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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685 vote 1 2006.08.24 (20:47:34)


● 리더는 덕이 있어야 한다.
● 참모는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 대중은 자기통제가 되어야 한다.

서프라이즈가 여기까지 온 것은 그나마 서영석님이 덕(德)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은 서영석님의 덕(德)이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노무현과 유시민 덕으로 여기까지 왔다. 지금 우리에게 노무현은 멀리있고 유시민도 자리를 비웠다. 노무현의 덕은 총선 까지가 정점이었고 그 이후로는 한계가 보였다. 유시민도 덕이 철철 흘러 넘치는 양반은 아니다.

노무현 덕에, 유시민 덕에 이만큼 왔는데 더는 덕을 볼 수가 없다. 외부에서 덕이 조달되지 않으니 이제는 내부에서 스스로 덕(德)을 생산해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서영석님은 덕이 그 정도다. 문성근님이 그나마 덕이 있다는 소문을 예전에 들었는데 덕을 베풀지 않고 있다. 아껴둔 덕보따리 풀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략 여기가 한계다. 김대중 덕에 시작을 했고, 노무현 덕에 재미를 봤고, 유시민 덕에 잘나갔고, 강금실 덕을 보고자 했으나 여기가 정점이다. 눈을 씻고 봐도 덕이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김근태 배는 나왔는데 덕은 없고.. 정동영 볼은 통통한데 덕 없고.. 고건 인상은 푸근한데 덕이 없다. 강금실 모르겠다. 내 눈이 멀어서 덕이 있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것이 범개혁세력이 가진 역량의 한계인가?

천명(天命)인가? 하늘이 기세를 이어갈 리더를 내려보내주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지만 그래도 주어진 환경 안에서 대비는 해놔야 한다. 장수는 없어도 적토마에게 여물은 줘야 한다.


● 최적화된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빠른 정보교환과 신속한 의사결정 및 행동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 평소에는 각자 흩어져서 놀다가 이슈가 있을 때 일제히 모여들어 힘을 합쳐 적을 제거하고 다시 흩어지는 식의 치고빠지기로 가야 한다.

● 제 정파로부터 독립하되 사안별로 연대해야 한다.

● 정당보다 정치인 개인과 제휴해야 한다. 정당은 의사결정이 안된다. 우리당은 그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속마음은 알 수 있다. 유시민 마음도 알 수 있다. 이심전심이 되고 쌍방향 의사소통이 된다. 정당이 아닌 정치인과 이심전심으로 제휴하는 것이 일을 풀어가는 방향이다.

● 정당과 손을 잡으면 궁물연에서 보듯이 쪼로록 빨려들어간다. 잡아 먹힌다. 정당은 원래 시민단체나 외곽세력을 빨아먹고 크는 존재다. 기운 다 뺏긴다.  

● 이념이 아니라 스타일로 승부해야 한다. 이념논쟁이 일어나면 보폭이 좁아지고 행동반경이 축소된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옭아맨다. 반면 스타일은 해석이 자유롭다. 광범위한 관망파를 끌어들일 수 있다.

● 긍정적인 가치관을 유포해야 한다. 과정을 즐겨야 한다. 투쟁이 아니라 놀이를 중심으로 끌고가야 한다. 낙관주의로 가야 한다. 우리는 적들과 이념이 다른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이상주의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노는 물이 다르고, 예절이 다르다. 이것이 스타일로 가는 것이다.

● 주류 대 비주류의 대결로 가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안에서 가장 크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이다. 예컨대.. 영화 괴물의 경우 반미주의나 가족주의에 포커스를 맞추면 마음이 좁아진다. 그러나 사회의 주류 시스템에 대한 아웃사이더들의 저항으로 보면 의외로 넓은 지평이 얻어진다.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 광범위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괴물에서 반미 보러온 사람 50만, 가족주의 보러온 사람 100만, 소외된 아웃사이더의 저항 보러온 사람 300만, 그냥 괴물에 홀려서 온 사람 200만. 남들이 장에 간다니까 거름 지고 장에 온 사람 나머지 다.

