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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076 vote 1 2014.12.16 (15:42:29)

     

    존엄과 행복


    존엄은 절대적이다. 인간은 존엄하고 개는 존엄하지 않다. 개도 존엄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그것은 인간의 존엄에서 빌린 것이다. 정승집 개를 못 건드리는 이유는 정승의 존엄 때문이지 개의 존엄 때문이 아니다. 인간은 날로 진보하지만 개는 100년이 지나도 그냥 개다. 존엄은 사건의 원인측이 결과측을 지배함이며 개는 진보하지 않으므로 지배가 없다.


    행복은 상대적이다. 배부른 돼지의 행복과 같다. 여기서 돼지의 행복은 ‘배가 부르다’는 전제조건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행복은 상대적이다. 나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일 때가 많다. 존엄은 그러한 전제조건이 없다. 존엄은 스스로 사건의 원인측이 되기 때문이다. 사건 안에서 원인측은 절대성을 가지고 결과측은 상대성을 가진다.


    부는 상대적이나 예술은 절대적이다. 부는 행복을 가져오고 예술은 존엄을 가져온다. 부는 타인에게 양도될 수 있지만 존엄은 대여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노벨상 메달을 친구에게 빌려줬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상대적 가치를 절대적 가치로 바꾸어야 한다. 그 방법은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사건의 기에 서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예술이다.


    스포츠나 오락에도 얼마간 그러한 요소는 있다. 개그맨이라도 새로 유행어를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전파하는 사람이 있다. 만들어내는 자는 절대적 가치를 얻고 전파하는 사람은 상대적 가치를 얻는다. 전파는 창의라는 전제가 붙기 때문이다. 모험가나 발명가, 과학자에게도 절대적 존엄이 있다. 뉴턴이나 피타고라스의 존엄은 누구도 넘볼 수 없다.


    세종대왕은 한글의 특허를 쥐고 있다. 세종대왕이 특허권을 행사하든 말든 상관없이 그 절대적 가치는 요지부동이다. 19세기 유럽이라고 치자. 아메리카에서 황금을 털어 졸부가 된 자들이 부지기수다. 졸부는 열등감을 느낀다. 부가 행복을 가져와도 존엄을 가져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자는 모욕당하는 일이 없지만 돈 가진 자는 모욕당한다.


    왜냐하면 그 돈을 어딘가에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빈자는 돈 쓸 일이 없으므로 평가될 일이 없고, 평가되지 않으므로 모욕받지 않는다. 그러나 부자는 돈을 쓸때마다 평가받는다. 구멍가게에 가서 5만원권을 내고 우쭐대며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귀족들의 사교계에서 문전박대 당하고 모욕당하는 일이 더 많은 거다. 그럴 때 예술이 필요한 거다.


    돈이 당장 신분상승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절차가 있다. 왜냐하면 19세기 유럽의 사교계란 것이 부자들의 돈을 벗겨먹기 위해 만들어진 정교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졸부가 멋 모르고 덤비다가 몇 번은 깨지고서야 사교계에 끼어들 자격을 얻는다. 대개 예술가를 후원하며 그것을 고리로 삼아 귀족들과 안면을 트는 것으로 신분상승을 추인받는 형식이다.


    조현아의 한진그룹과 달리 아시아나의 금호그룹은 창업주가 예향 광주출신이라서 예술분야를 잘 안다고 알려져 있다. 금호아트홀을 비롯해서 예술분야에 상당히 투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예술은 낳고, 그 낳음을 통해 기승전결의 기에 서며, 그러므로 예술은 절대성을 가진다. 절대적인 예술을 통해 졸부가 상대적인 부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이다.


    강남좌파라는 말이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일이다. 돈은 신분상승의 수단일 뿐 진보세력에 가담하기 전 까지는 아직 상승한 것이 아니다. 정승은 못 되고 여전히 정승집 개의 신세를 면하지 못한 것이다. 부자가 존중을 받아도 사람이 아니라 돈이 존중받는 거다. 그런데 돈 가진 재벌이 옛날 유럽의 사교계를 모방하는 것도 옛날 방식이다.


    요즘은 얼리어답터가 알려져 있다. 예술이 예술인 이유는 사회에 새로운 이야기를 공급함으로써 기승전결의 기에 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TV와 스마트폰에서 쏟아져 나온다. 예술이나 패션이나 문학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내려간 것이다. 음악시장도 위축되었다. 대신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신제품을 먼저 써보고 평하는 거다.


    과거에 예술가들이 하던 일을 대신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어떻든 기승전결의 기에 서는 것이다. 그럴 때 존엄을 얻는다. 정치적으로 낡은 진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진보에 서는 것, 새로 뜨는 영화나 음악이나 춤이나 유행에 민감해지는 것, 시골에 귀농을 하더라도 거기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새로운 가게나 요리가 생기면 먼저 가서 시식할 것.


    자연을 사랑하고 거기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 모든 것이 넓은 의미의 예술이다. 스포츠나 오락이나 모험이나 발명이나 과학의 성과라도 마찬가지다. 사회에 새로운 이야기를 공급하는 자는 존엄하다. 자신이 그렇게 못해도 그렇게 하는 사람의 편에 서고 그 세력에 가담해야 한다. 새로운 소설을 쓰는 좋은 작가는 못된다면 대신 독자라도 되어주어야 한다.


    이왕 책을 읽는다면 새로운 트렌드를 쫓아서 읽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좋아’ 하고 자기 입맛을 고정시켜 놓고, 내 취향에 맞는 영화, 내 취향에 맞는 음식, 내 취향에 맞는 음악, 내 취향에 맞는 것만 찾는다면 이미 보수꼴통이 되어 있다. 이미 존엄을 잃어버리고 정승집 개가 되어 있다. 탈출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의사결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의사결정하지 않기 위해 ‘내 취향’이라는 골방으로 나를 가두고 있지 않은가? 소가 좁은 우리에 갇혀서 편안해 하듯이 거기가 의사결정의 좁은 우리는 아닌가? 절대성과 상대성이 있다. 절대성이 정답이다. 정과 동이 있다. 정이 정답이다. 비대칭과 대칭이 있다. 비대칭이 정답이다. 화살은 머리와 꼬리 2가 있다. 거기서 방향성 1을 찾는게 정답이다.


    2를 보았다면 아직 진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주어와 술어가 있다. 주어가 정답이다. 명사와 동사가 있다. 명사가 정답이다. 존엄과 행복이 있다. 존엄이 정답이다. 인간은 절대로 존엄하다. 개는 상대로 존엄하다. 개는 좋은 주인을 만나야먄 존엄한 것이며,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존엄하다. 인간은 사건을 일으키는 주체이기 때문에 존엄한 것이다.


    ◎ 관성계≫가속도≫세력≫방향성≫존엄성


    개는 좋은 인간과 함께할 때만 조건부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 존엄은 가속도와 같다. 관성에 잡혀있으면 존엄하지 않다. 관성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야 가속도가 된다. 먼저 관성을 이루는 현재상태가 있다. 거기에 변화가 있다. 그 변화가 횡으로 결집하면 세를 이룬다. 그 세가 방향성을 얻을 때 비로소 존엄성이 있다. 존엄이 그저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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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다원이

2014.12.17 (12:02:42)

인간은 사건을 일으키는 주체이기 때문에 존엄한 것이다.

확 와 닿습니다. 존엄은 기승전결의 전개에서 기에 서야 얻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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