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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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233 vote 0 2019.10.07 (08:58:40)


    쿨하고 시크하게


    오늘날 진보가 이 모양 이 꼴로 된 것은 진보가 그다지 진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진보들의 반동적인 행태 말이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하나다. 그것은 신무기의 등장이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이유는 기관총이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매우 쏘아보고 싶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군 3만 명이 러시아군 기관총의 십자포화에 녹아나는 것을 보고 다들 깊은 인상을 받았다. 보불전쟁 때만 해도 기관총을 써먹는 방법을 몰라 포병에 배속시켰다가 망했는데 그사이에 장족의 발전이 일어난 것이다. 십자포화. 그것 입맛 땡기네. 죽여주잖아.


    2차 세계대전은 전차와 비행기가 전투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역시 그것을 써보고 싶어 다들 애가 달았다. 상대방이 먼저 쏘기 전에. 이는 비단 물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구성체의 발전도 신무기가 된다. 1차대전 때는 다들 민족주의라는 신무기를 써보고 싶어 안달 났다.


    2차대전은 제국주의라는 신무기를 써보고 싶어서 일어난 전쟁이다. 이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활동이 국경선을 넘어가게 되자 집단이 새로운 의사결정단위를 발명한 것이 민족주의다. 동력기관이 보급되자 석유를 비롯한 자원쟁탈이 벌어졌다. 다들 눈이 돌아갔던 것이다.


    인류는 서로를 불신했다. 남이 차지하기 전에 내가 선수를 쳐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다들 초조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계의 통제가능성의 문제다. 새로운 수단이 등장하면 물리적으로 통제될 때까지 소동은 계속된다. 이는 자연법칙이므로 욕할 수 없다.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것은 평판공격에 불과하다. 한가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상대의 위신을 실추 시켜 왕따를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 얕은 전술이 먹힐 리가 있나? 그런 유치한 수법이 먹힐지도 모른다는 환상이 헛된 희망고문을 낳는다. 그런데 간혹 먹히는 게 더 문제다. 


    팽팽하게 힘이 교착되었을 때다. 자연의 어떤 상태는 안정상태다. 안정이 깨지면 또 다른 안정상태로 도약한다. 이는 역으로 또 다른 안정상태로 도약하지 못할 정도의 낮은 에너지 작용에는 현재상태를 유지하려는 완강한 관성력이 작용한다는 거다. 균형을 유지하려는 힘이다. 


    그럴 때 평판공격이 먹힌다. 계가 안정상태일 때 교과서적인 윤리타령과 도덕타령이 먹힌다. 그러나 신무기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아간다. 단번에 냉정한 힘의 질서로 되돌아가 버린다. 그러므로 우리가 유아틱한 평판공격에 목을 매는 중권스러움을 버려야 한다. 


    무기가 있는 데도 쓰지 않는 자는 바보다. 인류는 청동기가 등장했을 때, 철제무기가 등장했을 때, 기병이 등장했을 때, 범선이 등장했을 때,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거기에 맞춰 지도에 국경선을 고쳐 그렸다. 새로운 통제수단이 등장한 것이다. 금속활자와 종교의 전파도 같다.


    중요한 건 그것을 용이하게 통제할 수 있느냐다. 백성들이 다들 뒷마당에 간이 용광로를 만들고 대장간을 운영하면 농민들이 무장하여 천하대란이 벌어질 텐데 그 사태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모든 국민이 글자를 읽게 되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통제하려고 한다.

 

    소수의 엘리트만 문자를 사용하게 하고 소수의 장인만 쇠를 다루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보와 보수의 1만 년간 벌어진 투쟁은 판박이다. 진보는 대책 없이 기술을 보급하려 하고 보수는 필사적으로 막는다. 그리고 또 신기술이 등장하므로 인류의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왜 통제를 못 할까? 도덕이 부족해서? 윤리가 부족해서? 신념이 부족해서? 정신력이 부족해서? 노력이 부족해서? 지식이 부족해서? 천만에. 통제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본질로 쳐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다들 똥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져 있다. 진실은 평판놀음이 아니다. 


