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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62 vote 1 2020.07.26 (20:41:49)


    동원이란 무엇인가?


    구조론의 용어는 사전 보고 찾지 말고 구조론적 의미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에서 질의 결합을 나타내는 말은 없다시피 하다. 운동과 량을 나타내는 말은 많다. 어떤 인디언 부족민은 나뭇잎의 습한 정도를 40가지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슬 젖은 나뭇잎, 물에 빠진 나뭇잎, 바싹 마른 나뭇잎 따위로 모두 이름이 있다. 그런데 정작 그 나무 이름은 없었다. 부족민은 모든 것을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는데 그것은 쓸모없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이런 식이다.


    질의 결합을 나타내는 용어는 드물다. 인간이 원래 추상적 사고에 약할뿐더러 추상적인 상태는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명명하려고 해도 이름 붙이기 어렵다. 분위기, 뉘앙스, 미장센 같은 말이 있어서 때로는 약간 느낌이 통하지만 어폐가 상당하다. 


    남녀 간이 결합된 정도를 나타내는 말로 사랑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랑하다의 동사로 사용되는게 보통이다. 짝사랑은 상호작용이 아니므로 많은 경우 사랑이라고 말해도 사실 결합이라고 볼 수 없다. 국가와 국민의 결합된 정도를 나타내는 말은 없다.


    충성이라는 말이 있지만 상호작용이 아니라 일방작용이다. 마케팅 용어로 고객충성도라는 말은 있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사랑이 있는 상태여야 하듯이 국가와 국민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상태라야만 한다. 그것을 필자는 동원이라고 말한다.


    역시 어색하다. 동원의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지 말고 구조론적으로 해석하자. 국가에서 시키면 뭐든 반대로 하는 인간이 있다. 집을 팔라고 하면 집을 사는 사람 있다.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한다. 국가 말을 듣다가 만리장성 쌓고 있기 다반사다.


    박정희는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하여 국민을 동원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최숙현이 희생되었다.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고 따르게 할 목적으로 스포츠의 주목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자식들 학교 보내라고 하면 안 보내는 부모 많았다.


    육이오로 한바탕 휘저어놓자 '장난이 아니구나' 싶어서 비로소 국가 말을 듣게 되었다. 이런 동원구조가 중요하다. 조선과 청은 일본에 비해 동원되지 않는 국가다. 촌락과 관료의 거리가 멀다. 지방관의 관할구역은 너무 넓고 세습 아전은 교만했다.


    유교주의도 동원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나름 동원력이 있다. 귀족체제는 동원되지 않는다. 지방 영주가 중앙에 병력을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아랍의 명예살인이나 여러 가지 퇴행은 국가의 동원구조가 깨진 것이다. 국가와 국민 간의 연결고리가 없다.


    동원하려면 명령계통이 살아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언론으로 국민을 동원한다. 모든 국민이 국가를 감시하고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찬반 의견을 내며 여당과 야당이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야 한다. 자본주의는 고도의 동원시스템이다. 


    이윤이야말로 동원에 필요한 명령계통을 살리는 장치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연결하는 라인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거기에 비용이 든다. 인류는 지난 수천 년간 논쟁해 왔지만 아직도 이윤이 뭔지 모르고 있다. 이윤은 명령계통 유지에 드는 비용이다. 


    돼지가 새끼를 치는 것은 내가 봤지만 돈이 새끼를 치는 것은 내가 보지 못했다는 식이다. 이윤을 이해 못 한 것이다. 사회가 작동하려면 상호작용이 활발해야 한다. 권력에 의한 강제동원은 일방작용이라서 생명성이 없다. 동원효과가 낮다는 말이다. 


    베트남이라면 전문기술자를 구하기 어렵다. 관악구의 기술자를 동작구에서 부르면 보내주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돈으로 해결하지만 공산주의는 공무원들이 협조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동원이 깨진다. 자본주의는 혁신을 사용해 인간을 동원한다. 


    새로운 상품, 새로운 뉴스, 새로 나온 신곡, 새로 발표한 신작에 권력이 있다. 남보다 빨리 뉴스를 본 사람에게 발언권이 있다. 남보다 먼저 영화를 본 사람에게 문화권력이 있다. 뉴스가 없고 신상이 없고 신제품 없고 패션이 없고 트렌드가 없다면?


    명령계통이 죽어서 이자 없는 은행이 된다. 아랍의 은행은 이자가 없다. 대신 따로 뒷돈을 받으니 부패의 원인이다. 왜 이윤이 존재할까? 왜 이자를 은행에 바칠까? 그 사건을 기승전결로 연결시키는 명령계통의 유지비용 때문이다. 그거 다 돈이 든다.


    신곡, 신작, 신상, 최신 뉴스, 최신 유행이 없으면 개인 간에 상호작용하는 라인이 죽어서 의사결정이 전달되지 않으므로 사회가 죽는다. 상호작용은 바이럴 마케팅처럼 바이럴을 획득해야 한다. 남보다 먼저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이득이 있어야 한다.


    신기술, 신발명, 신작품, 신영화, 신유행과 같은 부단한 혁신이 없으면 명령계통이 죽어서 도로가 없는 사회가 된다. 유행이야말로 사회의 고속도로다. 그런 변화에 국민이 민감해야 한다. 귀를 쫑긋하게 세워 사회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뉴스가 사회의 고속도로다. 이자는 도로의 유지비용이다. 명령계통을 살아있게 하는 비용이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얻는 이득을 홍보비로 구한다면 영화의 홍보비용은 제작비의 열 배가 넘는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면 북한은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된다.


