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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1520 vote 0 2006.08.15 (15:37:40)



구조론이란 무엇인가?

구조론은 과학의 이론을 조직하기 위한 통제원리다. 근대과학의 기반이 실험과 재현을 통한 응용성에 있다면 이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인과율이다.

인과율에 따라 동일한 조건의 실험에서는 동일한 결과가 유도된다. 구조론은 실험의 조건을 조직하고 결과를 유도하는데 필요한 통제원리를 제공한다.

인과율은 논리학이다. 논리학과 자연과학이 손을 잡을 때 학문은 학자의 골방을 벗어나 대중의 손에 구체적인 결실을 쥐어준다.

추상(抽象)세계의 이론적 학문과 현실세계의 실용적 학문이 구조론으로 소통하여 서로 손을 잡으니 마침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논리학과 수학과 자연과학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연과학의 근거는 수학이 제공하고 수학의 근거는 논리학이 제공한다.

이렇듯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론의 세계와 응용의 세계를 일관되게 연결하여 내는 것이 구조론이다.

● 논리의 유도.. 자연을 관찰하여 패턴을 찾는다.
● 수학의 추상.. 패턴들에서 공통된 속성을 간추려 표준화 한다.
● 과학의 응용.. 이를 구체적인 현실문제에 대입하여 풀어낸다.

잡기와 간추리기, 펼치기가 있다. 논리의 패턴은 닮은꼴 찾기다. 수학의 추상은 공통된 속성을 골라내기다. 과학의 응용은 이를 구체적인 사물에 대입하기다.

이는 하나의 일을 진행하는데 따른 연속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전개과정을 하나의 기준에 맞추어 일관되게 통제할 수 있게 하는 원리가 구조론이다.


구조론의 일의적 동시확정 원리

논리는 자연의 패턴을 관찰하여 컨셉을 잡고 수학은 이를 간추려서 표준을 세우고 과학은 이를 구체적인 현상에 적용하여 다양하게 펼쳐낸다.

논리는 언어의 영역이고 수학은 기호의 영역이고 과학은 실험의 영역이다. 논리는 말로 설명하고 수학은 기호로 나타내고 과학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다.

언어는 불완전하므로 의미가 잘못 전달될 수 있다. 언어에 의존하는 논리학의 추론들은 개념의 혼선으로 인한 오류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학의 기호가 논리학의 헛점을 보완하고 과학의 실험이 최종적으로 증명한다. 이러한 연속적인 진행과정을 담보하는 논리적 근거는 인과율이다.

구조론의 핵심은 일의적 동시확정의 원리다. 이에 따라 원인과 결과는 하나의 기준에 의하여 동시에 확정되어야 한다.

원인이 성립한 후에 결과가 확보된다고 생각되지만 이는 정보전달에 따른 시간의 지체에 의한 것이고 원인이 성립할 때 결과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

● 투표 - 원인
● 개표 - 결과

개표 후에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지만 투표 시점에 승자와 패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단지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원인과 결과는 시간차를 두지 않고 일의적으로 동시에 확정된다. 구조론은 논리학과 수학과 과학을 일의적(一義的)으로 동시에 확정한다.

원인(아이디어)과 결과(실험을 통한 증명)가 하나의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통제된다. 이에 구조론이 과학의 이론을 조직하기 위한 통제원리가 된다.


인과율에서 구조론으로 발전한다

세상은 5로 되어 있다. 이것이 구조론이다. 왜 5인가? 원인과 결과 사이에 사건의 촉발과 진행이 더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체과정을 일관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원인과 결과 만으로 부족하고 몇 가지 정보가 추가적으로 특정되고 지시되어야 한다.

인과율에 따르면 결과가 확정된 모든 사건에는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원인이 있다. 원인이 없는 결과가 없고 전제가 없는 진술이 없다.

구조론에 따르면 원인과 결과 그리고 전제와 진술 사이에는 조건, 인자, 촉발, 진행, 종결의 5 단계가 있다.

인과율은 투박한 접근이다. 구조론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의 사건은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의 순서로 진행된다.