    진실은 도덕이 아니고, 윤리가 아니고, 신념이 아니고, 정신력이 아니고 지식도 아니다. 말을 다루는 사람은 기수다. 자동차를 다루는 사람은 운전기사다. 누가 신무기를 다루는가? 이순신 장군은 몸소 거북선을 만들었다. 장군이 신무기를 만들면 장군이 주도권을 잡는 거다. 


    전투기는 대위 계급장을 달아야 몰고 전차는 중위 계급장을 달아야 몰 수 있다면 장교들이 주도권을 잡는다. 일본이 제국주의 전쟁으로 치달은 이유는 청년 장교단의 주도권 때문이다. 러일전쟁은 일본이 전술적으로 져야 하는 전쟁이었다. 질 전쟁을 요행으로 이겨버린 거다. 


    질 전쟁을 이기는 바람에 구조가 왜곡되었다. 기술이라곤 전혀 없고 정신무장뿐인 러일전쟁 할배들이 태평양전쟁을 지휘하고 있었다. 통제되는가? 할배들이 야심만만한 젊은 장교들을 통제할 수 없다. 왜? 아는 게 없어서. 기관총에 맨몸으로 닥돌했던 할배들이 알긴 뭘 알아? 


    그래도 러일전쟁은 이겼고 이겨서 일단 권력은 쥐었고 그러나 아는 게 없어서 똑똑한 젊은이들에게 면전에서 탈탈 털렸고 이제 청년 장교단의 폭주를 막을 사람이 없게 된 것이다. 군대 안에 하극상이 만연해졌다. 마찬가지로 60년대 한국은 박정희를 통제할 수단이 없었다. 


    무기를 가진 자가 무기를 휘두르고 나오는데 막을 자가 없다. 칼을 가진 자가 칼을 쓰지 않기를 바란다면 초딩이다. 바보냐? 그들이 끝내 칼을 휘두르지 않을 것 같은가? 무기를 쥐면 힘이 들어가고 내부의 공기는 험악해지는 것이며 양심적인 군인이 있어도 막을 수 없다. 


    도덕을 논하고 윤리를 논하는 자가 있지만 헛된 평판놀음에 불과하다. 적군이 콘스탄티노플의 삼중성벽을 넘어오는데 교회로 몰려가서 기도를 하고 있는 군중과 같다. 그들은 기도를 마저 끝내지 못하고 노예로 팔렸다. 중권스러운 사태다. 최후의 답은 언제나 물리학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이겨야 한다. 심리적인 요소가 초반에 약간의 시간벌기는 된다. 심유경과 고니시가 토요토미 죽을 날만 기다리며 약간의 시간끌기는 했다. 허무하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이야기하자. 소박한 감상주의는 배격되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신무기다. 


    민중이 신무기를 손에 쥐는 것이 진보다. 민중이 그 무기를 다루는 기술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자동차 운전과도 같다. 도로주행을 해봐야 한다. 광장으로 나가봐야 민주하는 실력이 는다. 검찰도 언론도 민주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것은 교과서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칼을 쥔 검찰을 어떻게 통제할까? 펜을 쥔 언론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기술이 늘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가? 아니다. 다수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항상 선인가? 아니다. 때로 독재가 더 나을 때가 있다. 소수의 지배가 옳을 수 있다.


    관습을 존중하고 계급과 신분에 따라 역할을 나누는 일본방식이 효율적일 때가 있다. 때로는 세습경영이 전문경영인보다 나을 때가 있다. 문제는 그게 독이 된다는 것이다. 나쁜 방식으로 성공하면 계속 나쁜 방식에 집착하게 된다. 강희 옹정 건륭 시기에 청나라 잘 나갔다. 


