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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ki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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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4423



[바이오토픽] (RIP) 로버트 페인(1933~2016): 핵심종 개념의 창시자
생명과학 bar.gif 양병찬 (2016-07-26 09:35)

로버트 트리트 페인
http://www.biology.washington.edu/news/prof-emeritus-bob-paine-1933-2016


1960년대에 생태학의 주류는 자연의 패턴(visible regularities)을 기술(記述)하는 데 치중했으며, "자연의 패턴은 생리적 내성(physiological tolerances),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 또는 유사한 종들 간의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 생태학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버트 트리트 페인(Robert Treat Paine)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생태학계의 이 같은 경향을 송두리째 바꿨다. 그는 워싱턴 주의 해안에서 오커 불가사리(Pisaster ochraceus) 하나를 제거해 봄으로써, "하나의 포식자가 생태계를 공유하는 다른 생물들의 풍부성, 다양성, 분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렇게 하여 페인의 핵심종(keystone species) 개념이 탄생했다. 핵심종이란 생태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종(種)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단일종을 말한다. 마치 건축물의 꼭대기에 있는 쐐기 모양의 돌, 즉 키스톤(keystone)이 건축물의 구조를 유지하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참고】 핵심종이라는 개념의 원조(元祖)는?

알렉산더 폰 훔볼트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열대우림에서도 야자나무를 본 적이 있지만, 야노스 평원에서 자라는 야자나무(마우리티아)는 독특한 기능을 갖고 있었다. 훔볼트는 나중에 탐험일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야자나무를 관찰하면서 깜짝 놀랐다. 하나의 식물이 존재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연결될 수 있는지.” 

마우리티아의 열매는 새들을 끌어들였고, 잎은 바람을 막아줬고, (멀리서 날아와 주변에 쌓인) 토양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어서 곤충과 벌레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훔볼트는 야자나무를 바라보기만 해도 신선한 느낌이 절로 들었다. 나무 하나가 사막 전체에 생명을 퍼뜨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은 바로 바로 핵심종keystone species이었다. 

훔볼트는 핵심종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약 200년 전에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키스톤keystone이란 아치arch의 맨 꼭대기에 넣는 쐐기돌을 말하는데, 이 돌을 제거하면 아치는 파괴된다. 핵심종이 생태계에서 수행하는 기능은 키스톤이 아치에서 수행하는 기능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훔볼트에게 있어서 마우리티아 야자나무는 생명나무tree of life였으며, ‘살아 있는 유기체living organism로서의 자연’을 상징하는 완벽한 심볼이었다. 

※ 출처: 『자연의 발명』, pp. 127-129
(http://www.hankookilbo.com/v/08b6df813c7c4131993e4cea7d3897fc)


지난 6월 13일 타계한 페인은, 1933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사진작가이자 작가였고, 아버지는 미술사가(art historian)였다. 그는 어린 시절 숲속을 자주 돌아다니며, 자연스레 자연의 리듬감을 익히고 관찰력을 배양했다.

하버드 대학교 재학 시절, 페인은 고생물학에 대한 열정이 샘솟았다. 그래서 미시간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화석을 연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생태학자 프레더릭 E. 스미스의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 그의 계획은 어긋났다. 스미스는 생태학계의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의 패턴에 대한 도발적 질문을 자주 던졌기 때문이다. 페인은 스미스에게 영향을 받아 생태학으로 진로를 바꾸고, '살아있는 화석(유존종)'인 완족류(brachiopod)를 연구하여 1961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2년 라욜라에 있는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은 후, 페인은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의 동물학 교수진에 합류했다. 그는 워싱턴 대학교에서 (지금은 고전적 실험으로 알려진) 불가사리 실험을 수행했으며, 그밖의 혁신적 아이디어들을 제시함으로써 실험생태학을 확립하여, 36년간의 재직기간은 물론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생태학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페인이 미시간에서 연구한 시기는 생태학계에 전위적 아이디어가 탄생한 시기와 일치한다. 1960년, 스미스, 넬슨 헤어스턴, 로렌스 스토포드킨으로 구성된 동물학 교수 트로이카는 '피식자가 포식자를 조절한다'는 통념에 도전하여, 파격적인 「녹색세계가설(green world hypothesis)」을 제시했다. 내용인즉, "세상이 푸르름을 유지하는 것은, 포식자가 (모든 녹색식물을 소비할 수 있는) 초식동물을 조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N. G. Hairston et al. Am. Nat. 94, 421–425; 1960). 세 사람의 논문은 상당한 관심을 끌었지만, 당시의 여건을 감안할 때 확고한 현장증거(field evidence)가 부족했다.

그 증거를 제시한 것이 바로 페인의 오커 불가사리였다. 그는 불가사리 실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최소한 하나의 암석해안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피식자는 물론, 국지적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른 종들까지도 대부분 통제한다(R. T. Paine Am. Nat. 100, 65–75; 1966)." 오커 불가사리는 범식포식자(generalist predator)로서, 따개비, 달팽이, 삿갓조개 등을  잡아먹는다. 불가사리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캘리포니아홍합인데, 이것은 암석해안의 공간을 놓고 불가사리와 다투는 대표적인 경쟁자다. 페인이 홍합의 개체수를 통제하자 불가사리는 매우 다양한 종들의 공존을 가능케 했는데, 그중에는 다른 피식종은 물론 (불가사리가 먹지 않는) 일련의 해초, 해면, 아네모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불가사리를 암석해안에서 제거하자, 홍합이 급속도로 번식하면서 다른 종들을 압도하여 생태계 균형이 깨졌다. 나중에 다른 해양, 육상, 민물의 생태계에서도, 불가사리와 같은 핵심종의 역할이 증명되었다.