조건 - 인자 - 촉발 - 진행 - 종결
원인 (전제)  《― ―》  결과 (진술)

조건과 인자가 원인(전제)을 이루고 진행과 종결이 결과(진술)를 이룬다. 이때 인자(因子)를 중심으로 사건은 내부적으로 조직되고 대외적으로 통제된다.

하나의 사건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인들 중에서 사건을 촉발한 핵심적인 인자(因子)가 있다.

원인이 다양하다고 하나 하필 그 시점에 바로 그 장소에서 사건을 촉발하게 하는 인자(因子)는 단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조건(전제)을 구성한다.

인자(因子)가 시공간의 좌표 위에서 사건을 조직하고 결과를 통제한다. 하나의 사건에 시간과 공간의 두 변수가 있으므로 원인도 결과도 둘씩 나타난다.

종래의 인과율은 조건과 인자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 1원인이라거나 ‘원인의 원인’, 혹은 ‘외적인 원인’ 등으로 표현한다. 이는 엄정하지 못하다.

종래의 인과율로 원인과 결과의 2항 만을 특정해서는 사건이 반드시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시점에 일어난다는 점을 포착하지 못한다.

시간과 공간의 변수를 동시에 추적하기 위해서는 5항이 필요하다. 경찰이 단서를 쫓아 범인의 알리바이를 추궁함은 이 원리를 응용한다.

범죄의 순간 범죄의 현장에서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

● 인과율의 2항 -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원인이 있다. 고로 피해자가 있으면 반드시 범인이 있다.

(원인=범인, 결과=피해자.)

● 구조론의 5항 - 일의적(一義的) 동시확정 원리에 의해 범행현장에서 범인과 피해자는 동일한 시점과 동일한 장소를 공유한다.

(조건=장소, 인자=범인, 촉발=범행도구, 진행=동시공존, 종결=범인의 도주)

인과율은 투박한 접근이 된다. 인과율 만으로는 어딘가에 반드시 범인이 있다는 확신을 줄 뿐 범인을 추적할 단서를 찾아내지 못한다.

구조론은 보다 정밀하게 접근한다. 범행현장에서 범인과 피해자는 직접 접촉하여 사건을 촉발하므로 반드시 접촉의 흔적을 단서로 남기게 된다.

현장에서 시점과 장소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인자(因子)다. 장소와 시점은 범인이 자의적으로 선택한다. 인자가 능동적으로 사건을 조직하는 것이다.

범인과 피해자의 구체적인 접촉을 특정하는 것이 촉발이다. 범행의 진행에는 반드시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특정하는 것이 진행이다.

이 요소들을 모두 한 곳에 모으는 것이 조건이다. 범인의 도주로 인한 현장이탈로 그 조건을 해체하는 것이 종결이다.

조건, 인자, 촉발, 진행, 종결의 5항 사이에는 순서와 방향이라는 질서가 있다. 그 질서에 의해 사건은 일의적으로 조직되고 일관되게 통제된다.

인과율은 단지 ‘범인은 반드시 있다’고 선언할 뿐 범인을 추적할 단서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구조론이 단서를 제공한다.  

아인시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뉴튼의 고전역학을 변증법적으로 극복한다. 고전역학의 본질을 다치지 않으면서 세부적인 모순점을 극복하고 질적으로 심화한다.

구조론은 인과율에 대한 보다 심화된 접근이 된다. 인과율의 본질을 다치지 않으면서도 인과율의 한계를 극복하여 이를 최종적으로 완성한다.  


원인과 이유 사이

하나의 사건에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인과율의 문제다. 이때는 원인(cause)이 아니라 이유(reason)라고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환자가 감기에 걸린 이유는 운동부족 때문일 수도 있고 감기환자와의 접촉 때문일 수도 있고 위생불량 때문일 수도 있다.

다양한 이유들 중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인자(因子)를 꺼집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원인은 결과를 통제하는 직접적인 개입이다. 이유는 조건에서 인자로, 촉발로, 진행으로 이어지는 흐름의 맥락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는 정면으로 대칭된다. 결과의 반대편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이유는 결과와 정면으로 대칭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건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아직 분명한 결과가 얻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원인이 아니라 이유다.

