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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065 vote 0 2005.01.05 (21:31:46)

중도 해서 망하지 않은 당이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DJ는 민주당 안에서 제일 강경파였다. DJ 떠나자 중도만 남아서 망했다. 중도 좋아하던 민한당도 망했고 DJ와 YS 사이에 중도하던 자민련도 망했고 무수히 망했다.
 
정몽준 중도, 한화갑 중도, 이한동 중도, 박태준 중도, 이만섭 중도.. 다 망했다.
 
그러나 정치를 논하라고 하면 모두가 중도를 말한다. 왜 다들 중도를 말하는가? 중도가 캐스팅 보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중도파를 잡는 쪽이 대세를 결정 짓는다.
 
그래서 다들 중도에게 구애를 하고 추파를 던진다. 중도는 제가 잘나서 인기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무엇인가? 중도는 이리 저리 팔려다니는 신세인 것이다. 중도는 남을 위하여 장식 역할을 할 뿐 스스로는 운신하지 못하는 존재인 것이다.
 
탈영병 신고 받습니다!

 
왜 막판에는 항상 중도가 결정하는데도 중도는 반드시 망하는가? 중도는 이중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쥐와도 같다. 이쪽에도 붙을 수 있고 저쪽에도 붙을 수 있다.
 
중도파의 이중기준이란 소위 말하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의미한다. 예컨대 이런거다. 권영길을 노동부장관으로 임명해 놓으면 노조가 파업을 덜 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할 수 있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세력을 무마하기 위해서 임명하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노동부장관이 한 일은 무마하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예컨대.. 여성들이 들고 일어나면 여성부장관 자리를 신설해서 한자리 떼주어 무마하고, 부산쪽이 시끄럽다 하면 해수부장관 신설하고, 호남쪽이 시끄럽다 싶으면 농림부장관은 만년 호남 몫으로 떼어주고.. 각자 한 자리씩 떼줄테니 책임지고 그 쪽을 무마시켜라.. 뭐 이런거 있다.
 
그것이 중도파의 실용주의적 발상이다. 그들이 지난 대선 때 몽준을 밀다가 막판에 노무현대통령으로 기운 이유는? 예컨대 파병을 해도 이회창이 파병을 하면 데모가 더 심할 것인데
 
● 안보지형상 파병할 수 밖에 없다.
● 이회창이 파병하면 학생들이 데모해서 나라가 망한다.
● 노무현이 파병해도 데모는 하겠지만 데모대가 분열해서 덜하다.
 
그러므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하는 것이 낫다.. 뭐 이런 식으로 자잘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많다. 보안법문제도 그렇다. 법 자체의 정당성 여부 보다는 그 문제에 ‘성의를 보였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성의만 보이면 되고, 대략 면피만 하면 되고, 잘 무마하기만 하면 되고.. 어차피 세상이 다 그런거지.. 그게 정치 아니겠는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 꽤 많다.
 
한계가 있다. 그들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그 인간의 수준에서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그 어떤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참되어야 한다. 참된 인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만섭류의 분기탱천
 
이만섭도 그렇다. 그는 과거에 용감하게(?) 존경하는 박정희와 맞선 적이 있는 인물이다. 그때 그시절 이만섭은 왜 박정희에 맞섰는가?
 
● 박정희를 존경한다.
● 박정희는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 대단한 인물인 박정희와 맞먹을 뻔한 자신도 대단한 인물이다.
 
그가 박정희 앞에서 한번 개겨본 것은 정의(正義)의 개념 곧 가치실현의 관점에서 도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과시를 위해서였던 것이다.
 
무엇인가? 이들은 뇌구조가 다르게 세팅되어 있다. 가치실현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고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역사의 관점에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는 진보하며 그것은 가치를 실현하여 가는 과정이라는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원초적으로 뇌구조가 다르게 세팅된 그들은 이러한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왜 이라크인들이 항거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은 왜 팔레스타인인들이 독립을 외치는지 알지 못한다.
 
진정 무엇이 가치있는지에 대한 관점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길류의 분기탱천
 
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 그 자체에 관심이 없다. 가끔 한번씩 개입한다. 역사의 진보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의식 보다는 그러한 개입의 방법으로 자기의 나와바리를 확인하는데 의의를 둔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매우 많다. 아니 어쩌면 거의 대부분이다. 그들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역사의 정의(正義)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역사가 우연의 산물이라고 여긴다. 역사를 승리자의 기록으로만 여긴다.
 
자칭 잡놈이라는 김훈의 인터뷰에 잘 묘사되고 있듯이 말이다.
 
박홍, 손호철, 김동길.. 그들도 한때는 독재정권에 맞선 적이 있지만.. 독재를 대단하게 여긴다는 점이 다르다. 독재가 대단한 것이어야만 독재에 항거한 자신도 대단한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임지현, 문부식류.. 강철서신의 김영환류도 넓게 보면 이 범주에 속한다.
 
숨길 수 없다. 그들의 본심에는 박정희에 대한 숭배가 가득하다. 존경하는 담임선생님께 한번 쯤 개겨본다. 기어이 귀싸대기를 얻어맞고는.. 때려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감동 두배, 눈물 꼽배기.. 오직 얻어터지기 위해서 개기는 인간.. 그런 인간 있다.
 
군대 가서 고참들에게 디지게 맞고.. 그래도 그때가 그리워 하면서.. 우연히 길에서 자신을 디지게 팬 고참을 만나면.. ‘아이고 김병장님 반갑습니다’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그런 인간들 있다.
 
당장이라도 대통령이 전화 한 통 넣어준다면 입이 헤벌레 해서 달려갈 박홍, 김동길, 홍사덕, 김훈, 김상현, 박계동들 있다.(박홍, 김동길, 조용기들이 삐딱한 이유는 하나다. 자기네도 원로급인데 도무지 청와대에서 전화가 안오기 때문이다. 세상에 원로 몰라봐도 유분수지.. 자꾸만 갈구면 혹시 알아보고 전화가 올지도 모르잖냐 이런거.)
 
그들은 기본적으로 선악에 대한, 정의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뇌구조가 다르게 세팅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탁신은 누구인가?
 
우리당 안에도 많이 있다. 이들에게는 실무 일을 맡길 수는 있어도 절대 리더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 뇌구조가 다른 그 차이는 잠롱과 탁신의 차이 만큼 크다. 하긴 탁신도 총리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습지 않은가?
 
탁신은 잠롱을 존경한다. 왜? 잠롱처럼 실천할 생각이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존경을 보내는 것으로 셈을 치르는 것이다.
 
존경을 보내는 것으로 면피를 해서 실천을 안해도 될 자격을 얻을 목적으로 과장된 제스처로 존경을 표하는 인간들 있다.
 
말로는 예수님을 존경한다며.. 때려죽인다 해도 예수님 처럼 살지는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과장되게 존경심을 표하는 이유는 단지 예수님 처럼 실천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기만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
 

 
아래 링크한 글은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읽지 않으신 분을 위하여 링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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