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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70 vote 0 2020.03.09 (12:46:53)

    감정은 없다 


    리사 펠드먼 배럿이 쓴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주장하는 바가 구조론과 통한다고 한다. 전해 들었는데 관심이 있는 분은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어떤 하나가 다양한 환경에 입혀져서 여럿으로 연역되어 나타난다는 거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막연히 구조론의 일방향성에 거부감을 표현한다.


    인생의 답이 하나이고 진리의 길이 하나라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심지어 종교로는 일신교를 믿으면서도 일원론을 반대한다. 사람들은 다원론을 좋아한다. 처음부터 여러 가지 소스가 주어지기를 원한다. 다양한 색상의 크레파스를 원한다. 파레트에 물감을 배합해서 각자 원하는 색을 만들어 써야 하는데 말이다.


    감정은 몇 가지가 있을까? 희로애락애오욕? 대개 근거가 없다. 리사 펠드먼 배럿에 의하면 당연히 그럴 줄 알고 논문을 쓰려고 연구를 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거다. 논문의 방향을 바꿔야만 했다. 감정은 없다. 치명적인 것은 여러 학자 사이에서 자신의 연구성과를 이야기했더니 다들 화를 내며 거부하더라는 거다.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다윈의 진화론을 처음 접한 종교인들처럼 말이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다.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다신교를 믿는 로마인이 기독교를 처음 접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획일화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방어전에는 다양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격측은 다양성을 싫어한다. 적군이 다양한 참호와 토굴과 성곽에 숨어서 저항하면 피곤하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처음부터 여러 가지가 있는게 아니라 하나를 여러 가지 상황에 놓아두면 여러 가지가 되는 것이다. 하나의 투명한 물을 다양한 색의 유리컵에 담으면 다양한 칼라가 연출된다. 다양성은 입히는 거다.


    한 명의 배우에게 다양한 연기를 시키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것이다. 다양한 것은 외부환경이다. 주체는 단순하다. 리사 펠드먼 배럿에 의하면 불안감과 우울감의 차이는 없다고 한다. 테스트를 했더니 사람들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더라고. 원시 부족민은 다양한 감정을 알지 못한다. 감정의 해석은 지능에 비례한다.


    똑똑한 사람이 다양한 감정을 알고 있으며 감정해석이 다양한 사람이 환경변화에 잘 적응한다고. 구조론의 입장도 같다. 다양한 감정은 인간의 뇌가 해석한 것이고 그냥 스트레스가 있을 뿐이라는게 구조론의 입장이다. 감정은 대개 신체반응이다.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몸이 굳어지거나 혹은 근육이 수축되었다가 풀린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귀납이고 귀납은 대개 거짓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봤다면 잘못 본 것이다. 부모가 죽으면 슬프다? 아니다. 부모가 죽으면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지? 스트레스받는다. 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슬픔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느껴지는데 과거의 슬픔을 떠올려서 슬픈 것이다.


    부모가 죽고 1초 만에 슬퍼하는 사람은 연기를 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 곡쟁이는 수입이 천문학적이라는데 그들은 미리 물을 1리터나 마시고 와서 초상집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서 쓰러져 대성통곡을 한다. 슬픔은 당면한 사건에 대한 반응이 아니고 뇌가 상황을 해석해서 과거의 감정을 떠올려 했던 행동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는 필자의 연구다. 꼬맹이 시절에 두려움이 무엇인지 연구해 봤다. 별도 달도 없는 깜깜한 밤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 조각이 바람에 흔들려서 유령처럼 보인다. 무서움은 뇌가 뭔가 정보를 요구하는데 합당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어떤 의사결정도 못 해서 당황하여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다.


    몸이 굳어버린다. 그럴 때 방법은 발로 땅을 굴러서 소리를 내거나 노래를 불러서 뇌에 정보를 주는 것이다. 발소리를 크게 내고 걸으면 장님이 지팡이를 짚는 효과가 되어 캄캄한 밤길을 걸어갈 수 있다. 이건 실험해볼 수 있는데 넓은 운동장에서 눈을 감고 걸어 가보자. 20걸음 정도가 되면 몸이 굳어서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감정은 뇌가 해석한 것이다. 뇌가 정보를 요구하므로 감정이 일어난다. 실제로는 스트레스가 있을 뿐이며 희로애락애오욕은 없거나 분명하지 않다. 사랑은 없다. 호르몬에 의한 여러 가지 신체반응을 뇌가 해석한다. 똑똑한 사람이 과거상황과 연결지어 잘 해석하므로 사랑도 잘한다. 뇌가 해석을 못하면 분노조절장애에 걸린다. 


    분노라는게 사실 실체가 없다. 뇌가 상황을 잘못 해석해서 몸이 굳어버리는 것이 분노다. 굳은 상태를 극복하려면 동작을 크게 하는 것이 폭력으로 나타난다. 뭔가를 때려부수게 된다. 왜 화가 나면 밥상을 엎고 가구를 때려부술까? 몸이 굳어지는데 거기에 대항하므로 동작이 커져서 그렇다. 소리를 지르거나 데굴데굴 구른다.


    왜 아이는 발작을 할까? 몸이 굳어지니까 풀어보려고 반대행동을 하는 것이다. 몸이 아주 굳어버리면 기절상태가 된다. 살짝 굳으면 발작상태가 된다. 몸이 굳어지는 상태에 저항하면 난폭해진다. 이건 그냥 물리학이다. 감정? 근거가 없다.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뇌가 다양한 형태로 감정을 해석하고 이를 재현한다.


    감정은 과거에 했던 행동을 재현한다. 잘 우는 사람이 또 울려고 하면 울컥하고 치밀어 오른다. 연기자는 눈에 약을 넣지 않고 잘 운다. 영리한 사람은 감정을 객관화하므로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다. 반대로 과거를 재현하여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도 있다.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이다. 감정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복제한다.


    감정은 없다. 근거가 없다.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고, 우울도 없고, 불안도 없고, 분노도 없고, 사랑도 없다. 그것은 뇌가 상황을 해석하여 재현하고 모방한 것이다. 스트레스는 확실히 있다. 배가 아프고 두통이 나거나 몸이 굳어버리고 숨이 콱 막혀서 호흡을 못하게 된다. 억지로 호흡을 하려고 하면 동작이 커져서 난폭해진다.


    좋을 때는 심장이 쿵쿵 뛰고 맥박이 빨라지고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히딩크의 어퍼컷이 나온다. 이건 뭔가 행동하라는 뇌의 신호다. 그럴 때 아이들은 펄쩍펄쩍 뛴다. 개가 주인을 만나면 펄쩍펄쩍 뛴다. 호흡이 막혔다가 갑자기 터진다. 이건 웃음이다. 감정은 여러 가지 신체반응을 뇌가 해석하여 상황에 맞게 재현한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kilian

2020.03.09 (13:16:49)

"감정은 뇌가 해석한 것이며 뇌가 정보를 요구하므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있을 뿐이며 희로애락애오욕은 없다."

http://gujoron.com/xe/1176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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