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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001 vote 0 2004.03.21 (18:49:33)

5월의 그날, 그 어떤 시인도 노래하지 않았고, 그 어떤 작가도 외치지 않았습니다. 비겁하게도 그들은 침묵했습니다. 그 침묵의 댓가로 장군의 막사에 초청되어 서정주, ‘말당선생’의 칭호를 듣는가 하면 김춘수, 국회의원 한석을 얻어걸리기도 했습니다.

『 30년 후 이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오늘의 이 뜨거운 체험이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 』

이 나라 문단사의 치욕입니다. 훗날 광주를 노래한 시도 상당수 발표되었고 소설도 나왔지만 버스 떠나가고 난 다음 손흔들기였습니다. 분명히 말하지요. 5월의 광주를 노래한 문인은 이 나라에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펜은 칼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미 문화원 방화사건이 있기까지 광주에 대해서 문단은 물론, 이 나라의 지식인 집단은 오직 침묵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은 비겁하게 숨거나 아니면 자발적으로 장군의 막사를 찾아가서 기쁨조 노릇으로 봉사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하늘이 무너지는 부끄러움을 뼈저리게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문인이, 어떤 작가가, 어떤 예술가가, 어떤 영화감독이 5월의 침묵을 반성했는지 저는 통 모르겠습니다. 그 반성이 부족했기에 오늘 이 수치를 당하고 있습니다.

어제 광화문에서의 장관.. 저는 시를 쓰는 재능이 없음이 한스럽고, 그림으로 담아내는 재능없음이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백편의 시도, 천편의 소설도, 재능있는 화가의 그림도, 뛰어난 감독의 필름도 어제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의 진정성 앞에서는 KO패입니다.

살아있는 역사 그 현장.. 마땅히 전율함이 있어야 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역사가 바뀌고 난 뒤에, 그 때 그 시절 그 장소에서 그 일이 그렇게 의미있는 일인줄 몰랐다고 후회하기 없기입니다. 5월에 문인들은 왜 침묵했는가? 몰라서 그렇습니다. 그들은 몰랐지요. 말당은 친일인줄 몰랐고 춘수는 장군의 기쁨조 된지 몰랐다고 합니다.

배신 진중권도 몰랐고, 부역 김규항도 몰랐고, 비겁 강준만도 몰랐지요. 지식인의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그런 식으로 모르기 없기입니다. 누가 말했던가요?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 탄핵이 가결되던 날 여의도에서 신혜식의 무리가 탄핵찬성집회를 하면서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보라! 이제 우리나라에서 지역주의는 사라졌다. 지금 국회에서는 동서화합이 이루어졌다. 영남의 한나라당과 호남의 민주당이 사이좋게 손을 맞잡았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반은 맞는 말입니다. 적들로부터 ‘노후현 집권 1년에 이룬게 뭐냐?’ 이런 말 많이 듣지요. 이렇게 쏘아주면 되겠습니다.

“동서화합 이루어졌다며?”

아닙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역주의 타파해야 합니다. 장군의 졸개들인 한나라당과 장군의 기쁨조로 봉사한 민주당을 말살하므로서 지역주의를 끝장내야 합니다. 노무현대통령이 지역주의를 퇴치하는데 성공한다면, DJ의 햇볕정책과 맞먹는 위업입니다.  

지역주의 퇴치..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이 시대의 부름에 응답했듯이, 우리가 한마음으로 노무현의 부름에 응답하기만 한다면.

 

 

● 며칠전 서영석님이 우리당의 총선 의석예상을 내놓았는데 너무 짜게 잡았군요. 우리당이 146석 밖에 못하다니요. 사실은 저도 3개월 전부터 150석 정도를 전망하고 있었습니다만 탄핵정국 이후 바뀌었습니다.

주식을 해본 분은 알겠지만, 오를 때는 생각보다 높이 오르고 내릴 때는 생각보다 많이 내립니다. 2층 밑에 1층 있고, 1층 밑에 지하층 있고, 지하 1층 밑에 지하 2층 있습니다. 여기가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끝도없이 자꾸만 내려가는 식이지요.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그렇습니다. 끝없는 추락이지요.

정치도 주식과 비슷합니다. 오를 때는 끝없이 오르고 내릴 때는 한없이 내려갑니다. 외국의 선거사례를 보면 이런 점이 확연히 나타납니다. 일본만 해도 졸지에 사회당이 소멸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면이 잘 안보이는 거지요.