    독재정권의 성공사례다. 그 때문에 중국은 독재병에 걸려버린 것이다. 피오트르 대제 시기에 러시아는 잘나갔다. 러시아는 푸틴병에 걸렸다. 청나라의 성공이 지속가능한 것이었는가? 아니다. 인구만 늘어서 도로 원위치 되었다. 러시아가 잘 나간 것은 소빙하기 때문이다.


    유럽이 얼어붙자 모피값이 급등했다. 피오트르 황제 덕분이 아니고 강추위 때문이었다. 박정희병 걸린 한국인 많다. 나쁜 방법으로 성공하면 그것을 반복하려고 하는 게 병이다.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고 말이다. 러일전쟁에서 일본군은 전투에 참패했으나 어쨌든지 이겼다. 


    기어코 기관총 진지에 수류탄을 던졌다. 러시아군의 해상보급이 늦어졌기 때문에 운이 좋아서 이길 수 있었다. 당시 건설 중이었던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제때 가동되었다면 일본군은 참패했을 것이다. 실력이 아닌 운으로 이기면 같은 방법에 매몰되어 혁신을 하지 않는다. 


    박정희 환상에 빠져 퇴행하는 자한당과 같다. 낡은 수법은 두 번 먹히지 않는다.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언제라도 신무기에 의존해야 한다. 신무기는 스마트폰이고 촛불이고 SNS다. 과거에는 지식이 신무기였다. 사회주의자의 지식은 어디서나 환영받았다. 


    한국인의 평균학력이 중 1에 미치지 못했을 때다. 지금은 다르다. 지식은 신무기가 아니다. 한때는 언론이 우리의 신무기였다. 지금은 적들의 손에 넘어갔다. 한때는 검찰이 우리편이었다. 박종철 열사의 진실을 밝혔다. 지금은 패거리를 이루고 단체로 반역하고 있지만 말이다. 


    냉정하게 진실을 이야기하자. 성공하려면 절대적으로 운이 좋아야 한다. 노력이나 정신력 따위 요소는 부차적이다. 물리적인 환경이 우선이다. 머리가 나쁜 데는 대책이 없다. 임금님도 못 고치는 병이다. 좋은 머리, 좋은 지정학적 구조, 좋은 매장자원, 좋은 이웃이 필요하다. 


    그건 다 운이다. 금이 나와야 한다. 일본은 금광이 터져서 부자가 되었다. 한때 전 세계 은의 반이 일본에서 나왔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다. 일본은 미국이 필리핀에서 LA로 가는 항로에 위치해 있다. 나가사키에서 쌀과 물을 싣지 않으면 태평양을 건널 수 없다. 지리 덕 봤다.


    한국은 청나라의 변방이 되어서 몰락했다. 어떤 핵심적 물리적 수단을 장악하면 인간은 노력하지 말래도 노력하게 되어 있다. 미국인들은 하루 14시간씩 일했다. 청교도 정신이라고 한다. 영국의 청교도들은 그렇게 일하지 않았다. 왜 미국인들만 유독 미친 듯이 일을 했을까? 


    땅이 넓었기 때문이다. 일하는 대로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 노동자들도 한때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세계 1위였다. 조선시대에는 안 그랬다. 구한말 외국인의 기록을 참고하면 조선인은 장기와 바둑으로 소일한다고 되어 있다.


    조선에 와서 몇 달을 보냈지만 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식이다. 농번기에나 잠시 일할 뿐 일하지 않았다. 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있고 비용 대비 효과가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일하는 게 인간이다. 절대적으로 운이 좋아야 한다. 환경을 잘 만나고 볼 일이다. 


    마윈은 손정의를 만나는 바람에 떴고 잡스는 워즈니악을 만나는 바람에 떴다. 석유가 나와야 한다. 항구가 있어야 한다. 길목에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결정적으로 옆에 지겨운 놈이 있으면 망한다. 아랍이 저렇게 된 것은 징기스칸 때문이다. 원래는 아랍이 매우 자유로웠다. 


