쓰지 않는다. 아예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동물처럼 기계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반사다. 여우가 둔갑해서 빗자루가 되었다고 믿는건 생각이 아니다. 인류는 생각없이 30만 년을 살아온 것이다. 의미있는 지적 성취는 1만 년 사이에 일어났다. 지식인은 좀 낫다. 지식인의 원자론적 사고는 부족민의 주술적 사고에 비해서 많이 발전한 형태이지만 여전히 주술적 사고에 기초한 종교를 신앙하는 것을 보면 암담하다.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논리가 없이 그냥 말을 가져다 붙이는 부족민의 주술적 사고를 버리고 논리는 있지만 근거는 없는 과학자의 원자론적 사고를 버리고, 구조론적 사고로 갈아타야 한다. 합리적인 사고는 유클리드의 원론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인과관계를 추적하는 대수학적 사고다. 그런데 대수학은 뭐지? 방정식은 꼬아진 실을 푸는 것이다. 꼬인 순서의 역순으로 되짚으면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도 풀 수 있다. 차분하게 앉아서 풀면 된다. 그런데 푸는 것은 순서다. 대수학은 시간적인 순서의 학문이다. 순서가 없이 동시적인 것은 어떻게 하지? 기하학은 대칭을 다룬다. 대칭은 동시에 일의적으로 성립한다. 칼을 내리치면 쪼개진 생선은 두 토막이 동시에 발생한다. 순서가 없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대수학의 인과율에 기초한다. 우리는 세상의 절반만을 보고 있다. 원자론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로 나뉜다. 가하는 자와 당하는 자다. 활을 쏘는 자와 화살에 맞은 자의 순서다. 보통사람들의 생각법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이 야곱을 낳고, 야곱이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하다가 막힌다. 형제가 여럿이면 곤란해진다. 대수학적 사유에서 기하학적 사유로 도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과가 있다면 사과를 보는 것은 원자론적 사고다. 구조론은 둘의 사이를 본다. 정면에 기둥이 세 개 있는 집은 몇 칸 집인가? 초가삼간은 기둥이 몇 개인가? 칸이 구조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다. 눈길은 자연히 마디로 쏠린다. 마디와 마디 사이의 칸을 봐야 한다. 한 칸은 기둥이 두 개다. 원자론의 원자는 몇 칸인가? 어떤 둘의 사이에 존재가 있다. 사과와 사과 사이에는 사과나무가 있다. 사과나무는 사과의 자궁이다. 자궁을 봐야 한다. 하나의 자궁에서 여러 형제가 나온다. 순서가 없다. 한꺼번에 천 개의 과일이 열린다. 관계를 봐야 한다. 칸을 보는 것이 관계를 보는 것이다. 세상은 화살을 쏘듯이 시간적 순서로 돌아가는게 아니고 자궁에서 한배의 새끼가 나오듯이 공간의 방향으로 펼쳐진다. 관계를 봐야 한다. 그런데 관계는 변하므로 믿을 수 없다. 아니다. 불변하는 관계가 있다. 그것이 구조다. 구조는 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절대적인 관계다. 대칭으로 만들어진 내부적인 관계다. 원자론은 밖에서 관찰하고 구조론은 안으로 들어와서 내부를 본다. 사과를 보더라도 사과밭 안으로 들어와 있다. 사람을 보더라도 사회 안으로 들어와 있다. 사회가 자궁이다. 세상은 자궁과 자식이다. 두 자식이 하나의 자궁을 공유한다. 두 기둥이 한 칸을 공유한다. 두 형제가 한 어미를 공유한다. 세상은 공유로 이루어진 것이다. 원자가 집합되어 세상이 만들어지려면 누가 소집을 해야 한다. 누가 원자를 불러모았지? 칸이 기둥을 소집한다. 어미가 자식을 소집한다. 공유하는 축이 대칭되는 날개를 소집한다. 손목이 손가락을 소집한다. 몸통 하나가 두 팔을 소집한다. 어미와 자식의 관계다. 반드시 자궁이 있다. 공유하는 것이 있다. 더 큰 울타리가 있다. 화살이 날아간다. 사람들의 눈은 화살을 따라 과녁을 향한다. 틀렸다. 활과 화살 사이 공간을 봐야 한다. 두 기둥이 대칭되어 한 칸을 이룬다. 대칭을 통해 구조를 추적할 수 있다. 우주는 건축되었다. |
관측자와 관측대상 사이에 시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