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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파워구조
read 5874 vote 0 2014.05.30 (01:41:28)


안녕하세요, 파구입니다 .



오늘 처음 이 곳을 알게 되었고,


마침 역삼 모임날이란 소식을 듣고 운좋게 참석도 할 수 있었습니다.


쓰고 계신 모자처럼 젊게 웃으시는 아무님 아무님께서


골목까지 나오셔서 저를 맞이해주셨습니다.


아, 요염하기 그지 없는 냥이(?) 도 함께 저를 마중나와주었답니다.



영화 공부하시는 분 (닉 잊어서 죄송합니다 >.<)


그리고 예쁜 안경 쓰셨던 분

 

그리고 양모님


김동렬 선생님



이렇게 많은 분들 함께 술자리를 시작해주셨습니다.


사실 술 먹는 자리가 펼쳐질 줄은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성수 족발 같은 것이라도 제가 준비해서 갔을 거예요.


족발과 막걸리,


이것이 완벽한 대칭 구조 그 자체거든요 제게는 ^^




구조론의 핵심 깨달음을 이렇게 소소한 일상으로 시도해보아도 괜찮겠죠? ㅎㅎ


족발과 막걸리,


햄버거와 콜라,


볶음밥과 짬뽕,


대칭.


대칭에서 비대칭으로 넘어가는 순간,


텐션, 긴장.






오늘 19시부터 23시까지,


4시간 동안 저는 너무 큰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구조론으로 샤워한 느낌이랄까요~






shower.jpg






구. 조.


이 두 글자가 갖고 있는 마력이 저로 하여금 실로 오랜 만에 심장 뛰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늦깍이 대학 학창 시절에 거의 2년 동안 저를 괴롭혔던,


구조주의,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


여기에서 쓰인 구조와는 다른 맥락에서의 '구조'론을 구축해오신 김동렬 선생님.


김동렬 선생님으로부터


저는 단 하루동안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


시의 이미지와 철학에서의 진정한 '추상' 에 대해서,


관찰의 중요성에 대해서,


문학에 있어서의 긴장의 역할, 그리고 폭발의 미학,


'동적 균형'이라는 생소하고도 중요한 개념.


 

입자



운동



등의 개념.


그리고 '접점'끼리 '만나'는 그 '순간'의 중요성.


[외부적 힘의 개입]에 대한 [내부적 상호작용의 가속화]


등등,




오랜만에 마치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흥분이 제 척추를 휘어감았습니다.


김동렬 선생님께서 질문을 해주셨었죠.


"요즘 한국 문단의 시는 어떤가요?"


제가 오늘 내내 얼떨떨한 기분이어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었습니다.



21세기 현재 기준의 한국 현대시는


서정시와 탈서정시, 이 양 진영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형도, 그의 시는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회, 와 어울리지 못하는 시적 화자.


이 어울리지 못함, 그 자체를 이미지화해내는 것이 현대시라면,




서정시는 환경과 화자가 하나되는  데에 성공햔 순간을 묘사하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지하철시 를 쓰는 아줌마들이 생각하는 시가 바로 서정시 계열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근 2년 째에 시다운 시를 쓰지 못하는 깊은 병에 걸려서 아주 괴로워하던 중이었습니다.

창작 변비, 걸려보신 분들만 아는 아주 무서운 주화입마입니다.



이 답답한 제 마음이,

구조론 싸이트를 한 번 보고,

다시 부들부들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최초에 동사 밖에 없었어. 이걸 문명화하는 과정에서 억지로 명사화되기 시작한 거야'


김동렬 선생님의 이러한 구조론 말씀들이,


제겐 왜 마치 시처럼, 시의 뿌리 처럼만 들리는 걸까요?




말과 기수에 비유하여 설명해주신,


상대방과 나의 관계,


타자와 주체의 관계,


그리고 동적인 상태인지 정적인 상태인지에 따라서


'타자'와 '나'의 개념도 충분히 역전되거나, 뒤섞일 수 있다는 말씀들,




제게는 마치 전통적 서정주의와 현대적 탈서정주의의 긴장관계,


이 오래되고 낡은 [대칭관계]의 긴장을


아주 살짝 건드려서


크게 폭발 시켜낼 수 있는


아직은 작지만  어마어마한 위력을 품고 있는


생각의 접점,






touch.jpg









혹은 철학의 방아쇠,



기관단총방아쇠.gif






기존의 시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시의 존재 의의를 다시 정립하는 진짜 시,






BigBang-2.jpg





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


오늘이 그 날이 되어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당대의 위대한 시였던 김춘수의 '꽃' 도 결국 자아와 타자의 관계에 대한 시입니다.


모든 위대한 시들은 자신만의 [자타론]을 머금고 있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동안 시를 쓰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제 자신을 동적으로 혹은 정적으로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던 것이었을 것입니다.



혹은 제 자신을 둘러싼 사회, 즉 전반적인 타자들을


정적으로 동적으로 깊게 관찰해본 적이


제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있었다 해도 그것이 목숨을 걸 만큼 치열하지 못하고,


분당 까페 골목에서 죽치고 시간 때우는 벤츠 소유주 유부녀가 홀짝이던 루왁 커피,


의 온도 쯤으로 잠깐만 반짝이던 열정, 다시 금새 식어버리는 .




김동렬 선생님 말씀처럼


주먹이 내 눈꺼풀에 닿더라도 눈 똑바로 뜨고 상대를 최후의 찰나까지 관찰해내는,


그 태도가 제게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저의 상태는,


오늘 강의 말씀에 따르면 뭔가 획기적인 외부 요소로서의 힘이 개입되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상호작용이 곧 시가 될 것이구요.








오늘 뵙게된 분 모두 반가웠습니다.


인터넷에서만 파는 생막걸리 가져오신 분께도 감사드리구요^^


'인생은 마이너스다' 라고 저에게 큰 깨달음의 말씀을 해주시더니,


그걸 몸소 실천해주시기 까지!


선물 감사합니다, 선생님.








추신:

김동렬 선생님은 골반을 너무 화려하게 잘 사용하셔서 저를 두번 놀래키셨습니다. ㅋㅋㅋ









[레벨:5]yhy

2014.05.30 (02:55:53)

.

[레벨:3]파워구조

2014.05.30 (16:32:15)

네, 웹툰 좋아해요^^ 카톡에서 뵙겠습니당.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5.30 (03:56:21)

감사히 읽었습니다. 

[레벨:3]파워구조

2014.05.30 (16:33:04)

맹달님 댓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id: 배태현배태현

2014.05.30 (04:25:17)

부러우면 지는건데...부럽군요.
[레벨:3]파워구조

2014.05.30 (16:34:55)

다음 모임 때 꼭 나오세요 더 부러워하실 거예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1]탈춤

2014.05.30 (07:20:22)

짜릿하군요

그 만남의 순간이 그려지고요

저도 부럽습니다.

[레벨:3]파워구조

2014.05.30 (16:35:21)

나오셔서 다른 분들의 부러움을 사는 탈춤님 되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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