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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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975 vote 1 2018.08.10 (11:44:36)

      
    마음의 문제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원시인들이다. 1만 년 전에 초원을 뛰어다니던 부족민이나 도시의 거리를 활보하는 오늘날의 멋쟁이나 유전자는 달라진 것이 없다. 문명은 거품과 같다.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이래 30만 년 어둡다가 이번에 한 번 반짝했다. 다들 우쭐해 있다. 어린아이에게 제왕의 복장을 입혀놓은 꼴이다. 


    계기만 주어지면 인간들은 언제든 원시의 본성을 드러내곤 한다. 마음은 중력처럼 원시력이 끌어당기고 있다. 인간은 언제든 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퇴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가을의 낙엽처럼 때가 되면 물러가야 한다. 인간의 삶이 나뭇잎과 같다. 원시인으로 태어나 문명인으로 교양되는데 적어도 20년이 걸린다. 


    그나마 서투르기 짝이 없다. 그리고 퇴행을 시작한다. 다시 원시인으로 돌아간다. 죽는다. 두 눈 부릅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퇴행을 막을 수 있다. 극소수의 엘리트나 지성인, 군자, 스승이 그들이다. 그렇지 못한 대다수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법 사람꼴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동료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동료와 코드를 맞추다 보면 영향을 받아서 제법 사람행세를 하게도 된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의 시스템이 돌아가고 집단의 긴장감이 유지되고 상호작용이 활발할 때의 이야기다. 조금만 격리되고 고립되면 금방 퇴행해서 원시의 이빨을 드러내곤 한다. 장마철이 오면 개미들은 서로의 몸을 붙잡고 공처럼 뭉친다. 


    작은 섬을 만들어 물에 떠다니다가 육지를 만나면 살아남는다. 인류문명도 이와 같다. 인간떼가 개미떼처럼 뭉쳐서 위태롭게 물에 떠 있다. 동료를 붙잡은 손을 놓는 즉시 원시의 부족민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양차 세계대전처럼 죽는다. 1만 년 동안 달라진 것은 개미떼 숫자가 1천 개체에서 70억 단위로 늘어난 거뿐이다.


    70억 개체가 서로를 부여잡고 커다란 개미공을 만들어 기세를 올리는 중이다. 인간은 이렇듯 겨우 사는 존재다. 부여잡은 손을 놓는 즉시 죽는다. 일베되어 죽고 수구되어 죽고 꼴통되어 죽는다. 동료에게 이빨을 들이대며 사나운 개처럼 짖어대다가 죽는다. 자연이 유통기한이 지난 인간을 폐기하고 처리하는 방식이다.


    인간의 마음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장치다. 환경을 비추는 거울이다. 환경은 언제나 척박하다. 그 척박한 환경에 맞추어 인간의 마음도 척박해진다. 황폐해진다. 퇴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노자의 무리는 노상 말한다. 내려놓아라, 자연스러워져라. 그런데 생명은 죽는 것이 자연스럽고 인간은 퇴행이 자연스럽다. 


    노자의 무리를 따르면 자연스럽게 죽어간다. 극소수 엘리트만 맑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일벌의 수명은 두어 달에 불과하다. 여왕벌은 4년까지 살 수 있다. 일개미는 한 달을 살지만 여왕개미는 10년을 살고 무위도식하는 수컷 개미는 6개월을 산다. 노자의 가르침을 따라 내려놓으면 수컷 개미와 같아 6개월을 산다.


    엘리트는 여왕개미와 같아서 10년을 맑은 상태로 버틸 수 있다. 왜 엘리트는 오래 사는가? 계통을 만들기 때문이다. 족보를 만들기 때문이다.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노자는 오래 사는 것이 최고라고 떠들지만 노자의 가르침을 따르던 자들은 오래 살지 못했다. 인간은 환경 속의 존재다. 환경이 단조로워질 때 죽는다.


    유럽이 강한 이유는 지리적 환경이 복잡하기 때문이고 중국이 몰락한 이유는 역시 황토지대의 지리적 환경이 단조롭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외부환경이 보내오는 신호 중에서 한가지 신호를 강하게 증폭시킨다. 그리고 가속적인 쏠림을 만들어낸다. 위치에너지를 만든다. 원시의 생존환경에 맞게 세팅된 것이다. 