    반면에 기독교는 억압적이었다. 중세 암흑시대다. 모든 좋은 것은 아랍에 있었다. 징기스칸 한 방에 무너졌다. 이슬람은 점점 퇴행적인 종교로 변질되었다. 왜 그랬을까? 하느님께 기도를 게을리하는 바람에 죄를 지어서 몽골군이 아랍에 쳐들어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열심히 기도했고 더욱 멸망했다. 동시에 악질적인 투르크인이 쳐들어왔고 영영 아랍은 부활하지 못했다. 중국이 저렇게 된 것은 만주족의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망가졌다. 청조는 잠시 반짝했지만 나쁜 유산을 남겼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보자.


    중국인은 매일 목욕을 한다고 쓰여 있다. 목욕을 한 적이 없는 불결한 이탈리아인이 보기에는 놀라운 광경이었던 거다. 그는 매일 목욕을 하는 문명적인 중국인을 부러워했다. 아마 중국 남부지역일 거다. 북부지역은 물이 귀하니까. 사실은 징기스칸이 목욕을 금지시켰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남아있다. 조선의 가난은 옆에 있는 안 좋은 친구 청나라 때문이었다. 정조가 일본과의 통신사 교류를 계속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일본과 연대하여 청에 맞선다는 개념이 깨지고 청의 외교속국이 된 현실을 인정하면서 조선은 그대로 무너져내린 것이다.


    도덕, 용기, 신념, 정신력, 노력, 따위 심리적 요인은 그저 사람을 꼬드기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것을 평판공격에 써먹곤 하지만 압도적인 신무기 앞에서는 재롱잔치다. 절대적으로 신무기와 그것을 통제할 기술이 있어야 한다. 세상은 마지막에 물리학으로 결판을 내는 거다. 


    환경을 이용해야 한다. 상황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중권스러운 도덕타령은 자기애에 불과하다. 그들은 나르시시즘에 빠졌다. 그들은 끝없이 자기소개하고 있다. 노무현 시절에 그들은 말했다. 나는 노무현보다 청렴하지. 나를 봐. 나를 보라고. 나는 깨끗하다고.


    조국시대에 그들은 말했다. 나는 조국보다 깨끗하지. 나를 봐. 나 좀 봐봐. 나는 조국보다 깨끗하다니깐. 나를 쳐다보라니깐. 그들은 환자다. 민주주의는 물리학이다. 갈고 닦은 민주주의만이 언론과 검찰을 통제할 수 있다. 그것은 교과서에 있지 않고 실전경험에 있는 것이다. 


    야전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광장에서 그것은 얻어진다. 지금은 국민의 시간이다. 바보들은 닥쳐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윤리나 도덕이나 노력 따위 정신적 요소가 아니라 물리적 환경과 신무기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광장에서 경험치를 쌓아야 가능하다. 


    그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다. 신무기를 장악한 자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세를 바꾸더니 윤리와 도덕을 떠들며 사람을 제압하려고 한다. 도덕가가 세상을 쥐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쥔 자가 도덕으로 한 번 더 우려먹는다. 도덕은 권력을 쥔 자가 정당화하는 기술이 된다.


    더 세련되게 털어먹는 기술이다. 우리가 통제권을 틀어쥔 다음에 도덕을 구사하면 우리 시대를 더 오래 끌고 갈 수 있다. 반대로 적들이 부도덕한 이유는 그들의 수중에 신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물리력이 없으면 염치없이 치사한 수단으로 나오는 게 도덕의 타락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0.07 (14:07:28)

"세상을 바꾸는 것은 윤리나 도덕이나 노력 따위 정신적 요소가 아니라 물리적 환경신무기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광장에서 경험치를 쌓아야 가능하다. 그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다."

http://gujoron.com/xe/1130600

[레벨:5]김미욱

2019.10.07 (22:13:03)

19연, 심유경과 고시니 → 고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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