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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614 vote 1 2016.04.19 (15:19:50)

     

    소실점은 딱 보면 보인다. 1초 안에 이해할 수 있는데도 조선시대 유림들은 원근법을 이해하는데 300년 걸렸다. 침략을 당하지 않았다면 500년이 걸렸을 수도 있고 천년이 걸렸을 수도 있다. 사실 전혀 이해 못한 것도 아니다. 사면측량화법이라고 해서 김홍도 책걸이 그림에 적용되어 있다.


    그런데 틀렸다. 소실점이 여러개다. 지구구형설도 진작에 알려졌지만 이해하는데 300년 걸렸다. 탈레스는 그냥 알았는데 조선시대 선비들은 남 눈치보느라 스스로 자기 사유의 폭을 줄인 것이다. 성현의 말씀에 어긋나는 생각은 하면 안 된다면서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가두었던 거다.


    이건 원래 심오한 이야기다.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어렵게 여겨지는게 당연하다. 달걀은 하나의 세포다. 의사결정단위는 1이다. 그런데 병아리가 되면 수억개의 세포가 된다. 그래도 의사결정단위는 1이다. 우주의 크기도 빅뱅 때는 1이다. 그걸 1미터라고 부르든 1센티라고 하든 상관없다.


    하여간 1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주의 크기는? 역시 1이다. 의사결정단위로 보면 우주의 전체 사이즈는 정확히 1이다. 그렇다면 광속은 뭐냐고? 그것은 바둑알과 바둑판의 관계다. 바둑알 크기는 바둑판 눈금보다 클 수 없다. 그런데 알파고는 바둑판 크기를 얼마로 알고 있을까? 그런거 없다.


    바둑알 크기 따위는 상관없다. 우주의 크기가 1이므로 정보의 전달속도는 무한이다. 양자얽힘에 이러한 사정이 언급되는데 위키검색을 해보니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더라. 과연 정보는 빛보다 빠른가? 양자단위에서는 속도라는 개념이 없을 수 있다. 그 세계에 빠르고 느리고가 아예 없는 거다.


    알파고는 바둑판 본 적도 없다니깐. 양자의 세계에 광속이라는 제한이 걸리는지 아닌지에 대해 물리학자들이 어떤 해설을 내든지와 상관없이 물질 이상의 세계가 있다. 물질의 자궁이 있다. 그 세계에서 우주의 크기는 1이다. 우주의 끝에서 어떤 것이 결정된다면 반대쪽도 동시에 결정된다.


    북극이 1센티 이동했다면 남극도 그만큼 이동했다. 물리로는 안 그래도 물리 이상에서 그렇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고 아는 것만 말하자. 의사결정은 항상 전체단위에서 일어난다. 우주의 크기는 1이므로 우주의 양끝까지 거리는 1이다. 물리라는 그대만의 숨은 전제를 넘어서야 접수가 된다.


    이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해 안 되는게 당연하다. 뉴턴이 확실히 이해시켜 주었다. 그런데 뉴턴 등장하기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해는 못해도 받아들일 수 있다. 꼭 만유인력 알아야 되나?


    물질보다 높은 층위에 의사결정단위가 있다는 것 뿐 내막은 모른다. 그래도 받아들여야 한다. 만유인력 몰라도 지구는 둥글다. 신이라는 의사결정단위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수염난 할아버지는 아니다. 그것은 타자가 아니다. 병아리 세포 하나가 병아리를 타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영혼이 없다는건, 신神이 혹은 최고 의사결정단위가 의사결정 주체인 나와 맞서는 타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의 오른손이 나의 뇌를 타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기독교적 의미의 신이 외계 어딘가 있다고 해도 그거 타인이다. 남이다. 남이면 없는 것과 같다. 외계인이 있든 없든 상관없는 거다.


    있어봤자 외계에 있을건데 무슨 상관인가? 외계인이 우리를 심판하고 괴롭힌다고? 그렇다면 쳐죽여야지. 기독교의 신은 초강력 외계인과 비슷하다. 그걸 왜 신이라고 대접하여 부르냐고? 미쳤냐? 만약 있다면 ‘신놈의새끼’라고 부르는게 맞다. 나라는 의사결정단위를 벗어난 타자는 신이 아니다.