    호랑이가 나타나면 앞도 안 보고 내달려야 산다. 뱀이 나타나면 깜짝 놀라야 한다. 허술한 생존장치다. 현대사회에 정신없이 내달리다가는 죽는다. 뱀을 보고도 놀라지 말아야 현대의 문명인이다. 인간은 이리 가든 저리 가든 정신없이 휩쓸려 간다. 호랑이를 보고 놀라서 무섭다고 그러며 13인의 아해처럼 질주한다. 


    인간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나 허접한 구닥다리다. 1만 년 전 거친 초원환경에 맞게 세팅된 구제물건이다.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의 첨단문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개념없는 원시인이 첨단 자동차를 몰고 있으니 그래도 굴러가기는 하는데 위태롭기 짝이 없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을 이겨야 한다. 신을 이겨야 한다. 


    인간이 신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신이 인간에게 져줄 수는 있다. 바로 그 지점이 인간이 신을 만나는 지점이다. 그리고 인간은 거기서 자기 역할을 획득한다. 소인배는 자기보다 약한 자를 이겨보려고 한다. 중간배는 경쟁자를 이기려고 하고 군자는 천하를 이기려고 한다. 가장 나쁜 자는 자기 가족과 싸우는 자다.


    더 고약한 자는 자기 자신을 해친다. 술과 담배와 마약으로 자신을 파괴해놓고 이겼다고 의기양양해 한다. 인간은 어떻든 환경을 이겨야 하는 존재다. 이긴다는 적을 제압하고 거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이다. 에너지의 싸움이다. 가을바람이 살살 불어대면 춥다.


    추우면 더운 곳으로 피한다. 그 과정에 에너지를 손해본다. 이는 환경과의 대결에서 지는 것이다.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의지하고 옷을 입어 추위를 막으면 어디로 도망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온돌을 쓰면 더욱 좋다. 그 자리에서 버티기다. 이는 이기는 것이다. 에너지 손실을 막아야 가능하다. 부단히 이겨가야 한다. 


    환경의 변화에 맞서 부단히 의사결정하는 것이 마음다스리기의 요체다. 단순히 내려놓고 만족하며 실실 웃으며 헤헤거리며 정신승리로 도피하는 약자의 생존술은 지는 것이다. 할 일 없는 수컷 개미처럼 금방 죽는다. 호르몬이 당신을 죽인다. 호르몬은 어떻게든 인간으로 하여금 환경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게 한다. 


    당신의 무의식이 당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규정하면 당신에게는 나쁜 호르몬이 나오고 당신은 증폭된 나쁜 감정에 휩싸여서 일베충 행동을 하게 되며 그 결과는 당신을 희생시켜 인류에게 잠복한 위험을 알리는 것이다. 사고치다 죽는 파수꾼 역할을 하게 된다. 젊은이들이 그렇다. 15살만 되면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 


    호르몬이 명령하는 것이다. 부족민의 평균수명은 20년이다. 20세가 되기 전에 죽어야 부족민의 전사다운 죽음이다. 부족민은 자식을 대여섯쯤 낳는다. 2명은 후계용이다. 40살까지 살아내야 한다. 2명은 높은 영아사망률로 죽는다. 2명은 전쟁하다가 죽는다. 소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죽을 확률이 70퍼센트임을 안다.


    후계자용으로 배정된 2명의 몫에 들 확률은 낮다. 그러므로 사고 치다가 죽는 것이 아름답다. 원래 그렇게 설정되어 있다. 사고를 쳐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을 느낀다. 그냥 죽으면 손해고 미지의 위험을 발견하여 동료에게 알리고 죽는게 좋다. 용감하게 왕벌집을 건드려서 죽어보자. 무의식의 명령을 따르다가 뒈진다.


    일베충이 그렇게 소모되어야 할 잉여자원이다. 스스로 그렇게 자기규정한 것이다. 마음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고 환경과의 상호작용 중에 미리 설정된 프로그램이 풀리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은 당신을 향해 속삭인다. 죽어! 죽어야지. 안죽고 뭐해? 신나는 건수라도 있어? 할 일 없는 수벌처럼 빈둥대다 죽자.


