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은 거짓말쟁이였을까? 대다수 미국인은 닉슨이 거짓말쟁이라고 믿을만큼 지능이 낮았을까? 항상 그렇듯이 숨은 전제가 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김대중 = 거짓말쟁이라는 선동은 오랫동안 먹혔다. 공산당 = 거짓말쟁이라는 선전도 먹힌다. 

    상대방 입장에서 보자. 남한과 무슨 약속을 하든 정권이 바뀌면 도로아미 타불이다. 소련 입장에서 보면 미국 정부가 약속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다. 반면 공산당은 거짓말이 불가능하다. 계획경제를 하기 때문이다. 미리 무엇을 하겠다고 천기누설을 해버린다. 

    바보 아냐? 민주당도 손해를 본다. 국힘은 지도자 한 사람에게 권력을 위임하므로 사기를 칠 수 있다. 윤석열이 의중을 감추면 그만이다. 민주당은 어떤가? 내부경쟁 때문에 전술이 노출된다. 정의당이 진보진영 전략을 국힘에 넘긴다. 패를 다 보여주는 거다.

    이명박은 탈 여의도 정치에 중도정치를 표방하고 당선 후 극우로 돌변했다. 국민을 속였다. 노무현을 계승할 것 처럼 해놓고 죽였다. 박근혜는 김정은을 만나고 와서 개성공단을 철수하고 사드를 배치했다. 당선 전과 정반대 행보를 했다. 윤석열도 마찬가지다.

    진중권과 손잡고 중립에 중도인 척 사기치더니 극우본색을 드러냈다. 히틀러도 그랬다. 원래 나치당 안에 좌파가 많았다. 집권 후에 장검의 밤 사건을 일으켜 에른스트 룀을 숙청했다. 좌파와 손을 잡고 정권을 장악한 다음에 극우로 돌변하는 공식이 있는 것이다.

    좌파는 이런 속임수가 불가능하다. 노무현이 왼쪽 깜박이 넣고 오른쪽으로 핸들 꺾었다가 좌파에 뒤통수를 맞아 죽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왼쪽으로 핸들 꺾었는데 이번에는 윤석열에 뒤통수를 맞았다. 심상정까지 배반했다. 왜 우리는 언제나 당하기만 하는가? 

    진실을 말하자. 사람들이 닉슨을, 김대중을, 공산당을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편이 아니고 남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남이가. 그런 의미다. 의사결정구조가 다르다. 거짓말은 지들이 하면서 상대방을 거짓말쟁이로 규정하는데 먹힌다.

    윤석열의 본질은 거짓말이 아니라 타자인 것이다. 의사결정구조가 다르면 남이다. 거짓말은 해도 된다. 상대가 거짓말 하는 만큼 나도 거짓말 하면 되잖아. 근데 의사결정구조가 다르면? 대응할 수 없으므로 그 경우 물리적인 제거대상이 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정치인은 거짓말 할 수도 있고 실수 할 수도 있다. 보통은 국민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이 공개되면 뒷감당을 할 수 없으므로 판도라의 상자를 덮는 것이다. 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거짓말한 셈이 되는 거다.

    개인의 거짓말이 아니라 정당과 제도와 관료주의 모순이 거짓말로 나타난다. 그 경우 정치인 개인에게 거짓말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닉슨의 도청도 사실은 이전 정부때부터 있었던 관행이다. 미국인이 절대 말하지 않는 닉슨이 짤린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닉슨은 후보시절 베트남의 티에우 정권에 사주해서 종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도록 도발을 유도했다. 존슨 정부가 도청해서 닉슨에게 경고했지만 닉슨은 정부가 야당을 도청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백할 수 없는 약점을 악용해서 그대로 음모를 밀어붙인 것이다. 

    거짓말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약점을 잡고 그것을 이용한 반칙이 문제다. 미국인들은 더러운 내막을 다 알면서 닉슨 한 명만 희생시키는 걸로 합의봤다. 내막을 파헤칠수록 미국의 치부만 드러나니까. 윤석열의 죄도 같다. 기득권 카르텔이 문제의 본질이다.

    공적 라인을 무시하고 뒷구멍으로 짜고 친 것이다. 거짓말 할 수도 있지만 국민을 배반하고 뒷구멍 시스템의 편에 선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뒷구멍 시스템은 국민을 바보로 만들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의사결정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대응할 수 있는 반칙은 해도 된다. 내가 대응할 수 없는 반칙을 하면 죽는다. 이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세계 공통의 법칙이다. 독재가 나쁜 이유는 결과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떠나서 독재자를 죽이는 방법 외에 다른 대응수단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