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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682 vote 0 2006.08.30 (11: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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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판 올드보이 나타샤 캄푸시

10세 때 납치됐다가 지난 23일 18세의 나이로 탈출한 오스트리아의 나타샤 캄푸시양이 납치범이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말을 듣고 현재의 심경을 밝힌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범인을 두둔하는 듯한 내용도 있었는데 자칭 전문가들은 이를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풀이했다.


과연 스톡홀름 증후군일까? 그것이 일종의 정신병적인 심리현상일까? 천만에! 그렇지 않다. 그것을 정신병적 현상으로 몰아가는 사회가 피해자에게 이중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물론 범인은 나쁘다. 왜 나쁘지? 범인이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것이 죄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 식으로 사회를 공격했기 때문에 더욱 나쁜 것이다. 피해자는 나타샤 캄푸시 한 사람이 아니라 사회 전체다. 이 사실이 중요하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타샤는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사회전체가 공격받은 것이며, 나탸샤는 사회전체를 대표해서 대신 고통을 떠안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타샤의 잃어버린 8년은 누가 보상해 주는가?

스톡홀름의 인질들이 4명의 무장강도범을 두둔하는 이유는 자신의 잃어버린 6일을 보상받기 위한 자기구제 행동의 일환이다. 물론 정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유가 상당하다.

사회의 시선으로 보면 인질들은 재수없게 은행에 갇힌 거다. 똥밟은 거다. 그런데 똥밟은 사람만 손해이어야 하는가?

피해자는 보상을 원한다. 보상받는 방법은 자신의 경험을 의미있는 사건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건을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게 가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공하기 위해서 강도범들에게도 발언권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인질 입장에서 보면.. 강도만 나쁜 것이 아니라 사회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으며 강도범은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찌른 것이고, 인질들은 우연히 끼어들어 그 현장의 목격자가 된 것이다.

인질들의 목격은 가치있는 것이므로 사회는 귀를 기울여서 인질들의 증언을 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TV앞에서 한 번 뜬다. 그것이 인질들이 원하는 보상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건을 정치화 시키는 수법을 쓴다. 정치논리가 끼어들면 사회와 강도범이 50대 50으로 균형을 가지며.. 자기네 인질들이 그 사건의 심판관의 자격을 얻는다.

자신들이 언론을 향해 어떻게 입을 여는가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일시적으로 사회를 지배하려는 것이다. 거기에는 명백히 권력적 동기가 숨어 있다.

인질들의 이러한 행동은 옳은가? 물론 옳지 않다. 그러나 상당히 이유있다.

인질들의 오류는.. 테러범이 단지 일질만 괴롭힌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를 6일간 공격했고, 인질만 피해자가 아니라 사회전체도 6일간 함께 고통받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간과한데 있다.

결론적으로.. 인질범의 강도범 두둔도 잘못이지만, 인질들의 보상심리에 따른 행동을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몰아붙여서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은 이중의 폭력이며 그것이 바로 비난받어야 할 파시즘적 망동이다.

[심리학자들은 인질사건과 같은 극한상황에 처하게 되면 강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으로 인해 인질범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 것을 오히려 고맙게 여겨 차츰 그들에게 온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자신을 구출하려는 경찰들에게 반감까지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스톡홀름 증후군에 대한 해설)]

이건 피해자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행동이다. 피해자들은 억류되어 있는 6일간을 인생의 일대손실이 아니라 의미있는 사건으로 기억하고 싶었을 뿐이다.

6일간 고생했으니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이 기회에 우리도 한번 떠보자.. 이런 심리. 목격자인 자기네가 재판관 노릇을 하고 싶은 것.

알아야 한다. 피해자의 중요한 증언자라도 된듯한.. 실제로는 권력적 동기가 작동한.. 행동도 좋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를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몰아붙이는 행태야말로 비난받아야 할 파시즘적 광기라는 사실을.

장세동의 “내가 입을 열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는 발언에는 명백히 권력적 동기가 숨어 있다. 즉 그 방법으로 일시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이 나라를 지배해 보려는 것이다. 이후 ‘내가 입을 열면~’은 감옥에 잡혀가는 정치범들의 단골메뉴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피해자들의 심리도 같다. 언론의 테러범에 대한 비난을 중단시켜 주목을 받고 발언권을 얻으려는 것이다.  