    그래서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그 원시의 환경으로부터 우리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생각없이 죽으려다가 문명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 좀 죽어야 되는데 하는 무의식의 압박이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를 일으킨다. 일본은 고립된 섬이다. 고립된 환경에서 무의식의 압박은 심해진다.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신에게 여왕벌 지위를 줘야 산다. 노자의 무리는 말한다. 목적도 버리고 희망도 버리고 이 순간을 즐기자고. 아부하는 것이다. 곧 죽을 수컷 개미들에게 아부한다. 노예의 생존술로는 길게 못 간다. 인간은 환경에 몰린다. 환경이 인간을 벼랑으로 몰아붙인다. 외통수로 몰리면 죽는다. 빠져나갈 길을 확보해야 한다.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라인을 여러 개로 유지해야 한다. 환경에 적응하려 할 때 그 라인은 하나씩 지워진다. 점차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동굴이 가장 안전하다. 소년은 동굴 밖으로 나가서 용감하게 사고 치다가 죽고 노인은 동굴 속에서 안전을 찾다가 죽는다. 외부와 연결하는 촉수를 잃고 예민함을 잃고 촉을 잃는다.


    눈빛을 잃는다. 동굴 물고기처럼 점차 눈이 퇴화한다. 그럴 때 구석으로 몰린다. 사냥개가 양떼를 몰아붙이듯이 환경은 인간을 몰아댄다. 안전이라는 이름의 동굴 속으로 숨다가 몰려서 죽는다. 수구꼴통들은 말한다. 뭐가 우려된다고. 뭐가 걱정된다고. 그게 몰린다는 의미다. 몰려서 죽는다. 수구꼴통되어 죽는다. 


    걱정이 많을수록 외부환경과의 촉수가 줄어들고 몰렸을 때 빠져나갈 길이 없어서 죽는다. 겁이 많은 달팽이가 껍질 안으로 깊이 숨다가 말려 죽는다. 외통으로 몰려 죽는다. 길을 열어 밖으로 나가서 운명적인 만남을 얻어 도원결의하여 대의를 이루고 그 방법으로 에너지를 얻어 환경을 이겨야 한다. 에너지의 우위다.


    권력으로 이기고 매력으로 이기고 폭력으로 이기고 재력으로 이기고 정신력으로 이겨야 한다. 모든 국면에서 이겨야 한다. 공자의 극기복례는 몸을 이기는 것이다. 천하를 이기고 신을 이겨야 한다. 이기려면 3대의 계통을 만들어 관성의 법칙을 조직해야 한다. 진리팀, 역사팀, 문명팀, 진보팀, 신의 팀에 가담해야 한다.  


    서둘러 이기려 하면 진다. 부분을 이기면 전체를 진다. 오늘을 이기면 내일을 진다. 결과를 이기면 원인을 진다. 전술을 이기면 전략을 진다. 국지전을 이기면 전면전을 진다. 이기려 하므로 진다. 단기전을 이기면 장기전을 진다. 세상은 마이너스다. 물리력은 점차 마이너스 되어 진다. 의사결정능력으로 이겨야 한다. 


    본인의 힘으로 이길 수 없고 동료와의 연대로 이겨야 한다. 개인의 성실함과 근면함과 도덕률로 이길 수 없고 동료와의 의리를 지켜서 이긴다. 어차피 혼자서는 못 이기는게 환경이다. 환경은 복잡하기 때문이다. 혼자면 환경이 단조롭다. 단조로우면 이길 수 있다. 그러다가 몰린다. 동굴로 몰린다. 동굴에 갇혀서 죽는다. 


    이기려 할수록 외통으로 몰리는 거다. 그러므로 외부와 연대는 필수적이다. 당장의 승리보다 전체의 판세를 만들어가는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 작은 곳을 내주고 큰 곳을 차지해야 한다. 현재를 내주고 미래를 차지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가 얻는 것은 긴밀함과 풍성함 그리고 계통이다. 인생의 참다움은 그곳에 있다. 


    알아야 한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고 환경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약속된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라고. 당신의 뇌에 심어져 있다. 특정한 환경에서 특정하게 반응하고 특정한 정보를 증폭시켜 화를 내고 웃음을 터뜨리고 분위기를 띄우다가 용감하게 동료를 위해 죽으라고. 그러다가 죽는다. 


   오직 자신에게 여왕벌의 미션을 부여한 자만, 스스로를 엘리트로, 리더로, 군자로, 천하인으로 규정하여 거기에 맞게 무의식을 세팅해 놓은 자만 의연하게 대응하여 변덕스럽게 공격해 들어오는 환경을 이길 수 있다. 3대의 계보를 완성하여 관성의 법칙을 작동시키는 자만 그러한 구김살 없는 왕자의 호르몬이 나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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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블루

2018.08.11 (12:00:33)

점점 늙어지며 퇴행이 느껴지고,숨을 동굴만 찾는 요즘, 저에게 끈을 던져주는 글입니다...

가속되는 동렬님의 청춘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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