왜? 이걸 받쳐주는게 정당과 이념과 지역주의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당이 없고(엄밀한 의미에서 제대로 된 정당이 없다.) 이념도 부실하고 오직 지역주의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 지역주의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419 직후, 자유당의 몰락만 해도 그렇지요. 자유당이 부정부패로 해서 서서히 몰락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만 해도 북진통일의 기세가 시퍼렇게 살아있었고 이승만은 국부로 추앙되고 있었습니다. 자유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대서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요.

그 막강한 자유당이 이슬처럼 사라졌습니다. 뿐이랴! 민정당도 사라졌고 민한당도 사라졌습니다. 3당야합으로 명맥을 보전하기는 했지만 본질에서는 심판을 받은 것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역주의가 무너지면 그날로 사라집니다.

소선거구제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물론 종이 한 장 차이로 잘못되어 150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종이 한 장 차이로 잘되어서 200석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서영석님이 짜게 잡은 것은 우리가 낙승을 예상하고 투표에 불참할까봐 하는 말씀이지요. 그러나 저는 그 반대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은 대세론을 퍼뜨려야 투표참여 열기를 돋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말입니다.

여기서 심리.. 정치에 관심있는 30대와 관심없는 20대를 잘 구분해야 합니다. 30대와 20대의 행동패턴은 정반대입니다. 우리는 너무 우리 입장에서만 보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오류가 있는 거에요.

○ 정치에 관심있는 30대 .. 우리당이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투표에 불참할지 모른다. 낙관론을 경계하라!

○ 정치에 무관심한 20대 .. 우리당엔 관심없다. 지역주의를 심판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지역주의를 끝장낼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있어야 투표에 참여한다.

무슨 뜻인가? 정치에 관심있는 30대는 우리당의 승리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에 무관심한 20대는 솔직히 우리당이 이기든 지든 관심 없습니다. 왜? 정치에 관심없다니깐요. 그들은 정치보다는 월드컵에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아 쓰바. 난 정치에 관심 없는데.. 난 정말 9시 뉴스도 안보고 사는데 .. 짜증나게도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탄핵해서 나를 정치에 신경쓰게 만드네. 나를 귀찮게 하는 국회의원들부터 혼내주고.. 정치 좀 잊고 살자.”

이겁니다. 정치에 관심 많은 30대는 우리당의 패배만 아니면 된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접근합니다. 그러나 정치에 무관힘한 20대는 우리당이고 한나라당이고 떠나서 국회를 아주 박살내줄 요량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겁니다.

즉 그들에겐 총선이 월드컵이 되는 거죠.

그러므로 대세론으로 가야 합니다. 총선이 축제가 되고 월드컵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당을 찍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 참에 철밥통들의 지역주의를 박살내달라 이거에요.

정치가 미운 20대 젊은이들이여
이번 415총선.. 국회의원 뽑는 선거 아닙니다. 공화국의 재건에 참여하는 선거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20대 여러분! 그야말로 제 2의 건국이 시작됩니다. 새로 시작되는 공화국에 여러분도 벽돌 한 장씩 올려놓으세요.

여러분은 생전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됩니다. 지금까지는 여러분이 정치에 무관심해도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신경 안써도 이 나라 잘 굴러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공화국의 재건입니다. 여러분의 손으로 벽돌 한장을 올려놓아야 합니다.

왜?

그래야만 10년 후 혹은 20년 후, 여러분이 장년으로 성장하여, 여러분이 기업의 대표가 되고, 여러분이 이 사회의 주역이 되고, 여러분이 이 나라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게 될 때, 여러분의 뜻대로 할 수가 있는 겁니다.

그 바탕을 지금 마련해 놓아야 합니다.

어제 광화문에 모인 20, 30대들.. 그들이 함성으로 만든 하나의 코드, 그 ‘체험의 공유’에 의한 이심전심의 코드야 말로, 20년후 여러분이 사회의 주역이 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정치적 자산입니다.

여러분은 어제 광화문에서 그 정치벤처의 씨앗을 심은 것입니다.

뭐 솔직히 우리당도 그렇게 잘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20대 여러분이 투표에 불참하면 썩은 국회의원넘들이 탄핵이니 지롤이니 해서 여러분을 계속 피곤하게 만들 것입니다. 여러분이 또 광화문으로 와야할 일이 생길 것입니다.

젊은 여러분! 취직하기 바쁜데 우리당이고 한나라당이고 신경 쓰기도 싫죠? 그렇다면 이 기회에 지역주의 철밥통을 동해바다에 수장시켜 버리세요. 그들이 사라져야지만 여러분을 귀찮게 할 일이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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