    우리는 그냥 회담을 하면 되는데 북한은 명령계통이 죽었기 때문에 억지로 동원하려니 비용 깨진다. 회담하기 전에 모든 북한 주민이 참여하는 결의대회 같은게 있다. 말단 행정구역부터 결의해서 위로 단계를 밟아서 평양까지 올라가는 것이 있다고. 


    그 비용을 남한에 구걸하니 박지원이 감옥에서 고생하게 된 것이다. 세상이 일원론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그 명령계통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원론자는 그 명령계통을 보지 못했다. 그 경우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방법으로만 라인을 살릴 수 있다. 


    이는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이 발언권의 형태로 권력을 가지고 정보를 전파하는게 아니라 무조건 병장이 부하들에게 전달하는 것과 같다. 병장이 영화를 잘 아는 사람도 아닌데 제대로 전해질 리가 있나. 신작을 개봉하면 정보를 전파하는 라인이 있다.


   평론가, 기자, 골수팬, 보통팬, 무관심층 순서로 정보가 전달되는데 억지로 병장, 상병, 일병 순서로 전달하거나 이장, 통반장, 주민 순서로 전달한다면 제대로 되겠는가? 그 경우 많은 비용이 깨지고 홍보는 제대로 안 되어서 좋은 영화가 망한다. 


    무관심층이 일 년에 두 번 설날과 추석에 하는 성룡영화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노래는 뽕짝만 듣고 그림은 이발소 그림만 사는 식이다. 유행이나 패션이 없이 그냥 개인의 기호에 맡기면 사회가 총체적으로 망한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소비한다고?


    그거 굉장히 위험하다. 개인의 기호에 맡기면 식당은 조미료만 넣고, 백종원은 설탕만 치고, 맥주는 탄산만 넣고 하는 식으로 점점 이상해져서 사회가 총체적으로 퇴행한다. 아랍이나 인도가 정체된 이유는 마니아가 빠지고 개인의 기호에 맡겨서다


    사회는 엘리트가 이끌고, 마니아가 이끌고, 중산층이 이끌고, 성질 드럽고 깐깐하고 까탈스러운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 성격이 무난한 사람이 사회를 이끌면 국은 된장국만 찾고, 김치는 신김치만 찾고, 빵은 크림빵만 먹어서 사회가 점점 산으로 간다.


    중국인들처럼 화장실이 드러운들 어떠리 불로장수면 최고지, 몸에 좋은게 좋은겨 하며 식당에서 주구장창 떠들어대며 길거리에 침을 탁 뱉고, 유럽처럼 공무원이 민원인 개무시하며, 미국처럼 종업원이 인종차별 발언을 하며 점점 이상해지는 것이다.


    왜 미국인은 반지성주의가 득세할까? 왜 일본은 혐한을 하고 있을까? 사회의 어떤 부분에 긴장이 풀리고 나사가 빠지고 상호작용이 죽었기 때문이다. 고립된 상태에서 남의 눈치를 안 보는 오만한 사회가 된 것이며 그 결정판이 중국의 화장실 문화다. 


    그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세상에 제일 치사한 넘이 먹는거 가지고 시비하는 넘과 싸는 문제 가지고 트집 잡는 넘이여. 이런 분위기가 된다. 외국인들이 들락날락하니까 상호작용에 의해 정신 차리게 되는 것이다. 근데 정신 차릴까?


    누가 말해줘야 한다. 누가 말하면? 지가 뭔데 감히 내 앞에서 지적질을 해? 남이야 개고기를 먹든 말든 무슨 상관이여? 문화 상대주의 몰라? 탈근대라고 들어나 봤나? 이러고 배째라 진중권들 나온다. 놔두면 사회는 점차 개판 되어 퇴행하는 것이다.


    엘리트, 지성인, 마니아, 교양인, 매너 있는 사람, 까탈스러운 사람이 권력을 쥐고 문화지체에 빠져 있는 꼴통들을 갈궈야 한다. 일베들을 조져야 한다. 그래야 겨우 중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전개하며 그 과정에 효율성이 있다.


    그 효율성이 승수효과, 파생효과, 후방효과, 연쇄효과를 작동시켜 바이럴을 획득한다. 세상은 그러한 바이럴에 의해 작동한다. 뉴스와 신상과 신곡과 신작과 유행이 부단히 나와야 하고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먼저 찜한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이윤을 부정하고 이자를 내지 않고 권력을 부정하면 사회는 동맥경화로 사망한다. 공산주의 사회다. 사회의 의사결정 고속도로를 필자는 동원이라고 부른다. 사회 구성인자들이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며 권력과 이윤과 인기와 신뢰로 호흡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수압 차이가 없는 수도관과 같아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죽는다. 인기도 권력이고 명성도 권력이고 주도권도 권력이다. 악명도 권력이라고 변희재와 윤서인이 악명권력 노린다. 사회는 그런 에너지 흐름에 의해서 작동하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7.28 (05:52:39)

"사회의 의사결정 고속도로를 필자는 동원이라고 부른다. 사회 구성인자들이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며 권력과 이윤과 인기와 신뢰로 호흡해야 한다."

http://gujoron.com/xe/122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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