“그게 아냐.”

라고 이의를 제기해야만 자기네들에게 발언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질들은 때로 인질범을 두둔하기도 한다.  

 

 

[이하는 나타샤양의 편지와 관련된 기사발췌]

“그 사람은 내 인생의 커다란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내가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겁니다.”

“나의 어린 시절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부족한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득을 본 것도 있습니다. 사회와 격리된 덕분에 담배와 술을 배우지 않았고 나쁜 친구를 만나지도 않았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납치범은 자기를 주인님으로 불러주기 원했지만 나는 한 번도 납치범을 주인님으로 부른 적이 없습니다.

“그 사람은 때로는 나를 안아줬고 때로는 나를 짓밟았습니다. 감옥에 간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닌데 죽을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봅니다.”

“그 사람은 혼자서 저를 납치했습니다. 납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뒤였어요. 그의 집에 도착한 뒤로 우리는 함께 방을 꾸몄습니다. 방은 내 진짜 방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꾸며져 불만이 없었습니다. 생활은 규칙적이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고 집안일을 나눠서 했고, 독서도 같이, TV도 함께 봤습니다. 요리도 함께 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8년 동안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었죠. 외로웠습니다.”


경찰에게서 딸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으며, 아버지는 한시도 딸이 죽었으리라고 믿지 않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캄푸시가 갇혀 있던 장소는 프리클로필의 집 차고 지하에 위치한 으슥한 방으로, 기어서 드나드는 사실상의 ‘지하감옥’이었다.

6㎡ 면적에 창문도 없는 답답한 공간이었지만 조그만 침대와 화장실, 싱크대가 있었고 책이나 신문, 라디오, TV, 비디오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캄푸시는 범인이 시키는 허드렛일을 할 때에만 잠깐씩 방을 나올 수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캄푸시가 진공청소기로 차를 청소하다가 때마침 범인이 전화통화를 위해 소음을 피하려 멀찌감치 떨어져 있자 열려 있는 문으로 뛰쳐나와 탈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캄푸시가 탈출한 직후 납치범이 몰던 빨간색 BMW는 빈의 한 주차장에 버려진 채로 발견됐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그의 몸이 열차에 치여 갈갈이 찢겨졌지만 주머니에 있던 차 열쇠와 입고 있던 옷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면서 그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인의 집은 캄푸시의 자택에서 불과 10㎞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웃들은 평소 그를 알고 지내는 사이여서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캄푸시가 범인을 ‘주인’이라고 불렀다며 심리학자들은 그녀가 스톡홀름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피랍되기 전의 나타샤

납치범과 갇혀있었던 집

결론 - 사회와 피해자가 모두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피해자는 사회로부터 보상을 받으려 하고 이를 위해 뭔가 무기를 숨겨놓고 사회와 흥정을 하려 한다.

그  무기는 자신의 증언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를 골탕먹이고 싶은 심리가 분명히 있다. 또 주목받고 싶은 심리가 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려는 심리에는 명백히 권력적 동기가 숨어있다. 증언자로서의 발언권을 활용하여 일시적으로 사회를 지배하려는 것이다.  

피해자는 자신만 희생양이라고 여기며 사회 전체가 함께 고통받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건 피해자의 잘못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몰아붙이는 사회 역시 잘못이 크다. 이중의 폭력이 될 수 있다. 파시즘적 망동이다. 피해자의 행동은 정신병적인 현상이 아니라 권력적 동기가 작동한 이기적인 행동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진짜 스톡홀름 증후군은 이넘들이다

생각하라! 수구꼴통들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에게 노예로 잡혀있던 30년을 잃어버린 30년이 아니라, 나름대로 의미있는 30년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친일파들은 일본에 노예로 잡혀 있었던 일제 35년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35년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수구꼴통들의 심리는 인질사건 피해자의 심리와 같다. 그들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30년간 종살이를 했다는 사실을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다. 왜? 쪽팔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인질범 박정희를 찬양하고 있다. 그 인간들이 불쌍하다.

저것들이 집단으로 정신병에 걸린 것은 분명 아니다. 알거 다 알면서도 저런다. 왜? 자기네가 변변히 저항 한 번 못해본 심리적 노예였다는 사실이 창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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