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구조론에 쉽게 접근하기

지난 수천년간 동양인들은 원근법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원근법은 감추어져 있지 않다. 눈 먼 장님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관찰을 통하여 원근법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원근의 차이가 뚜렷하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천년간 동양인들은 두 눈으로 뻔히 보고도 원근법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원근법에 맞지 않는 동양화의 어색함은 확연히 드러난다. 눈에 보이는 사실 그대로만 지만에 옮겨그려도 원근법이 성립되는데, 동양의 화인들은 지난 수천년간 보이는 그대로를 종이에 옮기지 않고 임의로 해체하고 왜곡하여 그렸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동양화들에서 화인들이 원근의 문제로 고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고민하고 힘들어 하면서도 왜 지난 1만년간 수많은 동양의 화인들은 소실점이론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구조론도 마찬가지다. 사물들의 구조적인 연관관계는 눈에 뻔히 보인다. 그럼에도 지난 수만년간 인류는 구조론의 원리를 알아채지 못하였던 것이다. 원근법이 복잡한 수학이 아니듯이 구조론도 복잡한 수학은 아니다.

원근법은 2차원 평면 위에 3차원 입체를 나타내려는 시도에 의해 발견되었다. 구조론은 3차원 입체 안에 4차원 공간구조를 집적하여 구현하려는 시도이다.

건축물은 2차원 평면도로 된 설계도를 필요로 한다. 설계도는 평면도 뿐 아니라 정면도와 측면도 역시 필요로 한다. 이들이 각각으로 존재할 때 원근법은 필요하지 않다. 원근법은 정면도와 측면도를 하나로 통일한 3차원 조감도를 구현하려는 노력 덕분에 발견된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7살 꼬맹이에게 크레파스를 쥐어주고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이론에 맞추어 그린다. 손가락은 다섯 개이므로 다섯 개를 그려야 한다는 식이다.

즉 인간의 인식 속에서 사물은 있는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조각조각 해체되어 투영되는 것이다. 인간은 이 해체된 조각조각을 두뇌 안에서 다시 조립하여 인식을 성립시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남은 물론이다. 구조론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원근법은 3개의 소실점을 가진다. 구조론은 5개의 소실점을 가진다. 그 차이다. 구조론은 입체화된 원근법이며 원근법은 평면화된 구조론이다.

간혹 구조론이 왜 하필 5로 되어 있는지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그 질문을 이렇게 되돌려줄 수 있다. 원근법은 왜 딱 3개의 소실점만을 가지느냐고.

인간이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
인간이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대부분 기형적으로 큰 머리에 작은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 이는 구조론의 관점에서 보면 잘못된 것이다. 갓난 아기의 머리통 크기는 여성의 골반크기가 규정한다. 외계인의 머리가 큰 만큼 엉덩이도 같이 커져야 한다. 이것이 구조론이다.

소실점이론은 눈에 보이는 사물들이 하나의 축에 연동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사물들은 서로 연관관계로 맺어져 있다. 그것이 구조론이다.

구조론은 일상의 경험에서 획득된다. 예컨대 새로 나오는 신발명품이나 처음 시장에 판매되는 상품들은 구조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품의 특정 부위가 상상 외로 약하여 잘 부러지거나 떨어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시골에서 벼베기에 쓰이는 낫을 들 수 있다. 이 낫의 날의 길이는 30센티 쯤 된다. 왜 날의 길이가 30센티일까? 너무 길지 않은가? 실제로 베어야 하는 벼포기는 10센티를 넘지 않는다. 낫의 날 길이를 10센티로 줄이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공작을 해보면 알 수 있다. 낫의 날 길이는 사람의 팔 길이와 연동되어 있다. 사람의 팔뚝이 30센티이며 낫 날의 길이도 30센티여야 한다. 낫 날의 길이가 더 짧으면 실제로 벼포기가 잘 베어지지 않는다. 이는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연필깎이 칼도 마찬가지다. 칼날의 길이는 연필의 굵기에 연동되어 있다. 길이가 더 짧거나 길면 불편해진다. 볼펜의 길이는 손목에서 집게손가락 끝까지의 길이에 연동되어 있다. 더 짧으면 글쓰기가 불편해진다.

이런 식으로 모든 구조체들은 서로 연관관계를 맺고 있으며 서로에 의해 상호규정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커지면 다른 것도 같이 커져야 한다. 하나가 줄어들면 다른 부위도 줄어들어야 한다. 과도의 날의 폭은 깎여지는 사과껍질의 폭의 너비와 같아야 한다. 더 넓어도 안되고 좁아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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