    이걸 끝내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것도 좋은 거다. 다 이해해버리면 무슨 재미냐고? 개나 고양이가 이해 못하는 인간의 세계가 있다. 보통사람이 이해못하는 더 높은 세계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깨달음이 있는 거다. 인간이 신이라는 개념을 만든건 의사결정이 항상 전체단위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표성 개념이 요구되는데, 옛날사람이 그런 어려운 어휘를 모르므로 신이라고 한다. 그 신과 연락하는 채널이 필요하다. 그래서 영혼이라는 개념을 지어냈다. 그런데 영혼과 신이 충돌한다. 그래서 다신교가 되었다. 다신교가 되니 대표성이 사라졌다. 영혼을 긍정하니 신이 죽어버렸다.


    복잡한 논리를 동원하여 말을 짜맞추지만 사기다. 신과 연락하는 별도의 채널은 필요없다. 인터넷처럼 이미 다 연결되어 있다. 구조론이 말하는 바 우주의 존재 역시 그러하다.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은 신경쓰지 않는다. 미국사람과 채팅하면 약간의 시간지연이 있겠지만 우리는 상관하지 않는다.


    우주의 작동원리는 시간무시다. 그렇지 않다면 이론적으로 우주는 탄생할 수 없다. 구조론은 언제나 ‘밖 → 안’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비극이 왜 일어났나? 해경이 청와대에 사진찍어 보고하느라 구조타이밍 놓쳤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에 시간지연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면 우주는 탄생할 수 없다.


    시간지연이 제로여야 우주의 탄생이 가능하다. 빅뱅이 한 점에서 시작되는 이유다. 양자얽힘이 이를 말하고 있다. 당신이 뭔가를 봤다면 결과를 본 것이다. 원인은 안봤어도 이미 봤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범인을 못잡았어도 범인은 있다. 범인을 못 잡았으니 범인이 없다고 우기면 곤란하다.


    시험문제에 답을 못 찾았다고 해서 답이 없는건 아니다. 납득시키지 못해도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질이 최종근거라고 답을 낸다면 무모한 거다. 물질은 인간의 감각과 반응하는 세계다. 그 세계는 좁다. 구조론은 항상 하나가 더 있다고 말한다. 그 세계를 거쳐 의사결정해야 한다.


aDSC01523.JPG


    영혼이 없다는 소식이 두려운가요? 영혼이 없다는건 신과 나 사이에 아무런 장벽이 없다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신이 내고, 내가 신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의사결정에 임해서는 신과 하나가 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것을 기도라고 해도 좋고 명상이라고 해도 좋고, 신과의 대화라고 해도 좋습니다. 항상 그러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곧 깨달음입니다. 신의 대변인, 혹은 신의 사자가 된 마음으로 의사결정해야 합니다. 나의 개인 입장이나 이해관계나 자존심이나 이런 잡다한 의사결정의 방해자들은 지워버려야 합니다. 영혼은 없으니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4]펭귄

2016.04.19 (20:23:04)

저절로 숨죽여지는 설명이십니다.
니고데모의 역할을 해주어 예고없이 계타가게 해주신 다원이님도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형비

2016.04.19 (22:59:04)

멎아요 근데 다원이님의 글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ㅎㅎ
[레벨:11]큰바위

2016.04.20 (08:04:18)

신과 나의 간격을 좁히는 게 인생에 주어진 숙제입니다. 


진짜 신을 안다면, 알라, 야훼의 차이가 없어집니다. 

인간의 언어와 인식의 한계로 차이가 생기는 것일 뿐, 

진정한 신은 하나이거나 없거나 입니다. 


없는 건 생각할 필요없고, 있는 것만 생각해야 하는데, 

신이 있다면 그건 유일신이어야 맞습니다. 


인류의 존엄이 여럿이 있다. 

절대적인 진리가 여럿이 있다. 

미가 여럿이 있다. 

윤리가 어럿이 있다. 

그렇다면 그런 건 다 사칭한 거고, 가짜들일 뿐입니다. 


인류의 존엄도 하나고, 

진리도 하나고

절대적인 아름다움도 하나고

윤리도 하나여야 합니다. 


일본놈 윤리 다르고, 

한국사람 윤리 다르고 하면 가짜입니다. 


여기 구조론에서 말하는 일의성, 절대성, 존엄, 대표성, 독대, 맞짱...... 거시기 뭐시기 하는 이야기들은 전부 같은 말입니다. 설명하느라 상황과 때와 장소에서 다르게 표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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