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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980 vote 0 2016.12.28 (18:56:18)

    

    인류사를 ‘도전과 응전’ 한 마디로 정의해준 사람은 토인비다. 인생은 질문과 응답이다. 문제가 출제되니 답을 제출한다. 환경이 시비를 걸면 인간은 거기에 대응한다. 누가 부르면 거기에 응답한다. 그것은 호응이다. 호응이 있기 앞서 대칭이 있다. 대칭이 있어 계를 이루고 에너지가 태워지면 호응하여 처리한다.


    자극이 있으면 반응이 있다. 물리현상은 작용에 반작용하고, 동물은 외부자극에 단순반응한다. 인간의 삶은 능동적인 호응이라야 한다. 어떻든 외력에 대응한다. 그것은 사건이다. 인생이 하나의 사건이라면 누가 사건을 격발하느냐다. 부모가 자식을 낳고, 스승이 제자를 키우고, 주인이 노예를 부린다. 그것은 복제다.


    정답은 사건의 결과측에 서는 반응이 아니라 원인측에 서는 복제다. 철학자가 다수 있으나 죄다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의미있는 말을 한 사람은 권력의지의 니체와 권력발명의 공자 정도다. 도전에 응전하든, 문제에 정답하든, 외력에 대응하든, 자극에 반응하든, 어떻게 해보려면 권한이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노예는 하지 못한다. 제자도 하지 못한다. 자식도 하지 못한다. 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반응할 뿐 복제하지 못한다. 결과측에 설 뿐 원인측에 서지 못한다. 응전할 뿐 도전하지 못한다. 선제대응하지 못한다. 에너지를 통제하지 못한다. 그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사건을 일으키지 못한다.


    인간은 세 번 태어난다. 처음은 자극에 반응하는 동물로, 다음은 문제에 답하는 소년으로, 셋째는 능동적으로 도전하는 인간으로. 세 번째가 철학이다.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정도로는 인간에 들지 못한다. 문제를 푸는 학생 포지션이면 그것은 철학이 아니다. 노예는 왜 주인이 내준 문제를 풀려고만 하지? 노예니까.


    다들 문제를 풀려고 한다. 예수가 원죄라는 문제에 구원이라는 답을 제출한다. 석가는 고苦라는 문제에 해탈解脫이라는 답을 들고 나왔다. 그것은 철학이 아니다. 왜 스스로 문제를 출제하지 않지? 인생의 답은 정해져 있다. 그것은 행복이다. 행복이라는 답을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철학이 아니다. 미성숙한 태도다.


    세상에 문제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나 문제를 낼 수 없다. 권력이 있어야 한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간다. 기에 서는 자가 문제를 출제한다. 승과 전과 결에 서는 사람은 답하는 자다. 주인이 낸 문제에 답하는 노예, 스승이 낸 문제에 답하는 학생, 엄마가 낸 문제에 답하는 소년의 행동은 철학이 아니다.


    자극에 반응하는 동물을 벗어나, 문제에 답을 찾는 소년을 벗어나, 세상에 도전하여 문제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철학이다. 문제를 내려면 권력을 가져야 한다. 발언권이 있어야 한다. 권력의 형태는 다섯가지다. 공자의 인지의신예가 그것이다. 사건의 기승전결에서 기에 섬으로써 출제자의 자격을 얻는다.


    오랫동안 인간은 물음에 답하는 존재였다. 인간의 답은 뻔하다. 선악을 분별하는 문제가 주어진다. 도둑은 악이요 경찰은 선이라. 박수 나온다. 우리 어린이 참 잘했어요. 순실은 악이고 촛불은 선이라. 새누리는 악이요 더민주는 선이라. 이 정도 문제는 누구나 답을 맞힐 수 있다. 그렇게 인류는 1만년을 살아왔다.


    예술가들은 악을 물리고 선을 찾는 것이 예술이라 믿었다. 인상주의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림은 지고지선의 경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우아하고 고상하고 거룩하고 세련되고 정밀하고 조화롭고 공교로운 그림을 그려야 해. 그것이 바로 회화의 선이야. 지극한 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그림의 목적이야.


    음악이라도 다르지 않으니 마음에 평화를 가져오는 고상하고 경건한 음악이 아니면 안된다. 그러나 그러한 답은 노예가 주인에게 아부하는 가엾은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으니 그들은 누군가의 제자이거나, 누군가의 자식이거나, 누군가의 부하이거나, 누군가의 몸종이었으므로 그렇게 답하는 것이 체질이었다.


    가짜다. 악을 물리고 선을 지향하며 행복에 이르는 것은 가짜다. 대중들에게 아부하는 노예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답은 정해져 있다. 정확하게는 상호작용이다.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다. 누구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호르몬은 1차 인간에게 긴밀한 상호작용을 요구한다. 2차 그것은 권력의지로 나타난다.


