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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750 vote 0 2005.11.24 (17:33:25)

‘잘못한건 없다’ 그런데 ‘잘못된건 있다’ 이런 공식이다. 늘 그렇다. 집권초기 대북 송금특검부터 시작해서 무슨무슨 게이트들, 그리고 노건평 혹은 이기명씨와 관련된 안좋은 소식들. 황우석교수와 참여정부의 동병상련이다.

일단은 의혹을 제기하고 본다. 특검이다 뭐다 해서 털기 시작한다. 털어도 먼지가 안 난다. 먼지가 안 나면 먼지가 날 때 까지 계속 털어본다. 그래도 먼지가 안 나면 본질과 무관한 다른 건으로 엮어 넣는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되어 왔다. 그 사이에 국민들은 지쳐버린다. 시간이 흐르면 죄가 없어도 있었던 것으로 착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되새겨 봐도 딱히 무슨 죄를 지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때는 ‘무능’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아마추어’에 ‘얼치기’라는 딱지를 붙인다. 왜 무능인가? 처음부터 조질 요량으로 작심하고 조지는데, 그걸 때린다고 피하지도 않고 다 맞는 넘이 무능한거 아닌가 이런 논리다.

유능하다면 비리도 잘 숨기고, 뒷거래로 해서 잘 타협해야 한다는 거다. 언론에는 촌지 몇 푼 쥐어주고, 검찰은 힘으로 장악하고, 기득권 세력은 잘 대접하고 해서 원만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야당이 때리면 때린다고 맞고, 조중동이 때리면 때린다고 맞고, 기득권에 밉보여 매를 벌고 있으니 무능하고 아마추어가 아닌가 이런 거다.

이러한 조중동 프레임에 대해서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그렇다. 참여정부 일정부분은 아마추어 맞다. 황우석은 노련하지 못했다. 노건평은 어설픈 데가 있었다. 안희정, 이광재 등은 미련했다.

필자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주장해왔다. ‘노건평은 청와대 밖으로 못나가게 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를 내려서 오얏밭에서 갓끈을 매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적에게 빌미를 잡히지 말아야 한다’고. 이건 전쟁상황이라고.

그러나 실제로는 어떻게 했는가? 안희정은 친구들이 자동차를 사준다고 그 차를 덥썩 받았던 것이다. 순진하게도 말이다. 조중동 늑대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그게 무슨 죄인가? 죄다. 늑대 조중동 앞에서 경솔한 죄다. 여우와 같은 지혜와 사자와 같은 위엄을 보이지 않은 죄다. 군주는 위엄으로 통치하라고 했는데 순한 양처럼 보였던 거다. 약하게 보이면 물어뜯는다는 사실 알면서 말이다.  

필자가 궁물연을 경계하는 이유도 그렇다. 이 양반들 되게 순진하다. 그들은 항변한다. 우리가 무슨 궁물을 얻었냐고. 송영길, 염동연에게 바보같이 이용당한 죄는 죄가 아닌가? 순진한 죄, 경솔한 죄도 큰 죄다.

박정희가 교장이라면 노무현은 총장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렇다. 독재는 쉽지만 민주주의는 어렵다. 황우석 현상을 지켜보노라면 정치라는건 진짜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건희가 망가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노무현이 총장이라면 이건희는 학장 쯤 되는지 아니면 그 이하인지 모르겠다. 대통령노릇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재벌노릇 보다는 백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 없는 죄를 덮어 씌워놓고, 나중에 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언론과 야당에 두들겨 맞기나 하는 무능한 정권으로 몰아붙이는 조중동 프레임에 대항해서 우리가 ‘억울하다, 억울하다, 억울하다’ 하고 곡이나 하고 있어서 될 일인가이다.

오얏 밭에서는 갓 끈을 고쳐매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긴장해야 한다.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건, 그것이 조중동 프레임에 걸린 것이기 때문에 억울한 거고, 그 억울한 사정을 잘 해명하고 설득하면 된다고 여기는 거다. 그렇지 않다. 정치란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경제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서 경제가 죽으면? 그 책임이 경제를 죽인 조중동에 가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참여정부에 돌아간다.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조중동의 경제죽이기를 증시과열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삼는 방법으로 주가안정에 역이용하는 영리함을 보여야 한다. 적이 도발해 올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하는 것이다.

적들은 함정을 파놓고 있다. 함정에 빠진 뒤에 억울하다고 해명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 함정을 역으로 이용해서 조중동과 딴나라당을 도리어 그 함정으로 밀어넣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

솔직히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 참여정부에는 아마추어가 있다. 때리면 때리는 데로 맞는 사람들, 걸면 거는 데로 걸리는 사람들, 뻔히 의심 살 짓을 하는 사람들.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매는 사람들 있다.

우리 제발 그러지 말자. 프로가 되자. 적에게 트집을 잡히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순진한 것도 죄다. 우리 영리해져야 한다. 프로가 되어야 한다. 적의 덫을 역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

조중동 프레임을 역이용하여 조중동과 한나라당을 한구덩이에 몰아넣는 작전을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설계하고 있다. 연정 라운드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덫에 걸리는 넘이 바보다.

살벌한 전쟁터다. 중간에서 얼쩡대다가 유탄맞지 말고 영리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영악해져야 한다. 와신상담이라 했다. 굴욕을 참고, 이 악물고 살아남아서 훗날 영광된 자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정치는 비열하지만 학문은 정직하다. 학문은 속일래야 속일 수 없고 누가 훔쳐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는 ‘주도권 다툼’이라는 정치게임에서 실패했지만 학문이 있으므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재기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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