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학원도 거의 안다니는 시골 6학급에서 2년 근무하고, 이제 도시학교에서 4개월 남짓 근무.

부모님들중 2/3이상이 맞벌이이고, 주지교과 학원(영어제외)에 안다니는 아이는 4명 정도다.


얘가 어디서 줏어들었는지 부모님께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겠다고 선언해서 학원 그만 둔 애가 1명,

초등학교땐 많이 놀아야된다는 부모님의 철학으로  1학기중반 축구교실에 합류하며 학원 끊은 1명,

방학중 학원을 옮기려고 잠시 사교육을 쉬고 있는 1명,

무역을 하시는 아버님이 공부를 도와주시다가 아버님 도움이 없어지자 성적이 뚝떨어진 1명,

원래 태권도 학원만 줄기차게 다니는 1명.  

지난 월요일 부터 얘네들을 데리고 하루 40분~1시간 동안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공부 방법은

그날 배운 중요한 핵심내용을 자기가 알아서 복습(교과서, 노트로)하고,

잘되면 동형복습(익힘책, 관련 도서, 백과사전, 요점정리)하고

집에 가서는 사이버학습 다높이나 문제집으로 복습하는 방식이다.

학교에서 40분에서 1시간, 집에서 30분 이상(가능하면 부모님이 보실 때....)하고

집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일정 비율 권장도서 포함)을 30분 이상 보기다.

나아가 이것이 점차 정착되면 개별적인 숙제(진로관련, 사회관련 다큐, 지식채널E)를 보고

소감문 써오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이유는 뭐든지 대충 대충하기 때문이다.

학원 선행학습으로 대충, 학교 수업 대충, 숙제 대충 하다가

시험기간 되서는 학원에서 3~4시간을 주말도 없이 달달달 암기하는 저지능 노동 학습을 한다.

무엇보다 동기부여가 내적으로 되지 못하고, 핸드폰이니 게임기같은 외적 보상만 바라기 때문이다.

 

학원을 배제한 이러한 시도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학원에 찌들었다가 잠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줘도 공부는 커녕

숙제도 안하고 방만하게 시간을 허비하다가 백투학원행이 되기 일쑤기 때문...

 

그래도 드라마를 쓰려고 한다.

사교육연구학교니 뭐니 하는 시범학교도 결국 사교육을 학교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겨운 강의 설명식-문제풀이식 수업이 반복된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거대담론으로 변화시켜야 할 부분은 안고치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단위학교에게 뭐든지 성과위주, 실적위주의 산출물을 내라고 닥달하면서도,

정작 학급차원에서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맘껏 교육을 펼칠 여유를 안준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공부의 재미를 느끼고  적어도 학원다니는 것 보다 스스로 공부하고,

학교에서 약간만 도움을 받아도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고,

최적의 학습법을 터득해서 자기만의 학습 습관을 정착한다면

굳이 초등학교 차원에서는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될 꺼라고 본다.

 

남한산 초등학교가 뜬 이유가 뭘까?

다양한 프로그램, 블록타임제 수업, 열린 교육, 선생님들의 교육적 열정과 연구, 

맘껏 뛰어놓는 아이들, 자연환경이 주는 푸근함도 있었겠지만,

사람들에게 어필했던 것은 졸업한 이후 아이들의 바른 인성, 창의성, 그리고 실력이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이 상급학교 진학 초반에는 성적이 중하위권이지만,

졸업할 무렵에는 적어도 중상위권의 실력을 유지한다. 

그뿐인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질문했을 때, 학원에 다니는 보통 학생들과는 다른 창의성이

번뜩이는 대답을 곧잘하고, 자기 나름의 개성과 바른 인성을 고루 갖춘 아이들이었다.

당연히 진로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도, 입시교육에 찌들어 진로는 생각지도 않고

소위 명문대만 꿈꾸거나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일반아이들과 달리

미래에 대한 자기의 포부를 당당히 밝히는 아이들이었다.     

남한산 초등학교가 학교차원에서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외국에서 견학오는 학교가 된 것 처럼,

나는 학급차원에서도 이러한 꿈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그리하여 남한산 초등학교 모델이 각 도마다 퍼지고, 교육청의 혁신학교 모델로

이어진 것처럼 학급차원에서 변혁을 이루고 그 변혁을 확산시킬 것이다. 

 

이제 첫걸음이다.

우선 시작은 했으니, 계속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이고, 계속적인 시행착오 모델수

정을 거듭하게 될터. 학급차원의 성공사례를 취합하고,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교류하

고자 한다.

민주주의고 자본주의고 따라하기는 쉬워보이나 여태껏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따라한

남미와 동남아, 서남아, 아프리카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교육도 따라하기는 쉬워보이나 쉽지 않다.

한나라의 기초를 설계하듯 민주주의의 풍토와 자본주의의 기초를 만든 경험을 하지 못한,

단순한 "겉모양 따라하기"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남한산 초등학교는 외적 보상에 목매인 선생님들의 결과물이 아니다. 교사의 내적인 동기부여를 바탕

으로한 집단지성적 교육변화의 시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스로 하는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제자

를 낳을 수 있지만, 내적 목적이외에 외적 실적과 보상을  앞세운 교육은 참교육을 잉태한 적이 없다.

 

이제 이 길의 첫발을 내딛었다.

거창한 캐치프레이즈, 겉만 번지르한 기안과  사소한 문구에 집착하는 학교행정처리는 뒤로 하고...

 

  

 

 *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창조적 양식을 확산하여
    이상주의 실현을 꿈꾸는 지성인의 전당

      http://gujoron.com/x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