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문열의 신작 [아가]에 대한 논
란에 관한 글입니다.

[이문열 왜 두 번 죽어야 하는가?]

학문의 왕은 철학이다. 그 아래에 미학이 있고 문학은 미학의 한 분야
에 속한다. 문학적 가치의 독자성을 논하기 앞서 미학적 접근이 있어
야 하겠고 보다 먼저 철학적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철학>미학>문학

영화, 연극, 음악, 미술, 문학, 윤리학까지 미학의 조정을 받는다. 이문
열문학이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는 것은 미학정신의 결핍, 철학정신의
빈곤 때문이다.

참다운 문학은 먼저 철학적 성찰과 미학적 조정 아래에 이루어져야 한
다. 그것은 공상과학영화가 흥행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나
칸에서 상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

100만 관객이 미어터져도 3류는 3류, 작품상은 '아메리칸 뷰티'가 가져
가게끔 정해져 있다. 흥행은 하나의 참고할 요소일 뿐이다.

아메리칸뷰티 - 지금 이 시대 미국가정의 고민을 담고 있다. 이문열의
아가 -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이문열은 "아하 나는 그저 잘된 소설을 쓰고 싶었을 뿐 노벨상을
노리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다. 그러나 평론가는 거듭 이문열을 두
들기므로서 후학들에게 노벨상으로 가는 모범을 알릴 수 있다.

문학은 학문이다. 장난이 아니고 학문인 것이다. 학문은 진리를 탐구한
다. 이 점에서 수학이나 물리학과 다르지 않다. 건축학이나 기계공학과
도 다르지 않다.

이상하다. 문학이 어찌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진리를 탐구하지? 책이나
재미있게 쓰면 되지 않는가? 문학은 픽션이며 허구가 아닌가? 하고만
여기는 사람이라면 문제 있다.

물론 소설은 허구다. 그것은 상품에 불과하다. 그러나 건축물은 상품이
어도 건축학은 상품이 아니며 소설은 상품이어도 문학은 상품이 아니
다. 우리가 심판하는 것은 상품으로서의 소설이 아니라 문학이라는 학
문에 대해서이며 심판자는 진리다.

문학은 허구가 아니다. 진리의 다양한 형태로의 구현이다. 문학은 미학
의 방법으로 진리를 탐구한다. 그래서 미학이 문학의 상위개념이 되는
것이다. 문학은 아름다움의 방법으로 진리에 근접한다.

수학이나 물리학이 자연의 질서에서 진리를 찾아내듯이 문학은 언어의
질서에서 진리를 찾아낸다. 잘된 수학이 인간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잘
된 물리학이 문명을 고도화하듯이 잘된 문학 또한 인간사를 풍요롭게
한다. 그것을 우리는 '미'라고 부른다.

'미'는 진리에 의해 구현된 잘된 문명의 형태이며 문학은 그 미에 근접
하는 다양한 방법의 하나이다. 소설은 그 문학의 방법론에 의해 구현
된 상품이다.

진리탐구로서의 문학, 진리로서의 미, 결코 허구가 아닌 진실을 의미에
서 미학정신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문학의 철학적 토대가 된다. 물론
이문열문학에 결핍된 것이 바로 그 점이다.

탁월한 문학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그 따우로 써서는 이문열은
절대로 노벨상을 받을 수 없으며 이문열을 부지런히 학습한 후학들 또
한 마찬가지다.

절대로 아카데미상을 받아서 안되는 영화가 있듯이 절대로 노벨상을
받아서 안되는 소설이 있다. 아카데미의 첫 번 째 규칙은 사회성이다.
이 시대, 사회와 교감하지 않는 공상과학영화는 일단 배제된다.

쉽게 비유해 보자. 나는 몇가지 동물을 알고 있다. 그 하나는 문어라
불리는 바다동물이며 그 하나는 사슴이라 불리는 육지동물이며 그 하
나는 시냇물에 사는 가재라는 갑각류 동물이다.

문어-연체동물, 살은 있고 뼈가 없다.
가재-갑각류, 뼈가 겉으로 드러나고 살은 속에 숨어 있다
사슴-포유류, 살이 겉에 드러나고 뼈가 속에 숨어 있다.

언어적 재능은 살이 되고 사회성은 뼈가 된다. 모름지기 문학은 미학
정신에 의거하여 뼈가 기초가 되고 연후에 살을 채운다. 페미니즘의
뼈에 문학적 재능의 살을 덧붙인다면 좋다.

여기에 비하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폐해는 갑각류와 같다. 속으로 숨
어야 할 뼈가 겉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지속적 점진적 성장이 안된다.

가재는 자라지 않는다. 가재가 자라기 위해서는 탈을 벗어야 한다. 사
회주의리얼리즘은 진보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는 한.

이문열문학은 문어와 같다. 연체동물이다. 살이 풍성하되 뼈가 없다.
그래서 잘 자라기는 하는데 힘이 없어서 뭍으로 올라오지 못한다.

살과 뼈가 균형과 조화를 가진다는 것이 미학정신이다. 그것은 팽팽한
긴장으로 드러나야 한다. 영화 아메리칸뷰티에서 우리는 그 긴장을 엿
볼 수 있다. 문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문열문학에는 그 긴장이 없다. 뼈가 없기 때문에 살과 뼈의 부딛힘
이 없다. 긴장이 없다. 그는 정답을 알고 있으며 윤리시험문제처럼 출
제하고 있다. 독자들은 긴장할 필요없이 3번이나 4번에 체크하면 된다.

자 독자들은 '아가'를 읽으면서 어떻게 긴장해야 하는가? 그 가재문학
의 전형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긴장할 필요가 없듯이 역시 정
답은 노출되어 있고 긴장은 요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지 문장의 아름다움, 글쓰기 재능에 대한 감탄 외
에 더 어떠한 이유로 그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를 후학들에게 설명해야
하는지 말할 수 없다.

이문열은 페미니즘의 진보를 위하여, 한국문학의 성취를 위하여 반면
선생으로 스스로 훌륭한 타켓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만 공략이 있
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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