● 조직보다 개인이 강해야 한다. 조직이 강할수록 적에게 이쪽의 정보만 제공하는 셈이 된다. 지피지기를 당한다. 적의 겨냥하기 좋은 타격 목표가 된다. 조직에 의존할 경우 순발력이 떨어지고 결정적인 순간에 조직을 보호하려다가 의사결정을 못하여 우왕좌왕 하게 된다. 원래 외인부대는 개인의 자발성에 의해서 결정적인 승부처에서만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비상 사이렌이 울리면 일체의 개인행동을 접고 고도의 조직적인 행동을 하다가 비상이 해제되면 다시 자유로운 개인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베테랑이라고 부른다.

● 정답을 찍어주기 보다는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이 있는 문제해결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 쌍방향 의사소통에 의한 피드백이 되어야 한다. 좌파 특유의 무오류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모험과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 현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의 순간에 역사의 현장을 지켜야 한다. 어떻게든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입으로 옳고 그름을 논하는 꽁생원은 지고 일단 현장에 뛰어들어 부딪히고 보는 백전노장이 승리한다.

● 토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 전투에 지더라도 무기를 손에 넣으면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다. 토대를 얻기 위해서는 지는 싸움도 해야 한다. 토대는 이기든 지든 싸움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어떤 근거를 말한다. 민주화운동도 그렇다. 전술적 오류를 겁내지 않고 50년간 계속 싸움을 이어온 거다. 한총련의 노선이 옳지 않더라도 불씨를 이어가고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터넷이 일종의 토대다. 이기든 지든 일단 인터넷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 조중동과는 분명히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절대로 타협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역사의 큰 승부가 나야하는 지점이 있다. 이쪽 저쪽 다 옳거나 그른 측면이 있다 해도 역사는 그 중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조중동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겠지만 적어도 ‘민주냐 독재냐’는 역사의 큰 승부가 나야한다. 패자는 침묵해야 한다. 조중동은 졌다. 역사의 큰 승부에서 진 것이다. 그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에 의해 퇴출되어야 한다. 딴거지 일당도 마찬가지고.  

● 민중은 부분적인 오류가 있더라도 품어안고 가야 한다. 민중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자기 내부에 역동적인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동학농민전쟁이나 광주싸움처럼 민중의 저항이 내부의 오류나 혹은 역량의 한계에 의해 단기적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실패의 경험조차도 역사의 긴 호흡으로 보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 민중이 자부심을 얻을 때 그 효과는 참으로 크다. 엘리트는 단지 한걸음 앞서 길을 찾아낼 뿐 그것만으로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깨어난 민중의 힘이다.

● 대중노선으로 가야한다. 파시즘에 대한 지나친 경계는 서구중심적 사고다. 개인의 인격을 강조하는 유교주의는 본질에서 반 파시즘적이다. 서구 역사에 공자가 있었다면 히틀러는 힘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의 인격을 함양한 군자(君子)들은 절대로 파쇼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교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일본도 마찬가지다. 민중의 역량을 과소평가 해서 안 된다. 민중의 균형감각을 믿어야 한다.

● 대중노선으로 가야 하는데 전술적인 치고빠지기가 안되고 통제불능의 사태에 빠져버리는 수가 있다. 왜? 리더에게 카리스마가 없기 때문이다. 리더십을 형성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정치노선의 문제가 아니라 토대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사이트가 구조적으로 잘못 만들어져 있거나 24시간 관리가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 새로운 인물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자궁을 키우고 요람을 만들고 학교를 건설하고 시스템을 갖추고 토대를 확보하고 때를 기다리면 된다.

● 김대중, 노무현 이후 개혁세력의 욕망이 낮아졌다. 어느 정도 한풀이가 이루어져서 밑바닥의 에네르기가 약화된데다가 세대교체 과정에서 새로운 구심점을 형성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386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386이다. 캐리어가 없는 젊은이들이 서로 믿지 못하는 것이다. 욕망을 가져야 한다. 욕망의 질을 업그레이드 해야한다. 정권유지가 목표가 아니라 더 높은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 조중동과 딴거지 퇴출이 2002년의 목표였다. 이건 역설적으로 조중동과 딴거지의 삽질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는다. 즉 우리가 스스로 비전을 제시하여 앞에서 길을 열어가지 못하고 조중동의 악행과 딴거지의 추태를 비판하는 역할로 스스로의 포지션을 한정시킴으로서 야당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여당 안의 야당 정도를 할 수 있었다. 범개혁세력이 전부 여당 안의 야당을 하고 있으니 말만 많고 일이 안 된다. 이건 반쪽이다. 온전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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