페인은 이상과 같은 아이디어를 확장하여, 영양 연쇄효과(trophic cascade: 먹이사슬을 통해, 서로 연관된 종들이 연쇄적으로 흥망성쇠하는 현상)라는 개념까지 포함시켰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하향식 효과'를 중시함으로써, 강수량이나 영양소의 변화를 통한 '상향식 효과'를 중시하는 기존의 이론들을 뒤집어엎었다. 이는 기존의 갑론을박으로는 결론이 나기 어려웠지만, 페인이 실험을 통해 '하나의 핵심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시시비비가 명쾌하게 가려졌다.

페인의 발견은 환경보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상어의 경우 단순한 킬러가 아니라, 오늘날 해양 생태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종들의 분포, 풍부성, 다양성을 조절하는 핵심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워싱턴의 올림픽 반도 연안에 있는 타투시 섬에서 장기적인 연구를 하는 동안, 페인은 바위가 많은 조간대(intertidal zone)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현장연구에 일가견이 있어서, 모터보트를 직접 운전하며 해조류를 채취하고, 해안의 절벽 위로 보급물품을 끌어올리고, 연구원들에게 관찰을 독려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연배가 수십 년 아래인 학생들보다 걸음이 빨랐다. 또한 그는 각양각색의 수많은 종(種)들을 요령껏 다루기 위해, 하드웨어의 사용방법을 개선하는 데도 큰 관심을 보였다. 페인이 집에서 손수 만든 울타리나 우리(cage)는 생태학적 목적에 맞도록 설계되었고, 그다지 태평하지 않은 바다(not-so-pacific ocean)에서 거센 파도와 폭풍우를 잘 견뎌냈다.

페인의 전설(Bob's legacy)은 그의 카리스마와 연구실적 때문임은 물론, 많은 생태학자들의 올바른 멘토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면밀한 관잘과 적절한 실험설계’를 강조했으며, 멘티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이끌어냈다.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학문적·생물학적 자손들을 퍼뜨리는 데 열중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태학자 중 한 명인 페인은 도발적인 생각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실험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그의 우뚝 선 모습에 긴장하다가도, 일단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고무적이고 영감을 주는 멘토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으며, 종종 친구와 같은 다정함을 느끼기도 했다.

1960년대에 생태학계를 이끈 또 한 명의 거인으로, 로버트 매카서(Robert MacArthur)가 있었다. 그는 당시에 '생태학계의 기틀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쟁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페인의 핵심종이 얼마나 심오한 개념인지를 정확히 이해했다. 불가사리에 관한 실험결과가 발표된 지 3개월 후, 메카서는 짤막한 논평을 남겼다: "이게 모든 것을 바꿨다." 그건 매우 적절한 논평이었다.


※ 필자: 제인 루브첸코(오리건 주립대학교의 저명한 통합생물학 교수). 그녀는 대학원 시절 전공을 바꾼 덕분에 훌륭한 사람을 만나, 생태학에 눈을 뜨고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람은 바로 밥 페인(Bob Paine)이다.


※ 출처: Nature  535, 356 (21 July 2016) doi:10.1038/535356a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35/n7612/full/535356a.html

icon_0016758.gif
0000009.jpg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07.28 (10:37:16)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와 통하는군요.

에너지의 법칙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가는 수는 있어도 그 역은 잘 없습니다.


상향식 낭만주의가 무뇌진보 일대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데

역사적으로 그런 상향식이 작동한 적이 없습니다.


근데 일본 기업의 리더십은 상향식이 상당히 되어 있습니다.

장군이 멍청한데 사병이 뛰어난게 일본식.


중간 간부가 뛰어난게 독일식, 장군이 뛰어난게 미국식.

말이 그렇고 미국식은 다 멍청합니다.


일본은 봉건 영주의 가신들이 보좌하는 전통에 따른 것인데

그 가신그룹이 구조론의 질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즉 상향식처럼 보이지만 겉보기 선전이 그렇고 

내막적으로는 숨은 실세가 따로 있어 가케무샤를 지배하는 하향식이라는 거죠.


예컨대 독재관이나 집정관이 높고 원로원이 낮다면 상향식이지만

원로원이 독재관보다 높다면 하향식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상향식이나 실제로는 하향식이라는 거죠.

그러므로 국민을 맨 위에 두고


국민에서 대통령으로 내려가는 하향식이어야 합니다.

맨 위의 국민은 무질서하게 떠드는 일베나 메갈리아 수준의 국민이 아니라


지도자에 의해 방향제시된 깨어있는 시민이어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막 떠드는 무개념 집단은 깨어있는 시민이 아닙니다.


잘 살펴보면 상향식이라고 선전되어 있는게 다 하향식입니다.

단 국민이 정상에 있다는걸 모르는 거죠.


상향식이라는 말은 국민을 하로 보는 관점

즉 국민을 졸로 보는 개새끼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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