● 감기의 조건 - 환자와의 접촉에 의한 감기 바이러스의 전염이 조건이다.
● 감기의 인자 - 체내에 침투한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자다.
● 감기의 촉발 -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발병한 것이 촉발이다.
● 감기의 진행 - 고열과 근육통을 수반함이 진행이다.
● 감기의 종결 - 감기의 멈춤이 종결이다.

모든 사건에는 반드시 핵심적 인자(因子)가 있다. 인자는 입자 혹은 실체의 형태를 가진다. 인자는 시간과 공간 상에서 물리적으로 성립한다.

단서를 추적하여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사건이 일의적으로 통제되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사건을 시공간적으로 구성하는 인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과학자는 실험환경을 조직하고 결과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예정한 사건의 재현에 성공할 수 있다.

논리의 예측이 수학의 표준화를 거쳐 과학에 의해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구조론이다.  



환원과 재현의 방법론

근대과학의 기반은 인과율에 따른 환원과 재현의 방법론이다. 고전논리학의 기반 역시 인과율이다. 근대 합리주의 사상의 기반 역시 인과율이다.

그러나 이 셋이 어떻게 하나로 통일되는지에 대해서는 일찍이 규명된 바가 없다. 구조론에 의하여 업그레이드된 인과율이 논리학과 과학과 철학을 통일한다.

인과율은 논리학이면서 한편으로 과학의 이론을 조직하기 위한 통제원리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물리학적 근거에 따른 존재의 법칙이기도 하다.

논리와 수학과 자연과학과 철학이 하나의 기반을 공유한다. 그러므로 인과율과 동일한 사항이 물리학의 영역에서도 찾아질 수 있어야 한다.

논리학에서 인과율은 전제와 진술의 대칭성이다. 자연과학에서 인과율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 혹은 질량보존의 법칙으로 성립하고 있다.

이는 뉴튼의 고전역학에서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따른 물리적 등방성과 대칭성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곧 평형원리다.

물리학의 평형원리를 수학에서 등식 혹은 비로 나타낼 수 있다. 이를 A=B로 나타낼 수도 있고 A+B=C로 나타낼 수도 있고 A/B로 나타낼 수도 있다.

1+1=2를 물리실험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천칭저울의 한 쪽에 1의 무게를 가진 추를 태우고 다른 쪽에 2의 무게를 가진 추를 태우면 저울은 2 쪽으로 기운다.

이 상태에서 1의 접시에 1을 추가하면 저울은 본래의 평형을 회복한다. 이러한 실험을 통하여 자연과학의 방법론인 환원과 재현의 원리가 입증된다.

그러나 이는 표면의 관찰일 뿐이다. 보다 정밀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형이 천칭의 왼쪽과 오른쪽 접시들 사이에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왼쪽과 오른쪽 접시에 올린 추들의 평형은 저울받침대와 저울 접시 사이의 평형에서 연역된 것이다.

저울 받침대와 저울 접시의 평형, 접시와 추의 평형,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 접시에 태워진 추들 사이의 평형을 동시에 통제하는 것은 중력이다.

3개의 평형이 있다. 받침대와 접시와 추들의 평형이다. 제 1의 평형에서 제 2의 평형이 유도되고 제 2의 평형에서 제 3의 평형이 유도된다.

3단논법과 같다. 받침대와 접시가 A=B를 이루고 접시와 추가 B=C를 이루고 다시 받침대와 추가 A=C를 이룬다.

이 3가지 평형계를 일의적으로 동시에 통제하는 것은 중력이다. 하나의 중력에 의해 저울받침대, 저울접시, 저울에 태워진 추가 하나로 통일된다.

이것이 구조론의 일의적 동시확정 원리다. 고전논리학의 3단논법이 논리적으로 유효한 이유는 구조론의 일의적 동시확정 원리 때문이다.

중력이 없다면 평형은 성립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질량이 없다면 작용 반작용의 법칙은 성립하지 않는다.

1건의 범죄는 돈이라는 중력이 성립시킨다. 1쌍의 결혼은 사랑이라는 중력이 성립시킨다. 1대의 자동차는 가솔린이라는 중력이 발진시킨다.

사건을 일으키는 모든 평형계에는 반드시 중력 역할을 하는 일의적 동시확정의 그 무언가가 있다. 구조론이 그러한 본질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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