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read 3390 vote 0 2008.12.31 (00:50:01)

 

긍정어법에 대하여

불그스레님이 입이 댓발이나 튀어나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난해한 불교의 부정어법을 조낸 연구해서 뭔가 좀 알겠다 싶은데, 내가 사랑이니 미학이니 하며 긍정어법을 써서 불그스레님이 조낸 연구해서 얻은 것을 무효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톰이란 말의 어원을 보면 ‘쪼갤 수 없는 것’이란 뜻이다. 즉 부정어법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의 어원을 모르므로 아톰이라 하면 일본 만화 ‘번개 아톰’을 연상하고 뭔가 차돌같이 단단하게 있는 넘이라 생각한다. 즉 원래 부정어법으로 출발했으나 어원을 모르는 우리는 이를 긍정어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원은 모르는게 약일 수도 있다.)

‘에너지’라는 말도 그러하다. 어원을 분석해 보면 ‘모르기는 하지만 그 안에 뭔가 보이지 않게 숨어서 일하고 있는 넘’이란 뜻이다. 즉 부정어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다. 즉 어떤 긍정적인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에너지’는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과 다를바 없다. 에너지는 정확하게 설명하면 ‘운동의 원인’이다. 그 원인은 뭐냐? 모른다. 즉 모르지만 뭔가 있다. 이를 우리말로 표기하되 ‘모르는 뭔가 거시기한 넘’이라고 하면 아무도 이해를 못할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라고 하면 쉽게 이해한다. 아 에너지란 넘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넘이 과연 있기는 있을까?

이기론에서 이(理)나 기(氣)는 본래 에너지와 같은 개념이다. 굳이 비유하면 이는 ‘인자형’이고 기는 ‘표현형’이다. 둘 다 에너지다. 이는 에너지의 존재이고 기는 에너지의 작용이다. 이가 ‘가치’라면 기는 ‘의미’다. 가치는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의미는 그것이 어떤 대상에 침투해 있는 것이다.

하여간 서구식 용어는 우리 입장에서 조금 더 긍정어법으로 수용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한다.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부정어법으로 출발하고 있지만 말이다.

석가도 긍정어법을 많이 만들었다. 예컨대 ‘인연’이나 ‘업보’나 ‘열반’이나 ‘반야’나 다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뭔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제법 이해하는 것이다. 사실은 약간 오해한 채로 말이다.

깨달음은 있다. 이 말을 긍정어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깨달음은 ‘다만 무명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인식의 비약’이 있는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가 구체적으로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사람들은 깨달음을 ‘하드웨어가 아닌 것’으로만 설명한다.

그렇다. 깨달음은 ‘하드’가 아니라 ‘소프트’다. 즉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존재하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제님의 ‘무심’이라는 표현은 ‘하드웨어가 아닌 것’으로 설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어법이다. 이래서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마음의 어원은 머금다 혹은 머무르다이다. ‘무심’은 마음이 없다 했으니 머금지 않고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흐르는 것이다. 곧 소통하는 것이다. 즉 마음은 고여있지 않고 흐르는 것이다.

이것을 ‘소통이 있다’, ‘소통은 의미의 배달이다’. ‘의미는 가치를 반영한다’. ‘가치는 신의 완전성으로부터 연역적으로 유도된다’. 하고 있음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옛 선지식들의 방법은 없음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머금지 않는다? 머무르지 않는다? 이 표현은 충분히 오해될 수 있다. 흐른다. 소통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쉬운 이해가 된다. 즉 부정어법은 긍정어법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은 있다. 의미를 머금고 있다. 그 안에는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단지 머금은 채 고착되어 있지는 않다. 쌍방향적 소통이 있으며 그 소통의 내용은 개별적인 의미와 보편적인 가치다.

가치가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면 그 아름다움을 진흙에 담으면 백자 달 항아리가 되고 캔버스에 담으면 고흐의 해바라기가 된다. 즉 보편적인 맛을 각자의 개성에 맞는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 의미인 것이다.

마음은 의미의 그릇이다. 마음은 의미를 담아낸다. 그것은 머금어 있지만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고 널리 소통한다. 산사의 종소리는 종 속에 머금어져 있지만 종을 떠났을 때 가치를 나타낸다. 부정어법이 아닌 긍정어법으로도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 다만 그때 그시절에는 가치나 의미나 완전이나 소통이라는 단어가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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