    소년기에는 복종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악을 물리고 선을 따르니 복종이다. 배가 고플 때 먹고, 눈이 졸릴 때 자고, 똥이 마려울 때 싼다. 인체의 명령에 복종하니 배부르게 먹는 권력, 시원하게 배설하는 권력, 졸릴 때 자는 권력을 얻지만 권력의 작동범위는 기껏해야 자기 신체주변에 한정된다. 신체 통제권이다.


    호르몬이 인간을 바꾼다. 사춘기가 되면 반항이다. 타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집단의 상부구조로 올라선다. 슬슬 불안해진다. 주변이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의 평판이 신경쓰인다. 집단의 서열이 신경쓰인다. 여자는 평판을 통제하려고 하고 남자는 서열을 통제하려고 하니 그것은 응전이 아니라 도전이다.


    부족민들은 행복하다. 숲 속에 사는 자연인들도 행복하다. 못해도 수만 평은 되는 임야를 꿰차고 들어앉았으니 행복할 수 밖에. 부족민의 불행은 인구증가 때문이다. 백인들이 전염병을 퍼뜨려 부족민을 몰살시키니 인구가 사라져 잠시동안 행복해졌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하여 토지가 부족하면 불행을 피할 수 없다.


    자연인의 행복은 꿰차고 앉은 넓은 토지 때문이다. 인간은 토지를 잃고 도시에 살게 되면서 불행해졌다. 공자가 탈출구를 제시하니 권력발명이다. 부족민들에게는 권력이 없다. 도무지 말을 들어먹는 사람이 없다. 결혼을 하지 않으니 남편도 부인도 없다. 나이를 셈하지 않으니 형도 없고 아우도 없다. 그만 고립된다.


    의사결정은 불가능해진다. 자연인들에게도 권력이 없다. 기르는 염소와 강아지 정도가 말을 들을 뿐 고양이만 해도 뾰로통해서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권력이 없으므로 타인과 공존하지 못한다. 자연인이 권세를 즐기려면 못해도 계곡 하나 정도는 통째로 차지해야 한다. 둘만 되어도 불화와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생산력이 부족한 이스터 섬에 인구가 3만명이니 불행을 피할 수 없다. 황폐해지고 만다. 권력이 해답이다. 권력이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인다. 다섯가지 권력이 존재하니 인지의신예다. 공자의 3천 제자들은 알량한 지식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복제하려 한 거다. 각자 원하는 권력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장유유서로 형과 아우 사이에 권력을 창출한다. 군신유의로 팀을 조직하여 권력을 작동시키니 팀플레이가 산다. 붕유유신으로 소그룹 안에서 권력이 작동하게 하니 소집단의 의사결정에 성공한다. 부부유별로 예를 이루어 서로간에 경계를 그으니 타자의 무단한 개입을 차단한다. 상황을 통제가능하게 한 것이다.


    보통은 악을 물리고 선에 이르러 답을 제출하는 것이 곧 인생이라고 여긴다. 부는 선이요 빈은 악이라, 강은 선이요 약은 악이라, 승은 선이요 패는 악이라, 귀는 선이요 천은 악이라, 성공은 선이요 실패는 악이라, 합격은 선이요 불합격은 악이라, 승진은 선이요 탈락은 악이라, 커플은 선이요 솔로는 악이라.


    이걸로 인생을 안다고 여긴다. 틀렸다. 그것은 노예의 상호작용이요 소년의 상호작용이라 기껏해야 자기 신체주변을 챙길 뿐 널리 천하로 나아가지 못한다. 좁은 공간에서 먹히는 방법이다. 인생의 답은 권력에 있다. 정치권력은 일부다. 여자가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 것도 권력이니 그 권력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한다.


    그것으로 남자에게 도전한다. 남자의 금력에 여자의 매력으로 맞서는 것이다. 남자가 김치녀니 된장녀니 하는 것은 여자의 도전에 당황하여 내지르는 비명소리라. 옷과 화장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도전행위를 비난하는 태도는 페미니즘이 아니다. 권력의 근본은 대항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체의 힘에 대항해야 한다.


    강자에 대해, 폭력에 대해, 권위에 대해, 기득권에 대해, 금전에 대해, 차별에 대해 지식에서 구한 이념의 매력으로 또 예술에서 구한 스타일의 매력으로 도전하여 상호작용 총량을 높여야 한다. 화장을 하든 명품을 사들이든 사회의 상호작용 총량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기동하는 것이 올바르다. 거기에는 선악이 없다.


    도전과 응전이 있다. 대칭이 있고 호응이 있다. 날카롭게 날이 서야 한다. 예리하게 상대방의 가슴을 찔러야 한다. 남자도 상처입고 여자도 상처입는다. 그 상처가 치유되면서 상호작용하여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상처를 겁내면 안 된다. 여자와 남자가 똑같아지려고 해도 안 되고, 서식지를 분리하려고 해도 안 된다.


    권력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리하여 성장하는 것이며 그것이 인생이다. 살인사건이 났다. 강남역에서 남자가 여자를 죽였다. 범죄자는 자신의 범행이 왜 잘못인지 납득하지 못한다. 그것을 설득하여 납득시키려는 태도는 어리석다. 그것은 선악의 관점이며 선악의 관점은 사회화라는 숨은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https://is.gd/0PNQ5w


    범죄자는 사회의 편이 아니다. 사회가 타격받았다면 범죄자의 승리다. 범죄자는 살인자를 숭배한다. 그것이 범죄자의 권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범죄자를 설득하려 하면 그것이 바로 범죄자가 원하는 반응이다. 사회가 반응해주었으니 범죄자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 범죄자는 설득해야 하는게 아니라 제압되어야 한다.


    범죄자를 제압하는 방법은 이쪽에 권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회가 선악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화 되어 있다는 전제를 깨고 타자임을 납득시켜야 한다. 범죄자는 사회의 일원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남남이며 다른 부족에 속한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한다.


    벌은 약하지만 건드리지 않는 것은 쏘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돈을 벌어 가족을 위해 희생하려고 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거짓이다. 남자가 밤늦게까지 일하여 돈을 버는 것은 가족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권력을 사서 가족을 지배하려는 것이며 부모의 희생도 사실은 지배다.


    부모의 지배는 있어도 희생은 없다. 여자가 매력을 과시하는 것이나 남자가 돈을 과시하는 것이나 부모가 희생을 강조하는 것이나 모두 권력행동이다. 그것이 희생과 헌신과 노력이 아니라 권력이고 탐욕임을 인정해야 한다. 권력에는 권력으로 맞서야 한다. 우리는 전방위로 대항해야 한다. 정부에는 촛불로 맞선다.


    자본의 권력에는 지식에서 구한 이념의 매력과 예술에서 구한 스타일의 매력으로 맞선다. 강자의 폭력은 2를 1로 쪼개지만 약자의 매력은 1을 2로 합치게 한다. 합쳐서 팀을 이루니 강해진다. 매력도 권력이고 이념도 권력이고 스타일도 권력임을 깨달아야 한다. 새로운 권력으로 낡은 권력을 치는 것이 정답이다.


555.jpg


    인생의 답은 에너지를 얻어 사건을 복제하는 것입니다. 바보는 폭력으로 사건을 복제하고, 군주는 권위로 사건을 복제하고, 재벌은 자본으로 사건을 복제하고, 아는 사람은 매력으로 사건을 복제하니 매력은 지식에서 구하는 이념미와 예술에서 구하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매력이 폭력을 이기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레벨:11]큰바위

2016.12.28 (22:40:51)

예수가 원죄라는 문제에 구원이라는 답을 제출한다. - 원죄는 아예 없는 겁니다. 

기독교가 사람들에게 삥뜯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론입니다. 

4세기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말입니다. 

구원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5-6세도 안되는 아이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고, 겁박하고

구원받기를 원하는 사람 손들라고 하는 아주 유치한 짓을 해온 기독교가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한국 기독교에 희망이 없는 겁니다. 


인간은 원래 죄가 없습니다. 이걸 가르쳐 주려고 예수가 온 거.. 

[레벨:1]촉촉

2016.12.29 (00:22:15)

하하하, 선생님 오늘 많이 외로우신 모냥.

아님, 막걸리를 많이 하셨던지---


매력의 본질,

권력의 본질,

본질의 본질이란 무엇일까요?


둘러보면, 요놈의 본질때문에

울고 웃으면서도

끝내 그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99.99999%


헤겔은 자신의 강의가 어렵다고

우르르 찾아와서 묻고 또 묻는 제자들에게

"나의 철학은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라"라고 했다지요.


본질이 가장 잘하는 것은 엿 먹이기.

요거다, 싶으면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더 머신]이란 영화를 보면 초반부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와 인공지능과 제3자가 있는데

제3자가 야바위를 놓죠. A와 B 중에 B에다가 구슬을 넣고

제3자는 자리를 비웁니다. 이때 주인공이 인공지능에게

"인공지능아, 이건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다"라고 하면서

B속에 있던 구슬을 꺼내서 A에다가 집어넣습니다. 그리고는

3자가 다시 돌아왔을 때, 주인공이 인공지능에게 묻습니다.

"인공지능아, 지금 제3자는 구슬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할까?"

인공지능은 뭐라 대답했을까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제3의 본질이 아닙니다.

그림을 고르는 거랑 그리는 것의 차이라고 할까요.

본질보다 강한 것이 그것 말고는 어디에 있겠습니까.


Exam도 아니고 Test도 아니고 Quiz라 죄송합니다.






[레벨:1]촉촉

2016.12.29 (09:01:21)

영화에서 인공지능이 A라고 답하자,
주인공은 그것을 실패로 규정하고
절망에 빠집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다 여기에
있는 것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9]id: 배태현배태현

2016.12.29 (00:44:10)

오라 헤겔이 쪼매 아는 군요.

예전 강론에서 헤겔이 어디쯤 위치해 있다고 동렬님이 말씀하신거 같은데 까묵었네요.

다시 함 찾아 봐야 긋네.

[레벨:2]가몹

2016.12.30 (07:31:27)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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